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리그 MLS의 신상품, LA 더비 '엘 트라피코'

댓글()
LAFC
LAFC와 LA 갤럭시의 맞대결, '엘 트라피코' 현장을 가다

▲골닷컴이 찾은 MLS의 LA 더비 현장
▲전통의 명문 갤럭시 vs. 신흥 강호 LAFC
▲즐라탄과 벨라의 맞대결? 열기는 그 이상

[골닷컴, 미국 LA] 한만성 기자 = 지난 26일, 미국 LA에서는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의 두 명문구단이 격돌하는 '클래식 매치'가 성사됐다. 이는 현재 내셔널 리그 1위 LA 다저스와 아메리칸 리그 1위 뉴욕 양키스의 맞대결이었다. 미국 서부와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두 구단은 인터 리그(내셔널, 아메리칸 리그 팀들이 맞붙는 경기 일정)를 통해 흔치 않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MLB 평균관중 기록으로는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 중인 다저스(4만8880명) 팬들이 모처럼 양키스를 LA에서 볼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양 팀의 3연전 중 최종전으로 진행된 26일 경기에는 만원 관중 5만3828명이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일찌감치 매진된 이날 경기 티켓은 가장 저렴한 암표가 200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4만 원)에 달했다.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에 종료됐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El Trafico

# 야구, 농구, 미식축구의 나라 미국 스포츠 시장의 파이를 키운 MLS

다저스와 양키스의 경기가 종료된 지 30분이 지난 뒤, 다저 스타디움에서 단 8km 떨어진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서는 또 다른 '빅매치'가 열렸다. 이는 바로 프로축구 메이저 리그 사커(MLS)의 두 LA 팀 LAFC와 LA 갤럭시의 'LA 더비'였다. 미국에서 MLS의 인기는 MLB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유력 스포츠 매체 또한 이날 MLS의 LA 더비보다는 MLB의 클래식 매치를 더 조명했다.

그러나 LA 더비는 미국 대중의 관심을 덜 받았을 뿐 이날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을 찾은 2만2757명이 뿜어낸 열기는 팬들의 '느긋한 분위기'로 유명한 다저 스타디움보다 뜨거웠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실제로 이날 LAFC의 홈구장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에서 집계된 관중수는 최다 수용 인원 2만2000명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미국의 스포츠' 야구를 대표하는 두 팀이 만난 이날 같은 도시에서 열린 축구 경기 LA 더비는 티켓 가격 또한 가장 저렴한 암표가 165달러(약 20만 원), 최고 가격은 무려 1596달러(약 193만 원)에 이르렀다. 즉, 이 경기의 시장 가치는 다저스-양키스에 못지않았다.

이날 경기장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관중수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 LAFC 팬들은 경기 초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앞세워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친 갤럭시가 득점하는 순간에도 이날 90분 내내 부른 응원가를 단 0.1초도 멈추지 않았다. 특히 LAFC 서포터즈는 득점 후 자신들 앞으로 달려와 갤럭시 엠블럼을 가리키며 자축하는 상대 선수들 앞에서 더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이처럼 MLS의 LA 더비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스타 선수들이 모인 이벤트성 경기보다는 깊은 팬심이 뿌리를 이루고 있는 '진짜 축구 경기'의 느낌이 훨씬 더 강했다.

MLB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MLS가 이처럼 시장을 구축한 원동력에는 미국의 거대한 인구와 시장 규모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의 수도(entertainment capital)'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LA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MLB를 대표하는 두 구단의 경기가 막 종료된 일요일 저녁에 MLS가 이에 못지않은 빅매치를 개최한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이제 MLS도 탄탄한 소비자층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엘 트라피코'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LAFC

# LA 더비는 어떻게, 그리고 왜 '엘 트라피코'가 됐나?

미국 축구 팬들과 언론은 'LA 더비'를 '엘 트라피코(El Trafico)'라 부른다. 이는 얼핏 들으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클래식 더비를 일컫는 '엘 클라시코(El Clasico)'와 이름이 매우 흡사하다. LAFC의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과 갤럭시의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는 약 19km 거리를 두고 110번 주간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LA는 교통 체증이 극심한 도시다. 특히 110번 고속도로의 두 경기장을 사이에 둔 구간은 러시아워 시간대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현지 축구 팬들 두 팀의 더비를 유럽에서 가장 큰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엘 클라시코와 '교통 체증'을 뜻하는 단어인 '트래픽(traffic)'을 혼합해 '엘 트라피코'라 부르기 시작했다.

El Trafico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로 MLS의 원년 멤버이자 최다 우승 기록을 자랑하는 LA 갤럭시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다. 이처럼 갤럭시는 데이비드 베컴을 시작으로 랜던 도노번, 로비 킨, 스티븐 제라드,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 이브라히모비치로 이어지는 '대중성 있는 스타 계보'를 자랑하는 구단이다. 갤럭시는 2007년 베컴을 영입하며 이때까지 엄격하게 샐러리캡 제도를 고집한 MLS가 스타 선수 유입을 위해 지정 선수 제도(Designated Player rule)를 도입하게끔 유도한 구단이다.

반면 LAFC는 작년에 창단된 신생 구단이다. 그러나 LAFC는 지난 2018 시즌 서부지구 3위에 오르며 선전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LAFC는 MLS 서부지구 2위 솔트 레이크에 승점 18점 차로 앞서 있으며 통합 순위표에서도 동부 지구 1위 아틀란타 유나이티드를 승점 14점 차로 따돌리고 부동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Ibrahimovic

갤럭시가 지난 십수년간 베컴, 제라드, 이브라히모비치를 앞세워 극성 축구 팬이 아닌 '라이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구단이 됐다면, LAFC의 지향점은 이와 매우 다르다. LAFC가 창단이 확정된 후 가장 먼저 영입한 선수는 스페인 라 리가의 중상위권 팀 레알 소시에다드 공격수 카를로스 벨라(30)였다. 벨라는 과거 아스널 유망주,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린 멕시코 공격수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알려졌지만, 대중성 있는 '월드 스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Vela

그러나 인구가 약 1000만 명인 LA시의 히스패닉계 인구는 절반에 가까운 약 5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축구, 특히 멕시코 축구에 열광하는 멕시코인들이다. LAFC가 창단 후 영입한 구단을 상징하는 첫 번째 선수로 벨라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혹은 전국적으로 누구에게나 알려진 스타를 영입해 대중성, 혹은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LA 지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팀을 구성하는 게 LAFC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마침 벨라의 이름 철자(Vela)에 LA가 들어간다는 건 LAFC가 그를 앞세워 구단 홍보를 하는 데도 우연치 않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Vela shirt

# 구단의 광고, 그리고 언론이 조성한 분위기에 이브라히모비치가 방점 찍다

'엘 트라피코'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총 다섯 차례 열렸다. 역대전적은 2승 3무로 LAFC의 우위다. LAFC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MLS에서 갤럭시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유독 '엘 트라피코'에서는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열린 다섯 번째 '엘 트라피코'도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종료됐다.

경기 전에는 LA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 팀이자 프로농구 명문 LA 레이커스의 80년대를 대표한 스타 카림 압둘 자바가 모습을 드러내며 만원 관중을 열광케 했다.

Kareem Abdul-Jabbar

작년부터 다섯 차례 열린 '엘 트라피코'는 최종 스코어가 4-3, 2-2, 1-1, 3-2, 3-3으로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도중 선수들은 물론 양 팀 팬들도 과열된 분위기 탓에 자주 충돌했다. 다섯 번째 '엘 트라피코'를 앞두고는 아예 갤럭시가 구단 차원에서 LAFC를 공개적으로 자극했다. 갤럭시는 LAFC의 홈구장 근처 빌보드 광고판을 모두 선점해 지난 경기에서 이브라히모비치가 195cm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를 앞세워 LAFC의 165cm에 불과한 단신 미드필더 라티프 블레싱(22)을 넘어뜨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내걸었다.

El Trafico

공교롭게도 이브라히모비치와 블레싱은 이날 각각 두 골씩을 터뜨렸다.

LAFC를 상대로 5경기 8골 1도움을 기록 중인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경기장(LAFC의 홈구장)은 나 같은 선수가 뛰기에는 너무 작다. 그래도 그나마 내가 여기서 뛰면 경기장이 원래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일 것(It looks double big when I play here)"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날 골을 넣고 LAFC 서포터즈 앞에서 두 팔을 펼치고 서 있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며 "나의 도시! 나의 경기! 나의 법!"이라는 글로 라이벌 팀 팬들을 더 자극했다.

Ibra tweet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블레싱도 여론의 반응에 대답했다. 그는 "갤럭시가 만든 빌보드 광고를 나도 봤다. 정말 화가 났다. 그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전화가 와서 '빌보드 광고 봤어?'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이겼어야 했다. 이기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LA 축구 팬, 그리고 MLS는 벌써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이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LAFC는 이미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갤럭시 또한 현재 서부지구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된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날 인터뷰 도중 플레이오프에서 또 LAFC를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무조건(Absolutely). 여기(LAFC의 홈)에서 그들을 이기고 싶다"고 말한 후 경기장을 떠났다.

LAFC

글=한만성 기자
사진=LAFC 제공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