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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마드리드 원정 역전승 연출한 4가지 포인트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펩 과르디올라의 변칙적인 전술 가동과 케빈 데 브라위너와 가브리엘 제수스, 일카이 귄도간, 그리고 교체 출전한 라힘 스털링의 활약에 힘입어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2-1로 승리했다.

맨시티가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열린 레알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맨시티이다.

이번 경기 승리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과거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적인 감독 오트마르 히츠펠트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열린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2승을 올린 감독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도 역전승을 거둔 건 2009년 10월 AC 밀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말 그대로 원정 팀들에겐 무덤이나 마찬가지인 베르나베우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기적을 연출한 맨시티이다.

그러면 맨시티가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몇가지 개별적 포인트들을 정리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1. 펩, 시메오네 전술 차용하다

가장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레알 원정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는 데에 있다. 원래 과르디올라 감독은 요한 크루이프의 철학을 이어받고 있는 인물로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 패스에 있어 중요한 건 바로 삼각 대형에 있다. 이는 삼각 대형을 이루어야 지속적인 짧은 패스를 통한 전진이 가능하기 때문. 그러하기에 과르디올라는 주로 4-3-3 내지는 4-1-4-1을 선호한다.

게다가 또 한가지 놀라운 선택은 최전방 공격수인 제수스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려갔고,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와 데 브라위너가 투톱으로 전진 배치됐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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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컵 준결승 1차전에 깜짝 가동했던 전술이다. 당시 베르나르두와 데 브라위너가 투톱으로 나섰고, 라힘 스털링과 리야드 마레즈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이번엔 부상에서 갓 돌아와서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스털링 대신 제수스가 선발 출전한 것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전술적인 접근법에 있었다. 종전까지 과르디올라 감독은 간헐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더라도 공격 축구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라인을 내리면서 두줄 수비에 기반한 역습 축구로 나섰다. 말 그대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표 4-4-2를 들고 나왔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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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르디올라 입장에선 본인이 고수하던 철학을 완전히 깬다는 걸 의미한다. 1978년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견인했던 전설적인 명장 세자르 루이스 메노티는 "축구에는 크게 우파 축구와 좌파 축구가 있다. 우파 축구는 인생은 투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희생을 강요한다. 선수들은 강철이 되어야 하고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승리만을 지향하고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규율로 선수들을 옭아맨다. 반면 좌파 축구는 민중의 곁에 있다. 풍만하고 예술적이며 숭배받는 축구야말로 좌파 축구이고, 나 역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좌파 축구와 함께 있다"라고 축구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한 바 있다. 과르디올라는 이 형태로 분류하면 전형적인 좌파 축구 신봉자이다. 하지만 그가 현대 축구에서 우파 축구의 두목격에 해당하는 시메오네의 축구를 구사한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인 접근법은 60분경 선제 실점을 허용하기 전까지 나름 재미를 봤다. 점유율에선 전반전까지 49대51로 매우 근소하게 열세를 보였으나 슈팅 숫자에선 도리어 10대4로 2배 이상 많았다. 레알에게 슈팅 기회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역습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해낸 것. 실제 레알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두 차례 선방(20분경 제수스의 슈팅과 56분경 마레즈의 슈팅)과 전반 종료 직전 카세미루의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걷어낸 결정적인 수비가 없었다면 선제골의 주인공은 맨시티가 됐을 것이다.


2. 교체 카드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레알이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59분경, 맨시티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위험 지역에서 레알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에게 가로채기를 당했고, 맨시티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가 주춤한 틈을 타 레알 측면 공격수 비니시우스가 빠른 스피드로 루즈볼을 잡아선 패스를 내준 것. 이를 이스코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반박자 빠른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레알이 리드를 잡아나갔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73분경, 베르나르두를 빼고 라힘 스털링을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제수스가 최전방에 올라갔고, 스털링과 마레즈가 좌우 측면 공격수로 이동하면서 원래 맨시티가 즐겨 사용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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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 교체는 완벽하게 통했다. 먼저 77분경 빠른 스피드로 상대 측면 뒷공간을 파고든 스털링은 일카이 귄도간의 롱패스를 받아 뒤로 패스는 내주었고, 이를 받은 데 브라위너가 크로스를 올린 걸 제수스가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서 81분경, 데 브라위너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은 빠른 스피드로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면서 레알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을 파울을 유도해내며 천금같은 페널티 킥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결국 데 브라위너가 차분하게 페널티 킥을 넣으면서 맨시티는 역전에 성공했다.

반면 레알의 교체 카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1-0으로 앞서고 있던 시점이었던 75분경, 비니시우스를 빼고 가레스 베일을 교체 출전시킨 것. 물론 비니시우스가 교체되기 직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베일이 위협적인 장면들을 연출해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자연스럽게 맨시티 선수들은 한결 편하게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고, 결국 2실점이 모두 베일의 교체 투입 이후에 나온 것이었다. 비니시우스가 마무리에선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장기인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로 맨시티의 측면 수비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77분과 82분)에 2실점을 허용하며 역전을 당하자 다급해진 지단 감독은 곧바로 모드리치와 이스코를 빼고 루카스 바스케스와 루카 요비치를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교체가 있고 곧바로 레알은 팀의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퇴장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결국 레알은 교체 출전시킨 공격 카드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한 채 남은 시간 내내 수적 열세 속에서 수비만 하다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에 아스널의 전설적인 감독 아르센 벵거 역시 '비인스포츠'에 출연해 "양 팀의 벤치 자원을 봤을 때 레알이 추가골을 넣는 것보다는 맨시티가 동점골을 넣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였다. 74분에 스털링이 베르나르두 대신 출전했고, 곧바로 비니시우스 대신 베일이 출전했다. 78분에 1-1이 됐고, 81분에 2-1이 됐다. 제수스가 중앙으로 가고 스털링이 측면으로 가면서 경기가 완벽하게 변했다. 솔직히 맨시티가 더 많은 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고, 그랬다면 레알은 재앙을 맞이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맨시티의 동점골이 들어가자 레알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3. KDB가 경기를 지배하다

역시 이 경기의 영웅은 데 브라위너였다. 그는 77분경 스털링의 패스를 받아 측면을 파고 들다 돌아서는 동작으로 레알 수비 두 명을 동시에 따돌린 후 정교한 크로스로 제수스의 헤딩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서 82분경엔 페널티 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맨시티가 최근 4번 연속으로 페널티 킥을 실축(제수스 2번, 귄도간 1번, 스털링 1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 브라위너의 페널티 킥 성공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는 데 브라위너 개인 통산 맨시티 소속으로 기록한 50번째 골이기도 했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투톱 파트너로 선발 출전한 베르나르두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면서 레알을 괴롭혔다. 20분경엔 스루 패스로 제수스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이는 쿠르투아 선방에 막혔다), 49분경엔 단독 돌파에 이은 패스로 마레즈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키패스 4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고, 드리블 돌파도 3회로 비니시우스-제수스와 함께 공동 1위였다.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데 브라위너이다.


4. 제수스, 활용폭을 넓혀나가다

제수스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제수스는 73분경까지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가 총 14회의 볼 경합을 가져갔고, 8회의 볼 소유권을 획득했으며, 2회의 태클과 2회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73분 이후 최전방으로 이동한 그는 헤딩 슈팅으로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86분경엔 카세미루의 백패스를 가로채면서 라모스의 퇴장을 이끌어냈다(제수스의 단독 돌파를 라모스가 뒤에서 잡아끌었기에 결정적인 득점 찬스였다는 점에서 퇴장이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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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제수스는 공격 쪽 포지션의 선수라고는 믿기기 어려운 95%의 패스성공률을 자랑했고, 슈팅 4회를 비롯해 드리블 돌파 3회와 키패스 3회를 기록하면서 데 브라위너와 함께 맨시티 공격을 주도했다.

제수스는 사실 득점에 있어 기복을 보이면서 맨시티 최전방 공격수라는 중책을 수행하기엔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득점 부진과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8강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면서 메이저 대회 9경기 무득점의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한 그는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전에 1골 1도움을 올린 데 이어 페루와의 결승전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브라질 대표팀에선 아예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고정되어 뛰고 있는 제수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맨시티도 제수스 측면 활용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5. 그 외

한편 이 경기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를 놓고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두 망디, 벤자맹(맨시티)과 페를랑(레알)의 맞대결로 경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결론은 개인만 놓고 보면 페를랑이 더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팀으로는 맨시티가 이겼다. 이에 축구 통계사이트 '스쿼카'는 "페를랑이 전투에서 이겼고, 벤자맹이 전쟁에서 이겼다"라고 평가했다.

이 경기에서 귄도간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귄도간은 79회의 패스를 시도해 76회를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배달하면서 96%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특히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가 50회에 달했다. 귄도간의 볼배급 덕에 맨시티가 수비적으로 나서면서도 효율성 높은 역습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수스의 동점골 역시 귄도간의 롱패스가 기점이었다. 56분경에도 환상적인 롱패스로 마레즈의 슈팅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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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에선 비니시우스와 페를랑에 더해 선제골을 넣은 이스코가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이스코는 2회의 슈팅이 모두 유효 슈팅이었고, 드리블 돌파 2회에 키패스도 1회를 기록했다. 맨시티의 두줄 수비 속에서 그래도 균열을 만들어낸 건 이스코였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믿었던 카세미루와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평상시에 비해 부진한 편에 속했다. 특히 카세미루는 백패스 실수로 라모스 퇴장의 빌미를 제공했고, 패스 성공률 역시 76.3%로 저조했다. 레알에서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는 토니 크로스가 선발 출전하지 않은 공백이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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