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go Demme vs Cristiano RonaldoGetty Images

뎀메 이적 효과에 나폴리 웃고 라이프치히 울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디에고 뎀메가 나폴리 이적 이후 연신 맹활약을 펼치면서 승리 요정으로 거듭나고 있다. 반면 뎀메가 떠난 RB 라이프치히는 후반기 들어 수비 불안을 드러내면서 흔들리고 있다.

나폴리가 스타디오 루이지 페라리스 원정에서 열린 삼프도리아와의 2019/20 시즌 세리에A 22라운드에서 4-2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나폴리는 2019년 9월 이후 무려 5개월 만에 세리에A 연승을 달리는 데 성공했다. 코파 이탈리아까지 포함하면 공식 대회 3연승이다.

나폴리 3연승 주역 중 한 명은 바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뎀메가 있다. 뎀메가 누구인가? 그는 170cm의 단신으로 '독일의 캉테(첼시와 프랑스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수비 특화형 미드필더이다. 공격적인 부분에선 기대할 게 없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터프한 수비 바탕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다. 젠나로 가투소 신임 감독 체제에서 4-4-2 포메이션에서 4-3-3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던 나폴리는 1300만 유로(한화 약 167억)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그를 영입해 중원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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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로 패한 피오렌티나전에 56분경 교체 출전하면서 나폴리 데뷔전을 치른 그는 라치오와의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장기인 수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1-0 승리에 기여했다. 그가 중원에서 버티고 있었기에 이른 시간(19분경) 측면 수비수 엘사이드 히사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미드필더 한 명을 뺏음에도(미드필더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를 빼고 수비수 세바스티아노 루페르토를 교체 출전시켰다)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나폴리였다(점유율 46대54로 근소한 열세).

이어서 유벤투스전에 그는 다시 만점 수비를 펼쳐보이면서 2-1 승리를 견인했다. 도리어 중원 싸움에선 나폴리가 유벤투스에게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였다. 실제 점유율에선 나폴리가 유벤투스에게 51대49로 근소하게나마 앞섰다.

이 경기에서 뎀메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태클을 성공시켰고, 5회의 파울을 범하면서 유벤투스를 괴롭혔다. 게다가 170cm의 단신에도 187cm의 장신에 경이적인 점프력을 자랑하는 유벤투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도 공중볼 경합을 하면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태클을 성공시킨 지역이 모두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 위치한 위험 지역이었던 데 반해 파울을 범한 곳은 페널티 박스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서였다. 그가 얼마나 영리하게 태클과 파울을 번갈아 가면서 쓰는 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Diego Demme Tackles Map vs Juventus
뎀메 유벤투스전 태클 지점(그래프 출처: Stats Zone) Diego Demme Fouls Map vs JuventusStats Zone
뎀메 유벤투스전 파울 지점(그래프 출처: Stats Zone)

무엇보다도 나폴리는 그가 뛰는 동안 1-0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가 30분경에 옐로 카드를 한 장 받은 상태였기에 젠나로 가투소 나폴리 감독은 69분경에 뎀메를 빼고 로보트카를 교체 출전시켰고, 경기 종료 직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아쉽게 무실점 승리까지는 거두지 못한 나폴리였다.

이번 상대는 세리에A 16위로 하위권에 위치한 삼프도리아였기에 수비 특화형 미드필더인 뎀메가 아닌 후방 플레이메이커인 로보트카를 4-3-3의 홀딩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다. 다분히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포석이었다.

나폴리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중앙 미드필더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의 크로스를 최전방 원톱 공격수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16분경 측면 수비수 마리오 후이의 코너킥을 중앙 수비수 지오반니 디 로렌초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미드필더 엘리프 엘마스가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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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도리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삼프도리아는 26분경 중앙 미드필더 알빈 에크달의 크로스를 간판 공격수 파비오 콸리아렐라가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다.

이후에도 삼프도리아의 공세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나폴리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39분경 가스톤 라미레스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고, 55분경 라미레스의 골은 비디오 판독(VAR) 결과 삼프도리아 공격수 마놀로 가비아디니의 핸드볼 파울(가비아디니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어깨로 떨구어준 걸 라미레스가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넣었다)이 선언되면서 취소되는 행운이 따랐다.

이에 가투소 감독은 61분경 로보트카를 빼고 뎀메를 투입하면서 수비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나폴리는 전술 변화 효과를 채 보기도 전인 73분경 중앙 수비수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콸리아렐라에게 파울을 하는 우를 범했고, 결국 가비아디니에게 페널티 킥 골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듯싶었다.

위기의 순간, 나폴리를 구해낸 건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뎀메였다. 83분경 나폴리 에이스 로렌초 인시녜의 슈팅이 수비 맞고 흘러나오자 뎀메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뎀메는 프로 데뷔 이래로 리그 통산 257경기에 출전해 1골이 전부였다. 공식 대회까지 포함하더라도 299경기에서 2골 밖에 넣지 못한 뎀메였다. 즉 골을 기대하기 힘든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그가 개인 통산 300번째 공식 대회 출전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뎀메의 이름이 디에고인 건 그의 부친이 이탈리아인으로 나폴리의 축구 영웅이었던 디에고 마라도나의 광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마라도나 이후 처음으로 나폴리에서 골을 넣은 디에고로 등극했다. 아마도 그 누구보다도 그의 부친이 그의 골 소식에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뎀메의 골로 다시 승기를 잡은 나폴리는 경기 종료 직전 히사이의 롱패스를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 바깥까지 나와서 헤딩으로 무리하게 걷어낸 걸 공격수 드리스 메르텐스가 잡아선 골키퍼 키 넘기는 장거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4-2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원래 뎀메의 소속팀이었던 라이프치히는 그가 떠난 이후 수비 불안을 드러내면서 무너지고 있다. 이와 함께 라이프치히는 후반기 3경기에서 1승 1무 1패에 그치면서 줄곧 이어오던 1위 자리를 바이에른 뮌헨에게 내주어야 했다.

먼저 라이프치히는 후반기 개막전에서 승격팀 우니온 베를린을 상대로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심지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가 다름 아닌 뎀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타일러 아담스였다(아담스가 가로채기를 당하면서 실점이 나왔다). 다행히 후반전 간판 공격수 티모 베르너의 멀티골 덕에 3-1 역전승을 거두었으나 자칫 승격팀에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었던 라이프치히였다.

이어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수비 멀티 플레이어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경미한 부상으로 결장하는 바람에 아담스가 측면 수비수로 이동했고,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첼 자비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변칙 전술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라이프치히는 경기 내내 수비 불안을 드러냈고, 특히 아담스가 프랑크푸르트 측면 미드필더 필립 코스티치에게 시종일관 공략 당하는 문제를 노출하면서 0-2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주말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 라이프치히는 전반전에만 2실점을 허용하면서 패하는 듯싶었으나 다행히 묀헨글라드바흐 공격수 알라산 플레아가 61분경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결국 경기 종료 직전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토퍼 은쿤쿠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골 덕에 간신히 2-2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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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는 전반기만 하더라도 17경기 20실점으로 최소 실점 3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기당 실점은 1.18골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3경기에서 5실점을 허용하면서 후반기 기준 최다 실점 공동 8위에 올라있다. 경기당 실점도 1.67골로 상승했다. 이래저래 뎀메 공백이 드러나는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나폴리는 뎀메를 영입과 함께 중원이 완성되면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벌써부터 나폴리 팬들도 그와 사랑에 빠졌다. 반면 라이프치히는 팀이 3부 리가에 있을 때부터 헌신했던 부주장 뎀메가 떠나면서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 선수 한 명의 이적에 불과하지만 그 나비효과는 예상보다 더 크게 축구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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