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James Man Utd GFXGetty/Goal

'솔샤르 첫 영입' 제임스, 장기적인 성공? 혹은 즉흥적인 도박?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부 경험이 전무한 웨일스 대표팀 신예 측면 미드필더 다니엘 제임스를 영입했다. 그의 영입은 실리적인 선택일까? 아니면 무모한 도박에 가까울까?

맨유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임스 영입을 발표했다. 이적료는 일시불 1500만 파운드(한화 약 227억)에 옵션 300만 파운드(한화 약 45억)가 포함되어 있고, 계약 기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맨유 지휘봉을 잡고 데려온 첫 영입이었기에 한층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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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James


# 흔한 이름의 그대, James Who?

다니엘 제임스. 성과 이름 모두 영국에선 매우 흔한 이름이다. 마치 한국으로 따지자면 김철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선수도 아니다. 그는 2018/19 시즌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그것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도 아닌 2부 리그에 해당하는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했고, 그마저도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뽑힐 만한 활약상을 펼친 것도 아니었다. 아마 지금도 영국에서 제임스를 아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유망주군으로 따져보더라도 그는 2부 리그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었다. 애스턴 빌라의 잭 그릴리시와 노리치 시티 좌우 측면 수비수 자말 루이스와 맥스 아론스, 그리고 첼시에서 임대로 뛰고 있는 메이슨 마운트(더비 카운티)과 타미 아브라함(애스턴 빌라)이 2부 리그에서 주목받는 유망주들이었다.

이렇듯 맨유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그마저도 2부 리그 출전 경기 33경기에 출전해 4골 7도움에 그치고 있는 유망주를 위해 무려 1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이름값으로 놓고 보면 EPL을 대표하는 명문 맨유답지 않은 선수에게 다소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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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프로 데뷔가 다소 늦었을 뿐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선수이다. 실제 그는 2018년만 하더라도 챔피언십 16경기에 출전해 1골 3도움에 그치고 있었으나 2019년 들어 챔피언십 17경기에 출전해 3골 4도움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단 챔피언십에서만이 아니라 그는 질링엄과의 FA컵 4라운드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팀의 4번째 골을 어시스트(4-1 승)한 데 이어 브렌트포드와의 5라운드 경기에선 53분경 역전골을 넣으며 4-1 대역전승을 견인했다. 비록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8강전에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을 연출했다(2-3 패). 이 경기에서 제임스가 기록한 드리블 돌파 횟수는 2회로 맨시티 돌격대장 르로이 사네(3회) 다음으로 많았다.

게다가 지난 3월 24일에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유로 2020 지역 예선 E조 개막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웨일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맨시티전과 대표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4월을 기점으로 챔피언십 마지막 8경기에서 2골 3도움을 올리면서 뜨거운 시즌 막판을 보낸 제임스였다.

Daniel JamesSquawka Football


# 기존 맨유 선수들과는 정반대의 선수

그러면 제임스는 어떤 특징을 가진 선수일까? 그는 사실 기술적인 면에선 크게 특출난 부분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도리어 투박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의 경기당 드리블 성공 횟수는 경기당 1.3회로 공동 24위에 해당하고, 경기당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횟수는 1.2회로 공동 56위에 위치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무하메드 베시치(미들스브러)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제이든 보글(더비 카운티) 같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제임스이다.

하지만 그는 매우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순간 최고 속도는 36km/h로 프랑스가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어 킬리앙 음바페와 동일한 순간 최고 속도이다. 최고 속도를 측정한 이래로 따져보더라도 아르옌 로벤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록한 37km/h와 그의 롤모델이기도 한 가레스 베일이 전성기에 기록한 36.9km/h 정도만이 그보다 빠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고, 수비 가담도 상당히 성실하게 해준다. 이는 맨시티와의 FA컵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감행하면서 맨시티를 괴롭혔다. 성실하면서도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다는 게 그를 둘러싼 평가들의 대부분이다.

실제 맨유의 전설적인 측면 미드필더로 현재 웨일스 대표팀에서 제임스를 지도하고 있는 긱스는 제임스에 대해 "그는 좌우 측면에서 모두 뛸 수 있고, 지능적인 선수이다. 게닥 열심히 뛰면서 궂은 일도 도맡아하는 좋은 팀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그의 실력에 대해 물을 필요도 없다. 그의 스피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 정도 스피드와 재능이 있다면 어디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기존 맨유 측면 공격수들과는 구별되는 부분이다. 맨유 측면 공격수들은 하나같이 게으르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맨유 왼쪽 측면 공격수 앙토니 마르시알은 매경기 가장 적은 활동량(90분 환산 경기당 8.4km)과 가장 적은 전력질주(90분 환산 경기당 10.9회)를 기록하는 게으른 유형의 공격수이다. 알렉시스 산체스 역시 신체 능력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활동량과 전력질주 횟수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맨유는 이번 시즌 EPL에서 가장 활동량과 전력질주 횟수가 적은 팀에 속했다. 실제 3월 중순 기준 맨유의 활동량은 3240.6km로 카디프 시티와 브라이턴에 이어 3번째로 적었다. 전력질주 횟수는 3096회로 뒤에서 7번째였다. 맨유보다 활동량과 전력질주가 모두 적은 팀은 브라이턴(3176.7km, 2846회)이 유일했다.

이에 맨유 전임 감독인 주제 무리뉴는 "현재 맨유에는 미친개와 심장이 없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던 바 있다. 현 감독 솔샤르 역시도 "현재 맨유엔 열정이 부족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점에서 미친 듯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유형의 제임스는 맨유에선 보기 드문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 맨유의 도박, 성공으로 이어질까?

원래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빨리 뛰고 많이 뛰는 팀의 전형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 시간에 많은 골들을 양산해내면서 성공가도를 이어나갔다.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긱스 같은 화려한 드리블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으나 그 뒤에는 데이빗 베컴과 박지성, 오언 하그리브스 같이 많이 뛰면서 보조해주는 선수들이 있었다.

이에 솔샤르 감독 역시 시즌이 끝나자 "선수들 모두 개별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받았다. 7월 1일 재소집 이전까지 선수들이 모든 준비를 갖춰오길 바란다. 협박은 아니지만, 만약 누구든 7월 1일 소집 때까지 신체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함께 전지훈련에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만을 원한다"라고 경고했다.

맨유는 그 동안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팀에 꼭 필요한 유형의 선수가 아닌 스타플레이어 영입에만 집중하면서 균형이 잡힌 팀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것이 맨유가 최근 3년 동안 활동량과 전력질주에서 가장 약점이 있는 팀으로 자리잡게 된 원인이었다.

게다가 맨유는 2018/19 시즌 EPL 6위에 그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즉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는 데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이것이 맨유가 다소 무명에 가까운 어린 선수들을 영입해 내실을 다지려는 이유이다. 다만 검증도가 부족한 선수들로 팀을 개편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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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전설 퍼거슨 감독은 1992/93 시즌과 1993/94 시즌 EPL 2연패를 달성했음에도 1994/95 시즌 블랙번 로버스에게 우승을 내주면서 2위에 그치자 1995년 여름, 폴 인스와 마크 휴즈, 안드레이 칸첼스키 같은 베테랑 선수들을 이적시키면서 1992년 FA 유스컵 우승 주역이었던 긱스와 베컴, 폴 스콜스, 네빌 형제(게리 & 필), 니키 버트 같은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당시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로 영국 공영방송 'BBC' 해설위원이었던 앨런 핸슨은 "아이들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라고 조롱했으나 퍼거슨의 아이들은 황금기를 구가하면서 세간의 평가를 뒤집은 바 있다. 이에 영국 언론들은 퍼거슨의 아이들을 일컬어 '클래스 오브 92'라고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이런 점에서 솔샤르의 여름 첫 영입이 제임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보단 성실하면서도 잠재력이 있는 유망주들을 영입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만들어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솔샤르는 "리빌딩을 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여름에만 6~7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단계별로 리빌딩을 해나가야 한다. 새로 영입되는 선수들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고, 잘 맞는 선수여야 한다. 이미 만들엊니 선수보다는 오랜 기간 맨유에서 보낼 선수를 원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솔샤르는 다소 도박에 가까운 영입을 감행했다. 그의 선택이 과거 퍼거슨의 클래스 오브 92 때처럼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시간이 대답해줄 것이다.

제임스 "난 매일 배우길 바란다. 난 항상 더 많은 걸 열망하고 있고 배움에 굶주려 있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부정적으로 말하곤 하지만 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6개월이 걸리건 2년이 걸리건 난 항상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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