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eth Bale Villarreal vs Real Madrid 2019-20Getty Images

'멀티골' 베일, 애물단지에서 레알의 구세주로 떠오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잦은 부상 등으로 방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레알 마드리드에 잔류한 가레스 베일이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연달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레알이 개막전 승리 이후 2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면서 다소 불안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베일이 영웅적인 활약을 연신 펼치면서 팀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실 베일은 2017/18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레알에서 계륵에 가까운 선수였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으나 그래도 나올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결승전의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컵 대회 결승전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하면서 레알의 챔피언스 리그 4회 우승(2013/14, 2015/16, 2016/17, 2017/18)을 비롯해 UEFA 슈퍼 컵(3회)과 FIFA 클럽 월드컵(3회), 코파 델 레이(1회), 그리고 수페르코파(1회)까지 도합 12개의 컵 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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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가 천문학적인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지나치게 자주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데에 있었다. 속칭 가성비가 따르지 않는 선수였다. 그나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을 땐 그는 부속품에 가까운 선수였기에 결승전과 같은 중요 경기에서만 활약해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여름, 호날두가 떠나면서 베일이 에이스 역할을 대신해줘야 했으나 여전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레알 성적 하락의 원흉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만 놓고 보면 여타의 다른 시즌과 비교했을 때 출전 수 자체는 많았으나 활약도는 도리어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전혀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2019년 3월 16일, 셀타 비고와의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28라운드 득점 이후 더 이상의 골을 넣지 못하며 갈수록 부진에 빠진 베일이었다. 당연히 이제는 베일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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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베일이 여전히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 팀 동료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상 중에도 골프를 즐겨 팬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도 지속적으로 베일 방출 의사를 내비치면서 마찰을 빚었다.

이에 레알은 2018/19 시즌 종료와 동시에 베일을 방출 명단에 올려놓았다. 실제 7월 말만 하더라도 중국 슈퍼 리그 구단 장쑤 쑤닝 입단이 유력했던 베일이었다. 하지만 레알 측면 공격수 마르코 아센시오가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끔찍한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게 되자 레알은 이적 협상을 취소했고, 결국 베일은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에 잔류하기에 이르렀다.

레알은 아센시오에 이어 첼시에서 영입한 특급 측면 공격수 에당 아자르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에 베일과 트러블을 겪었던 지단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로 베일을 선발 출전시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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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은 셀타 비고와의 개막전에서 12분경 카림 벤제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3-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단 골만이 아닌 경기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베일이었다.

이어진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서 비록 팀은 1-1 무승부에 그쳤으나 베일은 6회의 슈팅과 5회의 드리블 돌파에 더해 90.5%의 준수한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주말 비야레알과의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그가 영웅적인 활약을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레알은 11분경, 비야레알 공격수 헤라르드 모레노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으나 전반 종료 직전 베일의 골로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169일 만의 골이었다.

레알은 다시 한 번 후반 29분경, 비야레알 측면 미드필더 모이 고메스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베일이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다가 접는 동작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선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단순히 멀티골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3회의 슈팅을 시도해 2골을 넣었고, 3회의 키패스를 기록하면서 찬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크로스도 6회를 시도하면서 비야레알의 측면을 흔들어놓았다. 날이 갈수록 플레이에서 자신감이 붙는 모양새이다.

비록 그는 경기 종료 직전 불필요한 파울로 두 차례나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오는 9월 14일(현지일 기준)에 있을 레반테와의 라 리가 4라운드 홈경기엔 결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패했을 경기였기에 그 누구도 그를 비판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후반부부터 레알 팬들은 베일에게 야유를 보냈다. 지단 감독 역시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그가 빨리 팀을 떠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라며 이적을 종용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만 놓고 본다면 만약 그가 떠났다면 레알은 시즌 초반 더 큰 위기에 봉착했을 위험성이 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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