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이 스페인과의 네이션스 리그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고질적인 뒷심 부족을 드러내면서 리드를 잡은 경기들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독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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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메르체데스-벤츠-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 그룹 4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티모 베르너와 르로이 사네가 투톱으로 포진했고, 율리안 드락슬러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토니 크로스와 일카이 귄도간이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를 형성했고, 로빈 고젠스와 틸로 케러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니클라스 쥘레를 중심으로 안토니오 뤼디거와 엠레 찬이 스리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케빈 트랍 골키퍼가 지켰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이에른 뮌헨과 준결승전까지 진출한 RB 라이프치히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주장인 마누엘 노이어를 비롯해 세르지 그나브리와 요슈아 킴미히, 레온 고레츠카, 루카스 클로스터만, 마르첼 할슈텐베르크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Kicker전체적으로 점유율은 티아고 알칸타라를 중심으로 스페인이 잡았으나 더 위협적으로 공격을 전개한 건 독일이었다. 독일은 크로스와 귄도간, 드락슬러가 패스를 공급하는 가운데 베르너와 사네가 빠른 스피드로 스페인의 배후를 파고 들면서 득점 기회들을 만들어냈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종료 5분 전까지 놓고 보면 독일이 슈팅 숫자에서 9대7로 앞섰고, 특히 유효 슈팅에선 7대3으로 2배 이상 많았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슈팅은 9회 중 8회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루어졌던 데 반해 스페인의 슈팅은 7회 중 3회 만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록했던 것이었다. 즉 독일이 더 골에 근접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던 셈이었다.
먼저 독일은 11분경, 크로스의 정교한 크로스를 케러가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스페인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14분경 사네의 스루 패스를 드락슬러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데 헤아에게 저지됐다. 18분경엔 크로스의 롱패스를 케러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사네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마저도 데 헤아의 손끝 선방에 막혔다.
결국 베르너의 발에서 독일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6분경 사네의 패스를 받은 귄도간이 롱패스로 방향 전환 패스를 넘겨준 걸 고젠스가 잡아서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베르너가 잡아서 접는 동작으로 수비 제치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독일은 추가 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후반 16분 사네의 땅볼 크로스가 다소 길게 넘어가면서 베르너의 슈팅이 골대를 스치고선 옆그물을 강타했다. 이 경기에서 사네는 빠른 스피드로 스페인 수비진에게 부담감을 안겨주었으나 십자인대 파열에 따른 장기 부상 여파로 마무리(돌파와 패스)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네가 경미한 부상을 당하면서 자진해서 교체를 요청했다. 이에 뢰브 감독은 후반 18분경, 사네를 빼고 중앙 수비수 마티아스 긴터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수비 강화에 나섰다. 이어서 후반 29분경 귄도간 대신 같은 포지션의 수아트 세르다르를 투입한 데 이어 정규 시간이 끝나는 시점에 베르너를 빼고 또 다른 중앙 수비수 로빈 코흐를 넣으면서 잠그기를 단행한 독일이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사네가 빠지자 베르너가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베르너까지 빠지자 독일은 전문 공격수가 모두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빠른 스피드로 스페인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 선수가 없었다. 이에 부담감이 사라진 스페인은 추가 시간에 접어들자 전원 공격에 나서면서 독일 골문을 두들겼다.
추가 시간 1분경(90+1분), 페란 토레스의 크로스를 스페인 신예 공격수 안수 파티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파티 앞선에서 긴터를 팔꿈치로 강타하면서 넘어뜨렸기에 공격자 파울이 선언되면서 무효 처분됐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스페인의 공격은 한층 더 활기를 띄었고,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토레스가 올린 크로스를 공격수 로드리고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왼쪽 측면 수비수 호세 가야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가야의 골이 나오자 심판은 곧바로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버저비터 골이었다.
물론 1골 차 승부였기에 수비를 강화한 것 자체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공격수 둘을 빼고 중앙 수비수 둘을 넣은 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카이 하베르츠 같은 스피드가 있는 공격 자원을 한 명 정도는 교체 출전시키면서 스페인의 배후를 위협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야 스페인도 전원 공격으로 나서기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1골 차 아슬아슬한 리드를 잡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라인을 높이면서 강도 높은 압박 축구를 펼친 것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뢰브는 원래 이렇게 소심하게 교체 카드를 가져가는 유형의 감독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80년 만에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이후 교체 카드가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바뀐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로 인해 독일은 월드컵 이후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치거나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독일은 월드컵 이후 17경기에서 9승 5무 3패를 기록하고 있다. 5무 3패 중 3무 2패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무승부를 허용하거나 역전패를 당한 케이스이다. 반면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 승부를 뒤집은 건 1승 1무가 전부이다(세르비아와의 2019년 3월 평가전 1-1 무승부와 북아일랜드와의 유로 2020 예선 최종전 6-1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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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독일은 프랑스와의 2018/19 네이션스 리그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전반전 크로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후반전에 프랑스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면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에도 독일은 1-1 동점 상황에서 후반 30분경, 공격수 사네를 빼고 미드필더 드락슬러를 교체 출전시켰다가 역전을 당했다.
이어서 독일은 네덜란드와의 네이션스 리그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승기를 잡았으나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연달아 2실점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2-2 무). 당시에도 독일은 80분경 공격수 사네를 빼고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를 교체 출전시키며 수비 강화를 단행하다 무너졌다. 결국 당시 독일은 조 2무 2패로 조 최하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다시 독일은 2019년 9월에 있었던 유로 예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전반전 세르지 그나브리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음에도 후반에만 4실점을 허용하면서 2-4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어서 아르헨티나와의 10월 평가전에서 독일은 전반전 2골로 승기를 잡았으나 후반에 2실점을 허용하면서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에도 독일은 2-1로 앞서고 있던 시점에 공격수 그나브리를 빼고 미드필더 세르다르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공격형 미드필더 하베르츠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루디를 투입하면서 수비를 강화했다가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렇듯 독일은 최근 들어 수비를 강화하다가 도리어 이기고 있는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잠그는 게 능사는 아니다. 괜히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축구판에 있는 게 아니다. 교체 카드에 있어 조금 더 과감하게 가져갈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