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0-4 대패를 당하면서 체면을 단단히 구겨야 했다.
맨유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만약 승리했다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진입이 가능했지만 패하면서 6위에 머물러야 했다.
맨유는 이 경기에서 4실점을 허용하면서 1992/93 시즌 EPL이 설립된 이래로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실점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EPL 전신인 1부 리그 시절까지 포함하더라도 1978/79 시즌 63실점 이후 최다 실점에 해당한다. 참고로 1부 리그 시절은 42경기로 시즌이 진행됐다. 즉 잔여 시즌 결과에 따라 경기당 실점에선 1978/79 시즌을 넘는 실점율을 기록할 위험성도 충분히 있다. 1978/79 시즌 당시 맨유의 성적은 9위였다.
심지어 맨유가 EPL에서 4골 차 이상의 스코어로 패한 것도 이번이 5번째였다. 맨유는 쉽게 대패를 당하지는 않는 팀이었다. 이래저래 맨유 입장에선 치욕적인 패배라고 할 수 있겠다.
스코어도 스코어였으나 내용적인 면에서 맨유는 졸전을 금치 못했다. 실제 슈팅 숫자에선 7대15로 에버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유효 슈팅에선 1대8로 크게 밀렸다. 그마저도 경기 종료 4분을 남긴 시점에서 앙토니 마르시알이 시도한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중거리 슈팅이 맨유가 기록한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코너킥에서도 1대10으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맨유였다.
맨유 선수들은 어슬렁 거리면서 에버턴 선수들의 빠른 스피드에 농락 당하다시피 했고, 커버 플레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치 선수들이 태업을 한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는 활동량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평상시에도 맨유는 활동량 자체가 EPL에서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팀이다. 실제 맨유의 이번 시즌 평균 활동량은 107.6km로 EPL 전체 18위에 해당한다. 즉 활동량만 놓고 보면 강등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선 활동량 부족 문제가 평소보다 더 심각했다. 맨유의 에버턴전 활동량은 100.31km로 시즌 평균보다 7km 가량 적었다. 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부임 이래로 최하 활동량에 해당했다. 전임 감독 주제 무리뉴 체제까지 포함하더라도 이번 시즌 2라운드 브라이턴 원정(99.58km, 2-3 패) 이후 가장 적은 활동량이었다. 특히 맨유의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활동량 9.93km에 그쳤다. 수비수나 공격수도 아닌 가장 많은 활동량을 기록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가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10km 이상의 활동량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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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에버턴은 활동량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해 나갔다 심지어 전력 질주 횟수에서도 에버턴이 144회로 맨유(122회)에 20회 더 많았다. 더 많은 활동량과 더 빠른 스피드로 그라운드 전반에 걸쳐 맨유를 휘젓고 다닌 에버턴이었다.
에버턴은 경기 시작 13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 루카 디뉴의 장거리 스로인을 원톱 공격수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헤딩으로 연결한 걸 히샬리송이 아크로바틱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에버턴의 골 장면에서 맨유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은 공중볼 낙하 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칼버트-르윈에게 헤딩을 내주었고,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디오구 달로트는 자신의 전담 마크맨인 히샬리송을 제대로 막지 않고 있었다.
기세가 오른 에버턴은 전반 28분경 역습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이드리사 게예가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다가 패스를 내준 걸 공격형 미드필더 길피 시구르드손이 잡아 몰고 가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면서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맨유 중앙 미드필더 프레드는 패스 실수를 범하면서 역습 기회를 허용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는 시구르드손이 볼을 몰고 들어오는 동안 뒷걸음질 치면서 슈팅 각도를 내주는 우를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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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은 후반 5분경 히샬리송이 부상으로 티오 월콧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후반 10분경 시구르드손의 코너킥을 데 헤아가 펀칭으로 쳐낸 걸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디뉴가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3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데 헤아의 펀칭도 밋밋했던 데다가 디뉴가 마음놓고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동안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던 맨유 측면 공격수 마르시알의 커버도 늦게 이루어졌다.
에버턴의 4번째 골은 맨유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가장 단적으로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수비 진영에서 디뉴의 스로인을 스몰링이 공중볼을 놓치면서 칼버트-르윈에게 헤딩 패스를 헌납했고, 월콧이 달로트와의 경합 과정에서 패스를 연결한 후 곧바로 달려들어가선 시구르드손의 스루 패스를 받아선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차분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두 차례나 경합 과정에서 패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맨유 선수들이었다.

이렇듯 맨유는 에버턴 원정에서도 패하면서 최근 공식 대회 원정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맨유가 공식 대회 원정 경기에서 5연패를 당한 건 1981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원정에서의 연패가 이어지면서 최근 공식 대회 8경기에서 2승 6패의 부진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주중 캄프 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3 완패를 당하면서 탈락한 데 이어 에버턴 원정에서도 0-4로 대패했다는 데에 있다. 맨유가 2경기 연속 원정에서 3실점 이상을 허용한 건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이제 더이상 맨유 선수들의 눈빛에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없다. 심지어 믿었던 데 헤아 골키퍼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금같은 선수들의 정신 상태라면 맨유의 4위 진입은 요원하다.
# 2018/19 시즌 EPL 활동량 워스트 5
1위 카디프: 104km
2위 웨스트 햄: 107km
3위 맨유: 107.6km
4위 레스터: 109.1km
5위 브라이턴: 109.3k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