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여자대표팀 감독으로서 지도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민영 감독 : 사진 중앙)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동티모르에서 현지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한국인 감독 이민영.
그가 동티모르에 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가서 겪은 일들과 현재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그가 그리는 미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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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성모 기자 = 동티모르. 인도네시아의 남쪽, 호주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인구가 130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나라에서 축구 감독으로서 그곳의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꿈을 안겨주고 있는 한국인 축구 감독이 있다. 현재 동티모르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고 2019년에는 사상 첫 국제대회 승리를 이끌기도 했던 이민영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동티모르 여자대표팀의 감독이 되기 전, 이민영은 U-15, U-18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유망한 선수였다.
2000년 초교 여자축구팀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고 2002 한일월드컵을 보며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후 대구 상원중, 울산 현대고 등을 거쳤으나 잦은 부상과 재활기간을 거치던 중 좋은 선수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이른 나이에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축구팀 감독으로 점점 경력을 쌓던 그는 2017년 동티모르 U-19 대표팀에서 2개월간 코치로 일하면서 처음 동티모르 축구와 인연을 맺은 후 2018년 대한축구협회 파견지도자로 동티모르에 현재까지 현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파견 초기에는 영화 '맨발의 꿈'의 실제모델로 유명한 김신환 감독과 함께 남자 유소년 팀을 지도하는 일을 돕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티모르 축구협회에서 여자 대표팀을 창단하고, 그 팀의 권한을 이민영 감독에게 맡기면서 그가 여자 축구팀 전체를 관리 및 지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타지생활은 모든 사람에게 두렵고 또 어렵다. 동티모르라는, 지도상에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분명히 대한민국보다 생활여건이 열악한 곳에서 새 인생을 개척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도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2010년에 개봉한 맨발의 꿈이라는 영화와, 김신환 감독님과 함께 지도자교육을 받게 되면서 동티모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 곳에 한국인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동티모르에서 축구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않았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축구를 가르치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마음을 가졌고, 한국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설렘과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또 기존에 한국인 지도자가 이미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었고 이미 파견 전 2개월간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경험했기에 파견 요청이 왔을 때도 크게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동티모르에서의 경험이 저에게는 더 큰 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하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2018년에 파견지도자로 동티모르에 파견된 이 감독은 빠른 시간 내에 현지에서 인정을 받고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쌓게 됐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팀과 역할에 대한 그의 말이다.
"현재 저는 동티모르 여자축구의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으며 연령별 여자축구선수 전체를 직접 필드에서 지도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에는 여자축구선수가 많이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여자축구선수 발굴 및 양성에 우선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 축구협회에서는 만 9세부터 만 15세 선수들을 청소년팀으로 운영하고 있고, 만 20세 이상의 성인선수들은 대표팀만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국내 여자축구리그(총8팀참가-연령대제한없음)를 통해 점차적으로 여자선수들의 인프라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그리고 2019년. 그와 동티모르 축구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지도 아래 동티모르 여자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첫 승리를 거둔 것. 당시 상황에 대한 그의 말이다.
"지난해에는 동티모르 여자 성인대표팀으로 AFF(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참가했고 올해는 U-15세 여자 청소년축구선수들을 선발하여 AFF U-15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했습니다. 동티모르 여자 청소년대표팀의 첫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우리 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고, 선수들에게도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며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여자 성인대표팀 또한 AFF챔피언십에 참가했는데, 동티모르 여자축구 역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1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새긴 대회였습니다."
동티모르 대표팀을 이끌면서, 그는 감독으로서 팀을 지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열악한 축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힘쓰고 있다.
"올해 6월 열렸던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세계 각국의 여자축구 운영 사례와 발전방향 등을 논의 하는 컨벤션 자리에 동티모르 여자축구 대표자로 참가했습니다. 회의 내용 중 멕시코의 경우 교육부와 협의하여 아이들이 축구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학교 체육시간에 접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잉글랜드의 경우 여성 지도자를 육성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경기장 안과 밖에서 여자축구를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 더 많은 여성과 여자 아이들이 축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져야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동티모르의 현실에 이러한 사례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는 성 고정관념이 고착되어 있어 여성선수들을 선발 양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에 여성축구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여성도 축구에 자주 또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동티모르 청소년체육청, 동티모르 축구협회와 함께 고민하며 협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8년에 동티모르에 와서 2년 동안 앞서 소개한 많은 일들을 겪는 사이, 이민영 감독에겐 좌절스러운 순간들도 많았다. 그는 그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년에 이곳에 처음 와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언어 장벽에 부딪혀 뜻을 전달하기도 훈련을 하기에도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또한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운동장이 없어 풀을 자르고 깎아가며 훈련장을 만들고 사비로 훈련 용품을 구입하여 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이 곳에 온 이유에 대해 스스로 되물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저의 선택이었고 그 모든 것들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동티모르 언어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매일매일 선수들과 동티모르 언어로 이야기하자 선수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선수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팀워크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여자축구선수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실력향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의 변화에 따라 어린 여자선수들이 축구를 배우겠다고 저를 찾아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보다 먼저 동티모르에와서 이곳의 현지인들에게 꿈을 심어준, 영화 '맨발의 꿈' 주인공이기도 한 김신환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동티모르에서 축구를 지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제 인생에 양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인도해 주신 김신환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먼저 동티모르에 오셔서 축구를 알리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부분에서 대한민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주셨기 때문에 저한테도 좋은 기회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감독님의 명성과 그 기대에 보답하기위해 더욱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그에게 미래의 꿈에 대해 물었다.
"저는 현재 축구지도자로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또한 한국의 여성지도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제무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여성 축구지도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언제까지나 초심을 잃지않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저를 통해 많은 여성지도자들이 국제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싶고, 앞으로도 정말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희망과 꿈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한국 여자축구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에 보탬이 되는 축구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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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성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