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 U21 Starting vs Germany

'독일에 설욕' 스페인, MF 힘으로 2010년대 U21 지배하다

스페인이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EURO U21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2017 EURO U21 결승전에서 독일에게 0-1로 패하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스페인은 이번 승리로 설욕에 성공했다.

사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이탈리아에게 1-3으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특히 이 경기에서 전반 종료와 동시에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이하 파비안)가 부상으로 교체 당하는 불운이 있었다. 파비안의 부상과 맞물려 그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너였던 이고르 수벨디아와 주전 골키퍼 우나이 시몬, 그리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카를로스 솔레르가 연쇄적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이탈리아전 역전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스페인은 솔레르 대신 다니 올모를, 수벨디아 대신 마르크 로카를 선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전 골키퍼 역시 시몬에서 안토니오 시베라로 바뀌었다. 게다가 주전 원톱 공격수 보르하 마요랄이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자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담당했던 미켈 오야르사발을 최전방 원톱으로 올리면서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 같은 다른 포지션 선수가 최전방 원톱에 서는 걸 지칭)'에 배치하면서 장기인 패스 플레이를 한층 더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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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대회가 거듭될수록 전술 변화를 통해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간 스페인은 폴란드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면서 이탈리아와 승점 동률이었음에도 골득실에서 앞서(스페인 +4, 이탈리아 +3) 극적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준결승전에선 짠물 수비를 자랑하는 프랑스를 4-1로 대파한 스페인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서서히 완성형의 팀으로 거듭난 스페인이다.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은 프랑스와의 준결승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오야르사발이 최전방 원톱에 섰고, 다니 세바요스를 중심으로 파블로 포르날스와 올모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했다. 파비안과 로카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고, 후니오르 피르포와 마르틴 아기레가비리아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헤수스 바예호와 누녜스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시베라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Spain U21 Starting vs Germany

스페인은 경기 시작부터 화려한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독일의 수비 라인을 흔들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6분경에 연달아 슈팅을 시도한 스페인은 7분경, 오야르사발이 가짜 9번의 전형답게 허리 라인으로 내려와서 독일 수비수 티모 바움가르틀을 유인한 후 센스 있는 원터치 패스로 내준 걸 파비안이 드리블로 몰고 가다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이후 스페인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다. 반면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독일은 조급하게 공격에 나서다가 연달아 패스 미스를 범하는 우를 범했다. 결국 전반전은 스페인의 초반 공세를 제외하면 양 팀 모두 이렇다할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1-0 스코어로 마무리됐다.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독일의 공세가 시작됐다. 이를 스페인은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날카로운 역습으로 대응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은 후반 23분경, 세바요스가 독일 수비 진영을 헤집다가 내준 패스를 파비안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독일 주전 골키퍼 알렉산더 뉘벨이 이를 잡다가 놓친 걸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올모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2-0으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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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스페인은 득점 기회가 있었으나 후반 30분경 파비안의 기습적인 골문 침투에 이은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고, 후반 35분경엔 교체 출전한 솔레르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있었다.

독일은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측면 공격수 나디엠 아미리가 환상적인 무회전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스페인이 2-1로 승리하면서 2년 전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결승전의 영웅은 다름 아닌 파비안이었다. 그는 선제골을 넣었고, 추가 골 역시 그의 중거리 슈팅에서 나온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결승전 출전 선수들 중 최다 볼 터치(93회)와 최다 패스(71회), 최다 드리블 돌파(5회), 최다 슈팅(4회), 그리고 최다 태클(5회)를 기록하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비단 결승전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 284분을 소화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라고는 믿기지 않는 2골 2도움을 올렸다. 게다가 이탈리아전 도움을 시작으로 폴란드전 골, 프랑스전 도움, 그리고 독일전 골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에 당당히 뽑혔다.

올모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개막전에선 결장했으나 파비안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벨기에와의 조별 리그 2차전 골을 시작으로 폴란드전 도움과 프랑스전 골, 그리고 독일전 골을 추가하면서 4경기에서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2017 대회 최우수 선수에 빛나는 세바요스는 이번에도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군계 일학의 활약을 펼치면서 2골 2도움은 물론 최다 드리블 돌파(19회)와 최다 파울 유도(18회), 그리고 최다 키패스(14회)를 기록했다. 세바요스가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헤집으면서 양질의 패스를 제공해 주었기에 올모(3골 1도움)와 파비안(2골 2도움), 오야르사발(2골 1도움), 포르날스(2골 1도움), 마요랄(2골 모두 교체 투입 골), 로카(1골 1도움) 같은 선수들이 쉽게 상대 배후를 침투해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5번째 EURO U21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최다 우승 타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더 놀라운 점은 스페인의 5회 우승 중 3회가 2010년대에 거둔 것이라는 데에 있다. 2010년대에 열린 5번의 EURO U21 대회 중 4번을 결승에 진출해 3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2010년대를 스페인의 시대로 장식한 셈이다.

그 중심엔 바로 스페인의 자랑거리기도 한 미드필더의 힘이 있다. 스페인은 2011년 대회에선 에이스 후안 마타를 중심으로 티아고 알칸타라와 안데르 에레라, 하비 마르티네스가 허리 라인을 단단하게 지키면서 스위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2013년 대회에선 2대회 연속으로 참가한 티아고를 중심으로 이스코와 코케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2로 대파했다. 2017년 대회에선 비록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패했으나 세바요스가 대회 최우수 선수에 등극했고, 사울 니게스가 5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이번 2019년 대회에서 스페인은 최전방 공격수 오야르사발까지 원래 미드필더라는 점을 고려하면 6명의 화려한 미드필더진(세바요스, 파비안, 올모, 오야르사발, 로카, 포르날스)을 중심으로 패스 플레이를 극대화하면서 상대를 파괴해 나갔다. 이것이 스페인의 전통이자 최대 강점이다. 가장 잘 하는 것을 고집할 때 성적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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