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불안한 과정에 이은 뻔한 결말. 이번에도 당찬 포부를 안고 시작한 한국의 아시아 무대 정상 도전이 또 비극으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한국시각) UAE 아부다비에서 카타르를 만난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경기를 0-1 패배로 마치며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59년 만의 우승을 노린 한국은 오히려 2004년 이후 15년 만에 4강 진출 실패라는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당 평균 1.2득점으로 빈공에 시달린 한국은 연장전에서 어렵게 승리한 바레인과의 16강에 이어 카타르를 만난 8강에서는 승부처에서 결승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경기가 끝난 후 벤투 감독 또한 "효율적이지 못한 축구를 했다고 지적하면 동의한다"며 날카로움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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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날 2선 공격수 황희찬(22)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벤투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동일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 주세종(28)의 선발 출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주세종을 후진 배치해 후방 빌드업 과정에 보탬이 될 추가적 옵션을 장착했고, 황인범(22)을 평소보다 높은 위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지난 중국,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팀 공격을 이끌어줄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손흥민(26)이 경기 조율을 담당한 황인범과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26) 사이에서 더 자유롭게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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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황인범이 패스를 뿌려주고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달고다니며 흔들면, 황의조가 방점을 찍어주는 전략을 플랜A로 내세웠다. 게다가 카타르는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지 않았다. 타르의 최후방 수비수 부알렘 쿠키(28, 알 사드)와 후방 미드필더 살렘 알 하즈리(22, 알 사드) 사이에 발생한 공간은 한국의 최후방 수비수 김민재(22)와 후방 미드필더 주세종 사이의 간격보다 넓었다.

벤투 감독의 이러한 구상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었을 뿐,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위 그림은 카타르전 양 팀 평균 포지션(한국 노란색, 카타르 파란색)이다. 카타르는 기본적으로 3백 수비라인을 세웠지만, 한국의 16강 상대 바레인과 달리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황의조(18번), 손흥민(7번)에게는 상대 최종 수비수 쿠키를 공략할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 카타르와의 맞대결에서 1989년 열린 월드컵 예선 이후 약 30년 만에 무득점에 그쳤다. 일차적인 원인은 카타르가 황인범을 틀어막은 데서 비롯된다. 카타르는 이날 황인범이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그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어 카타르는 볼키핑, 재치 있는 패스 능력을 지닌 황인범이 이를 버텨내면 강한 파울로 그를 저지했다. 이날 황인범의 피파울 횟수는 4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았다. 또한, 황인범은 지난 바레인전에서 밀집 수비에 막혀 전진 패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서도 상대 페널티 지역 안으로 황의조, 황희찬에게 총 세 차례나 패스를 연결했다.

위 그림은 황인범의 카타르전 패스 연결 동선이다. 이 중 파란색 화살표는 황인범이 손흥민과 황의조에게 연결한 패스다. 코너킥 2회를 제외하더라도 공격진을 향하는 황인범의 패스는 전부 측면으로 연결됐고, 상대 페널티 지역 안으로는 단 하나의 패스도 투입되지 못했다. 카타르의 협력 수비는 득점력이 있는 손흥민과 황의조에게는 비교적 공간을 허용하더라도 황인범을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 카타르전 황인범 패스 기록
6회 - 김진수에게
5회 - 손흥민에게
5회 - 이청용에게
5회 - 주세종에게
4회 - 황의조에게
4회 - 김민재에게
3회 - 김영권에게
3회 - 정우영에게
1회 - 이용에게
한국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줘야 할 황인범이 집중 견제를 당하자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한국은 전반전 45분간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 또한 경기가 끝난 후 직접 밝혔듯이 지난 두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와 대표팀의 공격 작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원인 탓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날 한국의 공격진 구성을 살펴볼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일군 손흥민과 황의조의 호흡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황인범이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고전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손흥민과 황의조가 부진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카타르를 상대로 한국의 처진 공격수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에게, 그리고 반대로 황의조가 손흥민에게 성공적으로 연결한 패스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위 그림은 손흥민이 카타르전에서 동료에게 건네받은 패스 위치(빨간색)를 보여주는 자료다. 검은색 줄은 공격(attacking third)와 중원(middle third) 진영을 구분하기 위해 그어졌다. 손흥민은 이날 자신에게 온 패스(총 26개) 중 65%에 해당하는 17개를 공격 진영에서 받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카타르를 상대로 드리블 시도 3회를 기록하고도 성공은 0회, 키패스(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0회, 슈팅 1회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드리블, 키패스, 슈팅 기록이 경기력을 그대로 대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특히 황인범이 중원에서 묶인 가운데, 손흥민이 2선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며 마음껏 상대를 공략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날 한국은 모든 선수를 통틀어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가 단 3회에 그쳤는데, 최후방 수비수 김민재가 이 중 2회를 책임지는 기이한 기록을 남겼다.
# 카타르전 손흥민 패스 기록
5회 - 김진수에게
4회 - 이용에게
4회 - 주세종에게
3회 - 황인범에게
1회 - 이청용에게
1회 - 구자철에게
1회 - 김영권에게
1회 - 이승우에게
1회 - 정우영에게
1회 - 김민재에게
다만, 손흥민은 이날 일반적인 패스조차 상대를 위협할 만한 시도가 없었다. 그에게 가장 많은 패스를 받은 선수 세 명은 좌우 측면 수비수 김진수(26), 이용(32)과 후방 미드필더 주세종이었다.

위 그림은 손흥민이 카타르를 상대로 연결한 패스 동선이다. 그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연결한 패스는 단 하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픈 플레이에서 연결된 패스가 아닌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민재가 받은 프리킥이었다. 손흥민이 기록한 패스 22회 중 전진 패스는 단 7회에 불과했다. 본인이 직접 밝혔듯이, 대표팀 합류 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몸상태가 저하된 그는 오히려 토트넘을 떠난 지 약 이틀 만에 출전한 중국전에서 훨씬 더 왕성한 활동량과 유기적인 패스 연계를 선보였다.
AFC위 그림은 손흥민이 대표팀 합류한 뒤, 약 하루 팀 훈련을 소화한 후 출전한 중국과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기록한 패스 연결 동선이다.
이와 반대로 카타르는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한 '플레이메이커' 하산 알 하이도스(28, 알 사드), '크랙' 아크람 아피프(22, 알 사드), '골잡이' 알모에즈 알리(22, 알 두하일)가 제한적인 공격 기회 속에서도 효과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카타르의 공격은 알 하이도스가 깊숙한 위치로 내려와 볼을 운반하고, 아피프가 전방에서 한국 수비진을 유린하면 알리가 빠른 속도로 공간을 침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위 그림은 카타르 공격수 알 하이도스가 한국을 상대로 기록한 패스 연결 동선이다. 파란색 화살표는 그가 동료 공격수 아피프, 알리에게 연결한 패스다. 알 하이도스는 사실상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 역할을 맡으며 중원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카타르가 수비 시에는 한국이 중앙 지역으로 패스를 하지 못하게 하고, 공격 시에는 패스 공급을 원활히 하는 이중 효과를 냈다.

위 그림은 카타르 공격수 아피프가 한국을 상대로 기록한 패스 연결 동선이다. 파란색 화살표는 그가 함께 카타르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룬 알 하이도스, 알리에게 연결한 패스다. 한국의 손흥민과 비슷한 역할을 맡은 아피프는 이날 수차례 위험 지역으로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평균 포지션 자료로도 드러났듯이 벤투 감독은 이날 좌우 풀백 김진수와 이용을 전진시킨 대신 중앙 수비수 김영권(28)과 김민재(22)를 좌우로 벌려 배치한 뒤, 정우영(29)을 이 둘 사이에 끼워넣으며 사실상 4백보다는 3백에 가까운 수비진을 구축했다. 바로 앞선에는 주세종이 배치되며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큰 틀에서는 일정 부분 전략적인 효과를 보는 데 성공했다.
AFC왼쪽 그림은 카타르전 양 팀의 가로채기와 태클 성공 위치. 오른쪽 그림은 양 팀이 파울을 범한 위치다. 다 그림 모두 한국이 노란색, 카타르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한국은 공을 소유한 채 경기를 주도하고도 카타르보다 중원 진영에서 훨씬 더 많은 태클과 가로채기를 성공시켰고, 파울도 더 많이 범했다.
이는 한국이 중원에서 공을 빼앗겼을 때, 빠른 재압박(counter-pressing)으로 다시 공을 쟁취했거나 전술적 판단에 따른 파울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좌우로 넓게 배치된 김영권과 김민재의 사이에 벌어진 간격에서 사실상 변칙 3백을 구축한 정우영은 2선에서 밀고 올라오는 상대까지 100% 원천봉쇄할 수 있는 전문 수비 자원이 아니다. 카타르는 이날 김진수를 상대로 1대1 돌파, 혹은 정우영 앞에 발생하는 공간을 공략해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패턴을 반복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위 그림은 카타르전 양 팀의 슈팅 위치다. 카타르가 상단 파란색, 한국이 하단 노란색이다. 양 팀의 슈팅수는 10대10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대다수 슈팅이 페널티 지역 밖에 먼 위치 중거리슛이었던 한국과 달리, 카타르는 페널티 지역 안이나 아크 정면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결국, 2선에서 공격 진영으로 올라온 중앙 미드필더 압둘아지즈 하템(28, 알 가라파)이 78분 정우영을 앞에 발생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위 그림은 카타르전 양 팀의 키패스 동선이다. 카타르가 상단 파란색, 한국이 하단 노란색이다. 이는 동일한 슈팅수를 기록하고도 슈팅의 질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카타르는 바로 슈팅을 연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키패스를 연결했지만, 한국은 주로 백패스 이후 위력 없는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데 그쳤다.
AFC위 그림은 카타르전 양 팀이 기록한 볼터치 기록이다. 한국(노란색)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카타르(파란색)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했다. 한국은 위협을 가할 만한 지역으로 침투하지 못했다.
이처럼 미세한 질적 차이 탓에 이날 경기의 흐름은 카타르 쪽으로 넘어갔고, 뒤늦게 실점한 한국은 그대로 무너졌다. 한국이 그토록 고대한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끝내 물거품이 됐다.
자료=아시아축구연맹(AFC)
사진=게티(Get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