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시즌 초반 기대 이하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와 AC 밀란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연신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스포츠 격언 중 하나다. 일시적인 부진은 있더라도 전력이 좋은 팀은 언젠가는 다시 올라간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팀에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 역시도 올라갈 선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두 골키퍼가 있다. 바로 맨유 골키퍼 데 헤아와 밀란 골키퍼 돈나룸마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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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데 헤아부터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그는 지난 시즌 환상적인 골키핑을 구사하며 맨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위 등극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맨유가 고질적인 수비 불안 속에서도 28실점으로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27실점)에 이어 EPL 최소 실점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데 헤아의 공이 컸다. 당연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데 헤아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그가 이케르 카시야스의 뒤를 이어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포르투갈과의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정면으로 날아온 슈팅을 놓치면서 3-3 무승부에 있어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흔들리기 시작한 그는 개최국 러시아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단 하나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스페인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월드컵 총 4경기에서 6실점을 허용하는 동안 그가 선방한 슈팅은 단 1회가 전부였다(이는 월드컵 참가 골키퍼들 중 최소 선방에 해당한다). 당연히 대회가 끝나고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월드컵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긴 그는 시즌 초반 맨유에서도 지난 시즌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EPL 8라운드를 소화하는 동안 선방률 64.1%에 그치며 무려 14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스페인 현지에선 데 헤아가 아닌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를 주전 골키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9라운드부터 서서히 기량을 회복해 나간 그는 전임 감독 주제 무리뉴가 경질되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토트넘과의 22라운드 경기에선 무려 11회의 선방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EPL 전체 골키퍼들을 통틀어 한 경기 최다 선방 기록을 수립했다. 데 헤아의 속칭 미친 선방쇼 덕에 패할 경기를 1-0으로 승리한 맨유이다.
Getty Images그의 활약상은 지난 주말, 레스터 시티와의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60분경, 레스터 간판 공격수 제이미 바디의 오버헤드 킥을 막아내고선 빠른 2차 동작으로 쇄도해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보다 먼저 볼을 잡아냈다. 이어서 76분경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라치드 게잘의 골과 다름 없는 프리킥을 손끝으로 선방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무려 6회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며 1-0 승리를 견인한 데 헤아였다.
데 헤아는 무리뉴 감독 체제에선 EPL 17경기에서 28실점을 허용하는 동안 61회의 선방을 기록하며 68.5%의 선방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선방률로 따지면 EPL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솔샤르 감독 체제에선 EPL 8경기에서 29회의 선방을 기록하면서 단 7실점 만을 허용하며 무려 80.6%에 달하는 높은 선방률을 자랑하고 있다. 데 헤아 덕에 솔샤르 감독 부임 후 맨유가 7승 1무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인해 여전히 선방률은 72%로 리버풀 수문장 알리송(77.4%)과 토트넘 주장 우고 요리스(72.4%)에 이어 3위지만 선방 횟수는 90회로 EPL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선방률 1위 탈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유와 데 헤아의 계약이 종료된다. 당연히 맨유 구단은 그와의 재계약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맨유 팬들 역시 SNS를 통해 "데 헤아 없는 맨유는 강등권팀", "데 헤아에게 모든 돈을 다 줘라"라는 글들을 남기면서 재계약을 촉구하고 있다.
GOAL하지만 데 헤아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밀란 유스 프로젝트가 배출한 차세대 대형 골키퍼 돈나룸마이다. 2015년 10월 25일, 사수올로와의 경기에서 만 16세의 나이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데뷔 시즌(2015/16)에 30경기 출전해 73.9% 선방률을 자랑하며 새로운 밀란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이어진 2016/17 시즌, 그는 세리에A 최다 선방(146회)를 기록하며 76.4%라는 화려한 선방률을 기록하며 이제 만 17~18세에 불과한 나이에 이탈리아 최정상급 골키퍼로 우뚝 섰다. 그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가득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2017년 여름에 발생했다. 밀란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슈퍼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를 앞세워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실패 시 1000만 유로(한화 약 130억)라는 헐값의 바이아웃 추가 조항을 재계약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많은 잡음을 일으킨 것.
우여곡절 끝에(밀란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그리스 리그 아스테라스 트리폴리 소속이었던 그의 형 안토니오 돈나룸마를 영입했다) 그는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구단 최고 연봉인 600만 유로(한화 약 78억)를 수령하는 고액의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밀란에 잔류했으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밀란 팬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그는 2017/18 시즌 선방률 68.4%에 그치며 기대치 대비 다소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이는 애교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 초반 돈나룸마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면서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세리에A 10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그는 단 17회 선방만을 기록한 채 14실점을 허용하며 54.8%라는 처참한 선방률을 기록했다. 경기당 선방 횟수는 물론 선방률 역시 세리에A 골키퍼들 중 최하위였다. 심지어 단 한 경기도 무득점이 없었다. 당연히 밀란 팬들 사이에선 돈나룸마의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강력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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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디네세와의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회의 슈팅을 선방하며 1-0 승리에 기여한 그는 이후 환상적인 선방쇼를 연신 펼치며 밀란의 구세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모두 6회 이상의 선방을 펼치며 단 1실점 만을 허용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는 돈나룸마이다.
지난 주말, 로마 원정에서도 돈나룸마의 선방이 빛을 발했다. 15분경 로마 간판 공격수 에딘 제코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선방해낸 그는 35분경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로마 공격형 미드필더 니콜로 차니올로의 날카로운 슈팅을 막아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 로마 측면 공격수 파트릭 쉬크의 골과 다름 없는 헤딩 슈팅을 몸을 날려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손끝으로 쳐낸 그는 빠른 2차 동작으로 제코의 리바운드 슈팅마저 선방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70분경에도 제코의 헤딩 슈팅을 막아낸 돈나룸마이다. 결국 밀란은 돈나룸마가 6회의 선방을 해준 덕에 1-1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기록만 보더라도 최근 돈나룸마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세리에A 12경기에서 무려 49회의 선방을 기록하며 단 7실점 만을 허용하고 있다. 선방률은 무려 87.5%에 달한다. 10라운드까지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겠다.
Getty당연히 현재 돈나룸마의 이번 시즌 세리에A 선방률은 무려 75.9%까지 치솟았다. 이제 그보다 더 높은 선방률을 기록하고 있는 골키퍼는 인테르 수문장 사미르 한다노비치(80.2%)와 유벤투스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77.6%) 둘 밖에 없다. 최근의 기세만 놓고 보면 조만간 선방률 1위 등극도 노려볼 수 있는 돈나룸마이다.
밀란 역시 돈나룸마의 활약 덕에 최근 세리에A 5경기 무패(2승 3무)를 기록하며 챔피언스 리그 마지노선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나폴리와 로마로 이어지는 힘든 일정을 무승부로 버텨내는 데 성공한 밀란이다. 게다가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돈나룸마의 선방쇼에 힘입어 난적 삼프도리아(세리에 6위)를 승부차기 끝에 꺾은데 이어 나폴리(2위)를 2-0으로 꺾으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렇듯 데 헤아와 돈나룸마가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최근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을 매번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뛰어난 골키퍼의 존재만큼 팀에서 든든한 존재도 없다. 이들의 선방쇼가 지속될수록 해당 팀들이 목표하는 성적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골키퍼 부폰의 말마따나 축구는 골키퍼가 모든 슛을 막아내면 지는 일은 없는 스포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