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가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 빌리 길모어가 2경기 연속 맹활약을 펼치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9라운드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14승 6무 9패 승점 48점으로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45점)에 승점 3점 앞선 4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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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첼시는 이 경기를 앞두고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공격에선 타미 아브라함과 칼럼 허드슨-오도이,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미드필드 라인에선 은골로 캉테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조르지뉴마저 지난 본머스와의 28라운드 경기에서 시즌 10번째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징계로 결장하게 된 것.
그나마 공격진은 올리비에 지루와 윌리안, 그리고 페드로 같은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했지만 허리 라인에는 로스 바클리와 메이슨 마운트 외에는 쓸 수 있는 1군급 선수가 전무했다. 이에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빌리 길모어를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https://www.buildlineup.com/길모어는 이 경기가 EPL 첫 선발 출전 경기였다. 이전까지는 EPL 2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EPL 출전 시간은 채 10분이 넘지 않았다(4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6분과 12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 3분). 리그컵 2경기와 FA컵 1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EPL 무대에선 검증되지 않은 자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1년생 어린 선수에게 4-3-3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포백을 보호하면서 후방 빌드업을 맡긴다는 건 여간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만 18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플레이를 펼쳤다.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80회의 패스를 시도해 74회를 동료들에게 배달하면서 92.5%라는 준수한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상대 진영으로의 패스도 37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가장 어린 선수의 패스를 기점으로 첼시의 공격이 전개되는 보고도 믿기기 어려운 장면들이 연출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170cm 66kg의 작으면서도 왜소한 체격 조건에서도 분주한 움직임과 뛰어난 공간 자각 능력으로 상대와의 간격을 벌리면서 패스를 받아냈고, 곧바로 적절한 공간으로 패스를 공급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출전 선수들 중 최다에 해당하는 활동량(12.62km)과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빠른 평균 속도(8.06km/h)를 자랑했다. 지속적으로 마운트-바클리와 삼각 대형을 이루면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BBC MOTD이렇듯 첼시는 길모어를 중심으로 바클리와 마운트가 중원을 장악한 덕에 에버턴을 상대로 점유율에서 61대39로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선 17대3으로 크게 앞섰다. 심지어 유효 슈팅에선 무려 11대1로 에버턴을 압도한 첼시였다.
이 과정에서 첼시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14분경 길모어가 돌아서면서 전진 패스를 연결한 걸 마운트가 측면으로 열어주었고, 페드로가 중앙으로 이동하다 리턴 패스를 내준 걸 마운트가 돌아서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길모어의 패스가 기점으로 작용한 골이었다.
이어서 21분경, 다시 길모어의 전진 패스를 지루가 살짝 내주었고, 바클리의 스루 패스를 받은 페드로가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 역시 길모어의 패스가 기점으로 작용했다.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한 첼시는 후반 6분 만에 바클리의 패스에 이은 윌리안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시 2분 뒤(후반 8분), 윌리안이 짧은 패스로 코너킥을 처리한 걸 길모어가 리턴 패스로 내주었고, 윌리안의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지루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4-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름 아닌 바클리였다. 그는 현란한 드리블과 센스 있는 패스를 자랑하면서 2도움을 올렸다. 드리블 돌파 횟수가 7회였고, 키패스도 6회였으며, 패스 성공률은 무려 98.3%에 달했다. 3개 부문에서 모두 선발 출전 선수들 중 당당히 1위를 기록한 바클리였다.
그 외 윌리안과 페드로는 1골 1도움씩을 사이좋게 기록하면서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지루는 최전방에서 무려 6회의 공중볼을 획득하면서 연계 플레이를 통해 윌리안과 페드로의 측면 침투에 크게 기여했다. 이따금씩 대형 실수를 저질렀던 중앙 수비수 커트 주마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제몫 그 이상을 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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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길모어는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그것도 어린 선수가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줬기에 그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했다고 할 수 있겠다. 첼시의 4골 중 3골이 그의 전진 패스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는 건 분명 예의주시할 일이다.
그는 이미 지난 주중, 리버풀과의 FA컵 5라운드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자랑하면서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어진 에버턴과의 EPL 선발 데뷔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치면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대로만 성장해준다면 그는 첼시의 새로운 야전 사령관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