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에이스 라힘 스털링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오른쪽 측면 수비수 아론 완-비사카에게 꽁꽁 묶이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자연스럽게 스털링의 맨유전 무득점 기록은 무려 20경기로 연장됐다.
맨시티가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9라운드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2009/10 시즌 이후 정확하게 10년 만에 단일 시즌 맨체스터 더비 EPL 2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경기에서 맨유는 수비적인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투톱으로 앙토니 마르시알과 다니엘 제임스가 섰고, 이선에서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브랜던 윌리엄스와 아론 완-비사카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네마냐 마티치와 프레드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으며, 해리 매과이어를 중심으로 루크 쇼와 빅토르 린델뢰프가 스리백을 형성했다. 골문은 언제나처럼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3명의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2명,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한 상당히 수비적인 전형으로 맨시티전에 나선 맨유이다. 중앙 수비수 3명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맨시티의 페널티 박스 침투를 저지했다. 대놓고 선수비 후역습을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로 인해 맨유는 점유율에선 28대72로 크게 열세를 보였으나 단단한 수비벽으로 맨시티의 공세를 완벽하게 제어하면서 효과적인 역습으로 맨시티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덕에 정작 슈팅 숫자에선 12대7로 맨유가 맨시티에 확연하게 앞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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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정작 공격에 있어서 문제를 노출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플레이메이커 케빈 데 브라위너의 부상 공백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필 포든을 측면 공격수로 배치한 것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무엇보다도 맨유만 만나면 작아지는 에이스 스털링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스털링은 이 경기에서 무려 22회에 달하는 소유권을 잃어버렸다. 이는 출전 선수들 중 최다에 해당한다. 심지어 가로채기 당한 횟수(5회)와 볼터치 실수 횟수(5회)도 최다였다. 당연히 볼 경합 승률은 26.7%로 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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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7분경, 스털링은 측면에서 볼을 끌다가 완-비사카에게 저지 당하면서 커버를 들어온 프레드에게 가로채기를 당했다. 36분경엔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다 완-비사카의 태클에 저지됐다. 그나마 스털링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이는 데 헤아 골키퍼의 선방이 막히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엔 철저히 완-비사카에게 잡히면서 평소답지 못한 부진을 보인 스털링이다.
반면 스털링을 대인 수비하던 완-비사카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쳐보였다. 태클은 8회로 출전 선수들 중 독보적인 최다였고, 더 놀라운 건 태클 성공률이 100%였다는 데에 있다. 볼 경합 횟수는 13회로 맨유 선수들 중 최다였고, 볼 경합 승률 역시 무려 84.6%에 달했다. 그 외 가로채기 3회와 걷어내기 1회를 기록하면서 스털링을 꽁꽁 묶은 완-비사카였다.
문제는 스털링의 맨유전 부진이 이 경기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2012년 3월 24일, 위건과의 경기를 통해 리버풀에서 프로 데뷔한 스털링은 2012/13 시즌 EPL 5라운드를 통해 처음으로 맨유를 만났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리버풀에서 맨유 상대로 EPL 6경기와 리그 컵 1경기에 출전했으나 득점은 고사하고 도움도 올리지 못하면서 맞대결 성적도 2승 5패에 그쳐야 했다.
2015년 여름, 맨시티로 이적했으나 여전히 그는 맨유 상대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맨시티 소속으로 맨체스터 더비에 EPL 10경기와 리그 컵 3경기에 나섰으나 무득점 행진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고, 도움만 2개 기록했을 뿐이다. 리버풀 시절까지 포함하면 맨유 상대 20경기 무득점을 이어오고 있다. 비단 이번 시즌 완-비사카만이 아닌 이전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 루크 쇼, 마테오 다르미안, 디오구 달로트 같은 다양한 맨유 측면 수비수들을 만나면서도 언제나 어김없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스털링이다.
맨유가 마지막으로 EPL에서 우승을 차지한 2012/13 시즌 이후 이번 시즌 현 시점까지 무려 7시즌 동안 맨시티가 맨유보다 더 높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맨체스터의 하늘은 파랗다(맨유의 고유색이 빨간색이고 맨시티의 고유색이 파란색이기에 맨시티가 맨체스터의 주인이라는 걸 은유하는 표현이다)' 말이 통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맨체스터 더비에선 스털링이 있는 5시즌 동안 5승 2무 6패로 근소하게나마 열세를 보이고 있다. 맨시티가 단순히 EPL 순위만이 아닌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스털링의 분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