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카림 벤제마가 리오넬 메시 3년 천하를 깨고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 최우수 선수(디 스테파노 상)에 선정됐다. 이를 자축이라도 하듯 그는 그라나다전에 골을 추가하면서 라리가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레알 마드리드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구장에서 열린 그라나다와의 2020/21 시즌 라리가 15라운드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레알은 라리가 5연승 신바람 행진을 달리면서 1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승점 동률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골득실에서 아틀레티코가 +21로 레알 +13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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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레알은 지네딘 지단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벤제마를 중심으로 호드리구와 루카스 바스케스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를 중심으로 토니 크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페를랑 멘디와 다니 카르바할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이 중앙 수비수로 나섰으며, 티보 쿠르투가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그라나다전을 앞두고 레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벤제마가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서 주관하는 2019/20 시즌 라리가 올해의 선수상에 해당하는 '디 스테파노 상(스페인어로 Trofeo Alfredo di Stefano)'을 차지한 것. 이에 더해 지단 감독은 훌렌 로페테기 세비야 감독과 함께 라리가 감동상을 공동 수상했고, 티보 쿠르투아는 최우수 골키퍼에 해당하는 '사모라 상(스페인어로 Trofeo Ricardo Zamora)'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득점왕(Pichichi)'은 25골의 메시가 차지했다.
참고로 디 스테파노 상은 그 동안 바르셀로나 에이스 메시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2007/08 시즌, 라울이 초대 디 스테파노 상 수상자에 등극한 이래로 메시가 무려 7회를 차지하며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회 수상)가 레알에 있었을 땐 둘이 사이좋게 양분했으나 호날두마저 떠나자 메시가 3시즌 연속 디 스테파노 상을 독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침내 벤제마가 메시 3년 천하를 깨고 디 스테파노 상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극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벤제마는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득점 사냥에 나섰다. 원래 그는 이타적인 유형의 공격수이기에 평소 슈팅 숫자가 많은 편이 아니다. 호날두가 떠난 이후 본인 외에 골을 보장하는 선수가 레알에 전무하다시피 함에도(실제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 2위가 수비수인 라모스로 11골이었고, 공동 3위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카세미루와 크로스로 각각 4골씩을 기록했다. 벤제마 홀로 21골을 책임졌다. 도움도 8회로 팀 내 최다였다) 이번 시즌 경기당 슈팅 숫자가 그라나다전 이전까지 3.3회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선 무려 7회의 슈팅을 시도했다. 이는 벤제마가 이번 시즌 한 경기에 기록한 최다 슈팅에 해당한다.
벤제마를 중심으로 레알이 시종일관 공격을 주도했다. 슈팅 숫자에선 23대10으로 두 배 이상 많았고, 유효 슈팅에선 6대1로 크게 앞섰다. 특히 코너킥에선 8대1로 그라나다를 압도한 레알이었다. 하지만 레알은 전반 내내 이상할 정도로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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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3분 만에 호드리구의 패스가 뒤로 흐른 걸 벤제마가 감각적인 뒷발 터치로 받아내선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그라나다 수비수 헤수스 바예호 다리를 스치고선 옆그물을 강타했다. 25분경엔 발베르데의 가로채기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벤제마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수비 맞고 나갔다. 다시 전반 추가 시간에 벤제마가 측면으로 내주고선 발베르데의 땅볼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 역시 수비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알은 경기 시작하고 37분 만에 호드리구가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 카드 한 장(마르코 아센시오 투입)을 다소 이른 시간에 소진해야 했다.
후반 초반(후반 10분경)에도 레알은 아센시오의 감각적인 힐킥이 골대를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이어진 공격 찬스에선 크로스의 중거리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선방한 걸 아센시오가 잡아서 크로스를 연결한 걸 발베르데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재차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벤제마의 리바운드 슈팅은 골대를 넘어갔다. 하지만 레알은 곧바로 1분 뒤(후반 11분), 아센시오의 크로스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카세미루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골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어느덧 정규 시간 90분을 지나면서 1-0 스코어로 막을 내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이스코(후반 32분경 발베르데를 대신해 교체 투입)의 패스를 받은 벤제마가 볼을 몰고 가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선 골문 구석으로 깔아차는 정교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와 함께 디 스테파노 상 수상을 자축한 벤제마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벤제마는 그라나다전 골로 최근 라리가 3경기 연속 골(4골 2도움)을 넣으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이번 시즌 라리가 8골로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14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비야레알 공격수 헤라르드 모레노가 8골로 득점 단독 1위였다. 하지만 벤제마와 셀타 비고 에이스 이아고 아스파스가 15라운드에 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1위에 3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벤제마는 이미 5도움으로 아스파스에 더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측면 공격수 앙헬 코레아와 함께 도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세 선수 모두 15라운드, 도움 추가에 실패했다). 당연히 공격 포인트(골+도움)는 8개로 아스파스와 함께 공동 1위이다.
지난 시즌 레알이 우승을 차지하는 데에 있어선 라리가 전체 최소 실점(25골)을 기록한 수비와 공격에선 벤제마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호날두가 떠난 이후 레알 공격의 가장 역할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 게 바로 벤제마이다. 2019년 여름, 야심차게 영입한 에당 아자르가 연이은 부상으로 팀 공격에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레알이 2시즌 연속 라리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 중심엔 벤제마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 역대 디 스테파노 수상자
2007/08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
2008/09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09/10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0/11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1/1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2012/13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2013/14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2014/15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5/16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2016/17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7/18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8/19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19/20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