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떠난 에반스, 다시 '인기남' 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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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Goal
약체 WBA 수비수 조니 에반스, 맨유에서 밀린지 2년 6개월 만이 빅클럽 재진출 유력해진 이유는?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불과 2년 6개월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설 자리를 잃고 떠난 웨스트 브롬(WBA) 수비수 조니 에반스(30)가 빅클럽 재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반스는 지난여름 이적시장부터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에 포진한 빅클럽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반스의 전 소속팀 맨유는 물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아스널 등이 일제히 그를 영입하는 데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토니 퓰리스 WBA 감독은 핵심 자원으로 신임한 에반스 이적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일단 에반스는 WBA에 잔류하며 이적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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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 시즌 WBA이 성적 부진 탓에 퓰리스 감독을 경질하는 등 부침을 겪자 이달 다시 열린 이적시장에서 에반스가 떠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현재 WBA는 프리미어 리그의 강등권인 19위로 주저앉아 있다. 더욱이 에반스는 내년 여름 WBA와 계약이 종료된다. WBA가 강등 위기에 직면한 데다 선수 본인 또한 현재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WBA가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에반스를 보내고 최대한 많은 이적료를 받아낼 시기는 바로 지금 열려 있는 겨울 이적시장이다. 그러자 지난여름 에반스를 영입하려 한 맨시티와 아스널이 다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현재 거론되는 에반스의 이적료다. 그는 지난 2015년 여름 이적료 단 6백만 파운드에 맨유를 떠나 WBA로 이적했다. 한때 빅클럽 주전급 수비수로 활약한 28세 선수의 이적료로 6백만 파운드는 꽤 낮은 액수다. 그러나 이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언론을 통해 밝혀진 에반스의 예상 이적료는 약 2천5백만 파운드.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이미 WBA와의 결별이 어느 정도 결정된 에반스는 최근 맨시티 구단 관계자와 만나 이적을 논의했다. 이에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돈으로 경쟁해야 한다면 맨시티를 이길 수 없다"며 부담을 나타내기까지 했다.

# 펩과 벵거가 에반스를 원하는 결정적 이유, 라인 올린 수비와 백스리 경험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굳히기에 나선 맨시티와 4위권 복귀를 노리는 아스널이 불과 두 시즌 전 빅클럽 맨유에서 입지를 잃고 WBA행을 택한 에반스 영입을 시도 중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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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그의 '백스리' 경험이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매 경기는 물론 경기 도중에도 수시로 백포와 백스리로 수비라인 진용을 변경하는 전술가. 벵거 감독은 아예 지난 시즌 중반부터 백스리를 골자로 한 3-4-3 포메이션을 주로 가동하고 있다. WBA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치른 22경기 중 7경기에서 백스리(3-5-2)를 가동했다. 에반스는 백포와 백스리를 가리지 않고 WBA 수비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벵거 감독이 올겨울 에반스 영입을 노리는 이유도 다양한 수비 전술을 자유자재로 소화한 그의 풍부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유는 에반스의 수비 성향이다. 올 시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단독 선두에 오른 맨시티는 물론 아스널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달 맨시티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올 시즌 맹활약을 극찬하며 "중앙 수비수가 우리 골문보다 40미터나 앞선 위치에 배치돼 뛰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게 매우 많다. 그러나 니코(오타멘디의 애칭)는 경기의 흐름을 읽고, 어디로 패스를 해줄지를 훌륭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수비 진영보다 높은 지점에서 상대 공격을 제어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Jonny Evans

[그림] 올 시즌 WBA 수비수 조니 에반스와 아흐메드 헤가지가 동반 선발 출전한 19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포지션. 에반스가 파란색, 헤가지는 노란색.

평균 포지션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한 시간 동안 기록한 모든 '액션(action)'이 일어난 평균 위치를 뜻한다. 여기서 '액션'은 패스, 슛, 헤더 등 볼 소유 시 기록되는 터치 외에도 태클, 가로채기 등 수비적 플레이까지 포함한다. 에반스는 올 시즌 WBA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치른 22경기 중 19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 중 그의 평균 포지션이 수비 진영(경기장을 삼등분해서 나눴을 때 맨 아래 부분)에 머무른 건 단 2경기뿐이다. 에반스는 이 외 17경기에서 사실상 미드필드 진영에서 활동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대로 '문전보다 40미터 앞선 위치에서 뛰는 수비수'가 바로 에반스인 셈이다.

반면 헤가지는 대다수 경기를 WBA 페널티 진영 앞 구역에서 움직이는 전형적인 수비수로 소화했다. 

# 에반스, 빌드업 능력 처참한 WBA에서 고군분투 중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앙 수비수의 패스 능력을 중시하는 지도자라는 점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후방에서 효과적으로 공격을 전개해 차근차근 득점 기회를 만들어가는 '빌드업 축구'에 워낙 집착한 나머지 과거 바르셀로나를 이끈 2008-09 시즌 맨유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알베스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게 되자 그의 자리에 카를레스 푸욜을 배치하고, 중앙 미드필더 야야 투레를 중앙 수비수로 중용했다. 이와 비슷하게 벵거 감독 역시 기본적으로 중앙 수비수의 패스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 올 시즌 웨스트 브롬 중앙 수비수 패스 성공률
(패스 성공률 - 선수)

80.9% - 에반스
75.6% - 헤가지
67.9% - 도슨
65.5% - 맥컬리

올 시즌 WBA에서 에반스의 패스 성공률은 80.9%로 중앙 수비수치고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성적 부진을 거듭한 WBA의 팀 평균 패스 성공률은 단 73.5%로 프리미어 리그를 통틀어 끝에서 네 번째인 17위다. 중앙 수비수는 평균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타 포지션보다는 자연스럽게 패스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WBA 중앙 수비수 중 올 시즌 패스 성공률이 80%가 넘는 건 에반스뿐이다. 만약 에반스가 WBA보다 팀 전력은 물론 술 완성도가 훨씬 더 높은 맨시티나 아스널로 이적한다면 그의 패스 성공률은 80% 후반대다 90%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에반스는 맨유에서 활약한 시절 빼어난 공격 전개 능력을 자랑했다.

# 조니 에반스 시즌별 패스 성공률
(시즌 - 패스 성공률)

10/11 - 84.2% (이하 맨유)
11/12 - 90.1%
12/13 - 89.3%
13/14 - 87.3%
14/15 - 85.1%
15/16 - 75.1% (이하 WBA)
16/17 - 80.3%
17/18 - 80.9%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는 팀의 중앙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이 외 능력은 바로 '롱볼' 연결 능력이다. 가까운 공간으로 찔러주는 짧은 패스만큼이나 후방에서 단숨에 전방으로 찔러주거나 공격 방향을 반대편으로 전환해주는 롱볼은 빌드업 축구의 필수 조건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라파 마르케스, 헤라르드 피케 등에게 이와 같은 지시를 내렸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제롬 보아텡이 후방에서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도 붙박이 주전 수비수 로랑 코시엘니가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중앙 수비수 중에서는 알피 머슨(스완지, 116회), 루이스 덩크(브라이튼, 101회) 다음으로 롱볼 성공 횟수가 가장 많다. 에반스는 현재 프리미어 리그 하위권 팀에서 활약 중인 선수 중 많은 롱볼을 구사하면서도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할 만한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다. 에반스와 함께 WBA 중앙 수비수로 활약 중인 헤가지가 더 많은 롱볼을 연결하긴 했지만, 그의 롱볼 성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 올 시즌 WBA, 아스널, 맨시티 중앙 수비수 롱볼
(롱볼 성공 횟수 - 성공률 - 선수 - 팀)

91 - 67.4% - 코시엘니 - 아스널
84 - 66.6% - 오타멘디 - 맨시티
71 - 47.3% - 헤가지 - WBA
58 - 53.4% - 에반스 - WBA
39 - 48.1% - 몬레알 - 아스널
38 - 70.7% - 스톤스 - 맨시티
35 - 73.5% - 콤파니 - 맨시티
33 - 44.0% - 무스타피 - 아스널
26 - 29.5% - 도슨 - WBA

# 레반도프스키도 잡아낸 에반스의 빅클럽 재도전 의지

두 시즌 전 맨유를 떠나며 잊힌 존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던 에반스가 지난 시즌부터 다시 빅클럽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북아일랜드 대표팀과 함께 출전한 EURO 2016에서 펼친 활약 덕분이다. 당시 북아일랜드는 폴란드를 상대로 C조 1차전 경기를 치렀다. 마이클 오닐 북아일랜드 감독은 이 경기에서 에반스에게 폴란드를 대표하는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전담 수비를 주문했다. 북아일랜드는 이날 폴란드에 0-1로 패했지만, 에반스의 철통 수비에 막힌 레반도프스키는 단 한 차례의 슈팅과 드리블 돌파도 기록하지 못한 채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긴 횟수 기록을 뜻하는 디스포제션(dispossession)만 7회나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북아일랜드는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운 폴란드의 화력을 1골로 제한하며 C조 3위에 머무르고도 골득실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에반스는 2015년 여름 맨유를 떠나기로 택한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에반스는 당시 맨유에서 쫓겨나다시피 헐값에 WBA로 이적한 게 아니었다. 에반스는 과거 자신을 맨유의 주전급 수비수로 신임해준 알렉스 퍼거슨 前 감독의 애정어린 조언에 따라 WBA 이적을 결심했다. 에반스는 작년 3월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퍼거슨 감독은 나와 골프를 함께 치며 내게 모든 걸 설명해줬다. 그는 자신과 친한 친구인 토니 퓰리스 감독에게 나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에게 많이 고맙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에반스가 맨유에서 마지막으로 활약한 2014-15 시즌 자신을 신임하지 않은 루이 판 할 감독으로부터 정상급 수비수로 재도약할 만한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에반스는 "그때 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판 할 감독에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걸 배웠다. 그에 대해 안 좋은 평가가 많다는 사실을 알지만, 내 선수 경력을 통틀어도 당시 한 시즌간 그에게 배운 것만큼 많은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나는 판 할 감독을 통해 위치 선정과 팀 전술 안에서 기능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어 리그 정상, 강등권, 그리고 자국 대표팀에서 주요 국제무대 경험을 두루 쌓은 에반스는 과거의 부침을 교훈삼아 빅클럽 재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과거 지역 일간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를 통해 "(맨유 시절) 데뷔 초기처럼 모든 게 쉽게 이뤄질 것으로 착각하며 현실에 안주한 게 문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날을 돌아보면 맨유와 같은 대형 구단에도 한두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어린 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본인이 데뷔 초기에 그런 성공을 경험하면, 나는 무언가 다르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내가 지나치게 안주했었던 것 같다"며 자신이 안일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에반스는 올겨울 빅클럽 재진출이 유력해 보인다. 그를 노리는 맨시티는 오타멘디 외 모든 중앙 수비수 자원이 부상에 시달리며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백스리 전술을 골자로 하는 아스널에서 주전급 중앙 수비수로 꼽을 만한 선수는 코시엘니, 슈코르단 무스타피, 나초 몬레알 정도다. 에반스는 맨시티나 아스널의 중앙 수비진 선수층을 넓혀줄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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