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n Goretzka Niklas Sule Germany Spain 2020Getty

독일 축구 최악의 날... 89년만의 대패 & 유효 슈팅 0

독일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인 하루였다. 독일이 어떤 국가인가?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브라질 다음 가는 성적을 올린 국가이다. 특히 꾸준함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었다. 이는 역대 월드컵 성적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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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월드컵에서 4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브라질(5회)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최다 우승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결승 진출 횟수는 8회로 브라질(7회)보다 앞선 최다이고, 준결승 진출 횟수 역시 13회로 전체 1위(브라질 11회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930년 초대 월드컵과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인해 불참했던 1950년 월드컵을 제외하면 월드컵 본선에 단골로 올라가던 팀이기도 하다.

그러던 독일이 최근 2년 사이에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멕시코와 대한민국에게 패하면서 1승 2패 F조 최하위로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는 1938년 월드컵 이후 무려 80년 만에 첫 토너먼트 진출 실패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독일은 2018/19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에게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2무 2패로 1조 최하위에 그쳤다. 원래 방침대로라면 B시드로 강등됐어야 했으나 뒤늦게 UEFA 측에서 A시드 참가팀 숫자를 12팀(3팀씩 4개조에 편성)에서 16팀(4팀씩 4개조에 편성)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대회 규칙을 변경한 덕에 A시드에 남을 수 있었다.

월드컵과 네이션스 리그에서 연달아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자 2006년부터 무려 14년 동안 독일 대표팀을 지도했던 요아힘 뢰브 감독은 베테랑 삼인방인 토마스 뮐러과 제롬 보아텡, 마츠 훔멜스를 대표팀에서 강제 은퇴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이를 통해 세대 교체를 단행하겠다는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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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면서 독일은 유로 2020 예선 C조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20/21 네이션스 리그 A시드 4조에선 첫 2경기에서 스페인과 스위스에게 연달아 1-1로 비기는 등 다소 불안한 출발을 알렸으나 우크라이나에게 2승을 거두면서 2승 3무 승점 9점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스페인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본선에 오르는 독일이었다(네이션스 리그는 조 1위에게만 본선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독일은 스페인전에서 치욕적인 0-6 대패를 당했다. 이는 독일 축구사 역대를 통틀어 최악의 성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독일이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건 아직 축구가 제대로 정착하기 이전이었던 1909년 3월, 잉글랜드전 0-9 대패이다. 이후 독일이 허용한 최다 점수 차 패배는 1931년 5월, 오스트리아전 0-6 패배였다. 즉 이번 0-6 대패는 무려 89년 만의 대패이자 독일에 축구가 제대로 정착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치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내용에 있었다. 결과보다도 내용이 더 처참했다. 독일은 이 경기에서 점유율에서 3대7로 크게 밀렸다. 심지어 슈팅 숫자에선 2대23으로 압도적인 열세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건 유효 슈팅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데에 있다. 이에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제외한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 전원에서 최하 평점 6점(독일은 1점부터 6점까지 평점이 주어지고, 6점이 최하에 해당한다)을 부여했다. 

독일이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건 2001년 9월,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예선전과 2004년 루마니아와의 평가전 1-5 패배가 있다. 다만 당시엔 독일이 모두 슈팅 숫자와 점유율에서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최악이었다. 괜히 뢰브가 스페인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암흑의 날이었다. 수비와 공격 그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은 물론 조직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모든 게 다 나빴다"라고 자조 섞인 비판을 남긴 게 아니다.

당연히 독일 현지에선 뢰브 경질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뮐러와 보아텡, 훔멜스를 다시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은 뢰브 유임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제는 뢰브 체제와 작별을 고할 시기이다. 이대로라면 14년에 걸쳐서 쌓은 뢰브의 명성과 성과도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독일 대표팀엔 요슈아 키미히를 필두로 레온 고레츠카, 세르지 그나브리, 니클라스 쥘레와 같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뮐러와 보아텡이 복귀한다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팀인 RB 라이프치히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다. 즉 반등할 소지는 충분히 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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