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문수 기자 =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은 어디일까?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물론 95년 전까지는 유럽 선수) 주어지는 발롱도르 위너 출신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했던 클럽은?
그러나 동시에 매년 부활할 것 같지만, 제자리걸음인 클럽은 과연 어디일까? 첫 문장만도 '축잘알'이라면 AC 밀란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 좀 하는 사람이라면, 팀 케미를 이유로 밀란을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어찌 표현들이 모두 과거형이다. 축구 기사에 웬 게임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밀란으로 팀을 맞춘 유저들. 각자 스쿼드를 잘 살펴보자. 왼쪽 풀백 한 명이랑 골키퍼 빼면 전부 레전드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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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밀란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먹고사는 팀 중 하나다. 그래서 혹자는 밀란의 화려했던 시절을 일컬어 '밀란 시절'이라고 부른다. 밀란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매년 최악을 경신하고 있으며, 언제쯤 부활할까 싶다가도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일 수도. 심지어 중국인 출신 구단주의 사기 행위 연루로, 구단 주인 자체가 엘리엇 펀드다. 언제든 팔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갑작스레 우중충한 밀란 얘기를 꺼내게 된 배경은 13년 전 오늘이 밀란의 마지막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날이기 때문이다. 2007년 메날두 강점기 이전,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 카카의 소속팀 또한 AC 밀란이었다. 결승전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상 하나만으로도 카카는 발롱도르 위너가 될 수 있었다.
2007년 5월 23일 밤. 그러니까 한국 시각으로는 24일 목요일 새벽. 밀란은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아테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200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결과는 2-1이었고, 득점자는 모두 필리포 인자기였다. 아차. 상대는 리버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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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 승리로 2년 전 밀란은 이스탄불 참사(밀란 기사니까)의 악몽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 밀란은 후반 막판 카윗에게 실점했지만, 더 골을 내주지 않았다.
밀란 우승 원동력은 두 개다. 일단 잘 막았다. 중앙 수비수가 네스타와 말디니였다. 게임이 아닌 실제였다. 공격진에는 카카가 있었다. 당시 카카는 특유의 '치달(치고 달리기)'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로 당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카카의 파트너는 위치 선정의 달인 필리포 인자기였다. 참고로 리그에서는 호나우두(참고로 이 시즌 호나우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을 소화했다. 당시 규정상 토너먼트에는 나서지 못했다)가 주로 활약했다.
미드필더진도 주시해야 한다. 안첼로티가 자랑하는 크리스마스트리 전술의 핵인 세도르프와 피를로 그리고 가투소가 모두 건재했다. 토너먼트에서는 허리 강화를 위해 암브로시니도 꽤 많이 중용됐다.
그렇게 밀란은 16강 셀틱전을 시작으로 8강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그리고 4강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해 리버풀을 2-1로 꺾었다. 특히 준결승전에 프리미어리그팀이 무려 3팀이나 있었음에도, 맨유와 리버풀을 차례로 무너 뜨리며 도장깨기에 성공했다.
다만 이후 밀란 행보는 조금 아쉽다. 2010년 여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하며, 2010/2011시즌 리그 챔피언을 달성했고, 2011/2012시즌에도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세대교체 실패와 방만한 운영 그리고 사기꾼 구단주라는 악재란 악재는 모두 맞이했다.
당시 밀란에 별명은 '노인정'이었다. 달리 말하면 세대교체 실패를 의미한다. 13년 전이 지난 지금 팬들은 추억한다. 그나마 '노인정'으로 불렸을 때가 좋았다고. 누구 말마따나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