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황희찬이 RB 라이프치히 데뷔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3골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대승을 견인했다.
라이프치히가 막스-몰록-슈타디온 원정에서 열린 뉘른베르크와의 DFB 포칼 1라운드에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가볍게 2라운드에 진출한 라이프치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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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황희찬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크리스토프 은쿤쿠와 다니 올모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앙헬리뇨와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마르첼 자비처와 아마두 하이다라가 중원을 구축했다. 타일러 아담스를 중심으로 마르첼 할슈텐베르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페터 굴라치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원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아담스가 자주 좌우로 뿌려주는 패스를 연결하면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하면서도 상대가 역습을 감행할 시엔 중원 지역까지 올라와서 앞선에서 끊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아담스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스리백 전형이었다.
Kicker사실상 라볼피아나 전술(멕시코의 전설적인 감독 리카르도 라 볼페 감독이 처음 구사한 전술로 후방 빌드업 시 두 명의 중앙 수비수가 좌우로 벌리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 사이로 내려와서 스리백을 형성하면서 후방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하는 걸 지칭한다)에서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아담스이다. 다만 아담스는 출발점이 스리백의 중앙이었고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전진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라볼피아나 전술의 역발상 형태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상대가 2부 리그 팀이다 보니 라이프치히가 압도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플레이를 펼칠 것이 유력했기에 선택한 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스리백 빌드업이 중심).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결과는 3-0이었으나 내용 면에선 라이프치히가 압도했다. 슈팅 숫자에선 21대7로 3배가 더 많았고, 무엇보다도 점유율에선 무려 72대28로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Kicker라이프치히는 경기 시작하고 137초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이는 구단 역사상 포칼 대회 최단 시간 골 신기록이었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라이프치히였다.
선제골 과정에서 이 경기에 신입생으로는 유일하게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저돌적인 침투로 기점 역할을 담당했다. 뉘른베르크 골키퍼 크리스티안 마테니아의 패스가 강하게 압박을 들어온 은쿤쿠에게 저지됐고, 루즈볼을 잡은 황희찬이 측면을 파고 들면서 크로스를 가져간 게 골키퍼에게 막혔다. 하지만 황희찬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 재차 볼을 잡아 뒤로 내주었고, 자비처의 백패스를 받은 하이다라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황희찬은 적극적으로 전방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게다가 루즈볼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슈팅을 가져가거나 키핑하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20분경 앙헬리뇨의 프리킥이 수비벽 맞고 뒤로 흐르자 황희찬은 이를 곧바로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넘어갔다. 이어서 황희찬은 32분경 수비 밀집 지역에서 은쿤쿠와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키핑하면서 상대 수비들을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황희찬 옆으로 공격 지원을 들어온 은쿤쿠의 슈팅이 상대 수비 맞고 옆으로 흐르자 올모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황희찬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는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상대 수비 헤딩에 저지됐다.
이렇듯 황희찬은 원톱에서도 저돌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격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다만 황희찬은 기본적으로 원톱 역할이 익숙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177cm로 큰 키는 아니기에 제공권에도 약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볼경합 승률이 11.1%로 상당히 저조했다. 그러다 보니 원톱으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황희찬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나겔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자비처를 빼고 에밀 포르스베리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어서 후반 14분경, 은쿤쿠 대신 193cm 장신 공격수 유수프 포울센을 투입했다. 이와 함께 라이프치히는 4-3-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포울센이 최전방에 포진한 가운데 황희찬과 올모가 좌우 측면 공격수 역할을 책임진 것. 아담스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면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라볼피아나 전술을 가져갔다.
https://www.buildlineup.com/최전방에서 궂은 일을 하던 걸 포울센에게 넘겨주고 부담을 덜은 황희찬은 활발하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다만 올모가 주로 우측면에 위치했다면 황희찬과 포울센은 자주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 수비에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치히의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황희찬과 포울센의 위치가 스위칭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황희찬이 우측면으로 빠져나가자 포르스베리가 이에 맞춰서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다. 포르스베리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컷백 패스를 연결하자 이를 중앙으로 이동해온 포울센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라이프치히는 후반 27분경, 할슈텐베르크를 빼고 빌리 오르반을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38분경엔 올모와 우파메카노 대신 케빈 캄플과 벤야민 헨리히스를 투입했다. 이와 함께 라이프치히의 포메이션은 4-3-3에서 다이아몬드 4-4-2로 크게 변화했다. 포울센이 전방에서 버티면 황희찬은 그 아래에서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활보하면서 상대 수비 배후 침투에 주력했다.
https://www.buildlineup.com/마지막 골은 황희찬의 발에서 터져나왔다.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수비의 패스를 캄플이 가로채서 패스를 찔러준 걸 포르스베리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루즈볼을 잡아낸 포울센이 상대 태클에 저지됐음에도 넘어진 상태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황희찬이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황희찬의 감격적인 라이프치히 데뷔골이었다. 이에 벤치에 있었던 나겔스만 감독이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나겔스만은 기본적으로 많은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심지어 전형적인 포메이션 전형이 아닌 변칙을 많이 가미하는 감독이다. 이로 인해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기본 옵션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우파메카노와 골키퍼인 굴라치를 제외하면 전원 지난 시즌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던 선수들이다. 이것이 나겔스만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황희찬은 이러한 나겔스만의 팔색조 전술에 맞게 이 경기에서 타겟형 원톱을 시작으로 측면 공격수와 투톱의 프리롤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비록 원톱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이 있긴 했으나 그럼에도 선제골의 기점이 되는 플레이를 펼쳐주었고, 측면 공격수에선 도움을, 투톱 프리롤에선 골을 넣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황희찬이다. 라이프치히 구단 공식 트위터의 표현대로 '모든 걸 다한 황희찬(Hee-chan do it a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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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라이프치히가 황희찬을 영입한 주 이유이다. 안 그래도 황희찬은 라이프치히 입단식에서 나겔스만 감독으로부터 "그는 내게 8번(중앙 미드필더), 10번(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공격수로 뛰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중앙 공격수든 측면 공격수든 어디서 뛰어도 상관 없다. 그저 뛸 수 있다면 감사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 시즌이 끝나고 8월에 다른 팀들이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UEFA 챔피언스 리그를 소화해야 했다. 이로 인해 황희찬은 평가전도 뛰어보지 못한 채 곧바로 실전을 통해 데뷔전을 가져야 했다. 나겔스만 감독이 황희찬에게 풀타임을 준 이유도 다양한 역할에서 실험해보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첫 인상은 강하게 심어주었다. 나겔스만의 지도 하에서 조금 더 발전해 나간다면 한층 완성도 있는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