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hester City Formation vs Manchester United

'맨유 천적' 펩, 맨체스터 주인을 맨시티로 바꾸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래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맨체스터의 주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맨시티가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1라운드(맨시티가 FA컵 준결승전을 치르는 바람에 연기됐다)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29승 2무 4패 승점 89점으로 2위 리버풀(승점 88점)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EPL 1위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면 자력으로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EPL 2연패가 가능한 맨시티이다.

맨유는 최근 공식 대회 8경기에서 2승 6패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이로 인해 FA컵 8강전에선 울버햄튼 원더러스에게 1-2로 패하면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챔피언스 리그 8강 1, 2차전에서도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게 2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EPL에서도 5경기에서 2승 3패에 그치면서 6위로 내려앉은 맨유이다.

맨시티전을 앞두고 맨유의 성적은 19승 7무 8패 승점 64점.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 2장(3, 4위. 1위와 2위는 맨시티와 리버풀 둘 중 하나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을 놓고 토트넘(3위, 승점 70점)과 첼시(4위, 승점 67점), 아스널(5위, 승점 66점)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에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수비수 5명을 배치하는 수비적인 5-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크리스 스몰링을 중심으로 빅토르 린델뢰프와 마테오 다르미안이 3명의 중앙 수비수를 형성한 가운데 루크 쇼와 애슐리 영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프레드를 중심으로 폴 포그바와 안드라에스 페레이라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투톱은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시 린가드가 나섰다.

Manchester United Starting vs Manchester City

원래 포지션이 측면 수비수인데다가 평소 활용하지 않았던 다르미안을 스리백의 오른쪽에 배치한 이유는 맨시티 에이스이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라힘 스털링을 스피드로 제어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에 더해 베테랑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 대신 페레이라가 선발 출전했고, 장신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린가드가 래쉬포드의 투톱 파트너로 나선 것 역시 활동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홈에서 열리는 더비 경기임에도 자존심을 다소 버린 채 철저히 맨시티를 제어하겠다는 목적으로 경기에 임한 맨유였다.

맨유는 맨시티 공격을 막기 위해 전반전 상당 시간을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전원 페널티 박스 안에 위치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잦았다(하단 사진 참조). 활동량에서도 110.09km로 이는 맨시티(114.05km, 맨시티는 원래 활동량이 많은 팀이다)보다는 적었지만 맨유의 이번 시즌 평균(107.6km)과 비교하면 3km 가량 더 많은 수치였다.

Manchester United Players Positions vs Manchester City

특히 린가드는 83분을 뛰면서 10.97km의 활동량을 기록하면서 분당 활동량에서 맨유 선발 선수들 중 1위(132.2m/m)를, 페레이라는 72분을 소화하면서 9.39km의 활동량과 함께 분당 활동량 3위(130.4m/m, 참고로 2위는 프레드로 131.1m/m)를 각각 차지했다. 나름 솔샤르의 의도대로 선수들이 움직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덕에 맨유는 점유율 자체는 37대63으로 맨시티에게 내주었으나 정작 슈팅 숫자에선 12대8로 우위를 점했다. 맨시티의 이번 시즌 EPL 평균 슈팅 횟수가 맨유전 이전까지 경기당 18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맨유가 맨시티의 공격을 상당히 잘 제어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맨시티 역시 맨체스터 더비 특성상 페르난지뉴와 일카이 귄도간을 동시에 출전시키면서 조금 더 허리 라인에서의 수비 밸런스를 신경 쓰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전반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 6분경, 다소 이른 시간에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부상을 당하자 측면 공격수 르로이 사네를 교체 출전시킨 것. 이와 함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는 공격적인 4-1-4-1로 전환한 맨시티이다. 이는 맨시티가 평소 가장 자주 활용하는 포메이션이기도 하다.

Manchester City Formation vs Manchester United
포메이션 도판 왼쪽 선발 & 오른쪽 사네 교체 투입 이후

사네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포진하면서 스털링은 왼쪽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고, 오른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던 베르나르두 실바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오른쪽에 위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다비드 실바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왼쪽으로 전진 배치됐다. 이와 함께 사네와 다비드 실바가 왼쪽에서, 스털링과 베르나르두가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한층 더 효과적인 측면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는 연달아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사네가 교체 출전하고 2분 뒤, 귄도간의 패스를 받은 베르나르두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이 과정에서 쇼는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스털링을 제지하기 위해 내려가다가 베르나르두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서 후반 20분경, 역습 과정에서 스털링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다가 반대편 측면으로 열어준 패스를 사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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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맨유는 후반 27분경, 페레이라를 빼고 공격수 루카쿠를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이어서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린가드와 다르미안을 빼고 알렉시스 산체스와 앙토니 마르시알을 교체 출전시키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맨시티의 견고한 수비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맨체스터 더비의 승자는 맨시티의 차지로 돌아갔다.

맨시티는 이 경기 승리로 EPL에서 치러진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7승을 올리면서 첼시(6승)를 제치고 EPL 맨유 원정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린 팀으로 등극했다.

사실 맨시티는 역사상으로 따지면 같은 맨체스터 지역을 연고지로 하고 있을 뿐, 맨유와는 체급이 맞지 않는 팀이었다. 맨유는 1부 리그 역대 최다 우승(20회)를 비롯해 커뮤니티 실드 우승 20회(최다)는 물론 FA컵 우승 12회와 리그 컵 우승 5회를 차지하면서 리버풀과 함께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유럽 대항전에서도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3회를 포함해 UEFA 컵 위너스과 유로파 리그, UEFA 슈퍼 컵 우승을 한 차례씩 차지하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반면 맨시티의 1부 리그 우승은 5회 밖에 되지 않고, 유럽 대항전 우승도 컵 위너스 컵 우승 1회(1969/70)가 전부였다. 리그 컵 우승 6회(그마저도 4회 우승이 2013년 이후 거둔 것이다)를 제외하면 맨유보다 앞서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과거 양 팀의 맨체스터 더비 전적은 맨유가 71승 51무 49패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에 과거 맨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웨인 루니는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조롱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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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르디올라가 부임하면서 전세가 역전되고 있다. 안 그래도 과르디올라는 바르사 감독 시절 2008/09 시즌과 2010/11 시즌, 두 차례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맨유가 자랑하는 명장 알렉스 퍼거슨에게 우승 문턱에서 좌절감을 안긴 바 있다. 바이에른 감독 직을 수행했었던 2013/14 시즌 당시에도 챔피언스 리그 8강 1, 2차전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맨유에게 탈락을 선사했다. 이미 맨시티 감독 부임 이전, 맨유 상대로 3승 1무 무패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던 과르디올라였다.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는 비록 2016/17 시즌 리그 컵 4라운드에서 맨유에게 0-1로 패하면서 탈락하긴 했으나 EPL에선 4승 1무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승리와 함께 EPL 역사상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3연승을 올린 감독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맨유 천적 과르디올라가 부임하면서 맨시티가 진정한 맨체스터의 새 주인으로 등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EPL 맨유 원정 최다 승 TOP 3

1위 맨시티: 7승(5무 10패)
2위 첼시: 6승(10무 10패)
3위 리버풀: 5승(6무 16패)
4위 웨스트 브롬: 3승(3무 6패)
4위 미들스브러: 3승(3무 8패)
4위 아스널: 3승(8무 16패)
4위 토트넘: 3승(3무 2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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