[골닷컴] 박문수 기자 =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행선지는 어떻게 될까? 올 시즌을 끝으로 밀란과 계약이 만료되는 돈나룸마가 밀란의 유벤투스전 승리 이후 구단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물론 속내는 본인만 알겠지만.
돈나룸마는 밀란 유소년팀이 낳은 보석이다. 동시에 골칫거리다. 1999년생이다. 어리지만 일찌감치 프로 데뷔해 밀란 최후방을 책임지고 있다. 참고로 그의 에이전트는 축구 팬들이라면 치를 떨지도 모르는(?) 미노 라이올라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연봉이다. 2017년 돈나룸마는 밀란과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600만 유로(약 81억 원)의 연봉을 받기 시작했다. 1999년생이 그것도 18세의 나이에 리그 내 최다 연봉 수령자가 됐다. 참고로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형인 안토니오 돈나룸마까지 고려하면 밀란은 돈나룸마를 기용하기 위해 매년 700만 유로(약 9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재계약 협상 기간이 임박했다. 정확히 한 달 남았다. 밀란은 소폭의 연봉 인상안을 제안했지만, 돈나룸마는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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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1,000만 유로(약 135억 원)에 달하는 높은 연봉을 요구한다는 설이 제기됐다. 물론 돈나룸마는 조용했다. 대신 시끄럽기로 소문난 그의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가 밀란을 열심히 압박했다.
최소한 일찌감치 이적 의사를 밝혔다면, 이적료라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돈나룸마는 계속 모호한 태도로 나섰다. 그를 대신해 나선 이가 바로 에이전트 라이올라다. 남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돈나룸마는 계속 묵묵부답했다. 그저 이따금씩 형식적으로나마 구단에 대한 애정을 표한 게 전부였다.
1년 가까인 진행됐지만, 협상 자체가 동결됐다. 밀란은 비싼 유지비 들여 데리고 있었던 99년생 어린 수문장을 공짜로 다른 팀에 내주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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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돈나룸마의 차기 행선지로 유벤투스가 거론됐다. 설은 있었지만, 구체적이었다. 기존 수문장 슈체즈니의 에버턴 이적설도 제기됐다. 밀란은 메낭 영입 협상에 돌입했다. 프랑스 내에서도 손꼽히는 매체들 또한 메낭의 밀란 이적 근접 소식을 알렸다.
유벤투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출신 선수 영입을 선호한다. 잔루이지 부폰으로 이미 재미를 본 만큼, 유지비 좀 들어도 잔루이지 돈나룸마로 향후 10년 이상 뒷문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전에도 돈나룸마와 라이올라는 밀란에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시 이적료를 낮추는 옵션을 넣으려고 시도했다. 지금은 몰라도, 밀란과 달리 유벤투스는 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보장된 클럽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밀란에 0-3으로 패하면서 돈나룸마의 명분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밀란은 3위로 등극했고, 유벤투스는 5위로 밀려났다.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다. 유벤투스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자력 진출은 물건너갔다. 일정도 빡빡하다. 당장 다음 주 인터 밀란을 상대해야 한다. 이미 콘테는 유벤투스전 만큼은 풀전력으로 임하겠다며 예고한 상태다.
돈나룸마가 밀란을 떠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때문이다. 밀란은 진출이 유력하지만, 유벤투스는 진출이 희박하다. UEFA 유로파리그행은 유벤투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의미한다. 호날두를 비롯한 몸집 큰 선수들이, 구단에 남을 확률은 미미하다.
이를 인지한 탓일까? 묵묵부답했던 돈나룸마가 태세 전환에 나섰다. 유벤투스전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위대한 승리'라며 유벤투스전 승리를 자축했다.
이번 경기 결과가 돈나룸마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돈나룸마가 재계약 협상을 미룬 이유도 유벤투스와 밀란전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이겼다면, 밀란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사실상 무산이다. 대신 이긴다면 밀란이 아닌 유벤투스의 대회 진출이 희박해진다.
결국 밀란은 이겼고, 유벤투스는 10시즌 만에 구단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돈나룸마와 밀란의 계약은 오는 6월 30일까지다.
상황이 역전된 만큼 돈나룸마가 밀란의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혹은 예상대로 유벤투스로 이적할지 지켜볼 일이다. 둘 다 아니라면 한다노비치의 후계자가 필요한 인테르도 옵션이다. 과거에도 돈나룸마를 주시했던 파리 생제르맹도 마찬가지. 참고로 돈나룸마는 AC 밀란 유소년팀 입성 전, 이미 인테르 유소년팀 유니폼을 잠깐 입은 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