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산하 각 연령별 축구연맹 회장들의 일탈로 소란스럽다. 정종선 전 고등연맹 회장이 횡령 및 학부모 성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해 말에는 전 유소년연맹 회장이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현재 해당 연맹들은 관리 단체로 지정되어 대한축구협회가 대신 운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근무 당시 축구산업 지배 구조의 장단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조사를 하며, 발전 방향에 대한 보고도 했던 기억이 있다. 리버풀 대학교 축구산업 MBA 학위 논문 주제도 한국 축구에만 있는 독특한 연맹 구조와 변경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구조로 교수진도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 축구에만 있는 산하연맹이라는 행정 조직 구조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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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산하 연맹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조직이며 구조이다. 1950~60년대는 축구협회가 재정도 넉넉치 않고 규모도 작아 축구팀들이 십시일반 운영비를 모아 한 지역에서 대회를 치렀다. 유청소년 지역별 리그를 시작한 것도 2007년 이후였으니, 지난 수십 년 동안은 지역을 오가며 토너먼트 대회를 유랑하듯 해왔던 것이다. 축구협회가 조직 및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 학년별로 학교 축구팀 지도자들이 모여 대회를 만들고, 거기서부터 연맹이라는 개념이 시작되었다. 필자가 축구협회 기획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중고등연맹을 중등과 고등연맹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 이후 풋살연맹도 출범했고, 연령별, 성별 등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되면 축구협회는 산하 축구연맹이 설립되도록 승인해 주었다.
KFA 산하 축구연맹이라는 조직은 원래 지도자들의 친목 조직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고 보면 된다. 축구 대회를 하기 위해서 지도자들이 모임을 조직한 후, 누군가는 총무나 회장이 되어야 하고, 대회 홍보를 위한 홍보 이사나, 대회 개최지 확보를 위한 섭외 혹은 교섭 이사가 되어야 했다. 그런 식으로 세월이 흘러 대학, 고등, 중등, 초등과 같은 연령별로 나눠지는 산하 연맹이 되었고,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협회장 선거를 위한 안정적인 대의원 수 확보를 위해 공식적으로 연맹을 승인했다.
결국 연맹이라는 조직은 대회를 위한 기능을 가진 조직이라, 언제든지 축구협회의 규모 및 기능 확장에 따라 필요성이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프로축구연맹을 제외한 다른 연맹의 역할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명확하지 않다. 연맹은 대회를 보다 크게 열어 대회가 열리는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소속 회원 지도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무리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역할만 고려하면, 연령별 산하 연맹이 없어도 수행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는 각급 별 대회를 치르기 위한 대회운영실이라는 본부가 있고, 그 아래 많은 실무 팀(초중고 리그, U리그, K3리그 전담 팀)이 존재하여, 연령별 지역 리그를 치르고 있다.
이렇게 협회 대회운영실에서 소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연 2~3회 정도의 전국대회를 위해 여러가지 사건 발생 위험이 존재하는 산하 연맹이라는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과거에는 학원축구 지도자들이 경력을 쌓고 시간이 지나 팀이 안정화되고 성적이 잘 나오면, 해당 연령대 축구연맹의 임원을 하는 등의 커리어 패스가 있어왔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했고,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커리어 개발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대회운영실과의 업무 중복과 여러가지 사건사고의 발생 등을 볼 때, 산하 연맹의 해체를 생각해봐야 한다. 산하 축구연맹의 역할이었던 전국 대회 운영은 대한축구협회와 각 지역 축구협회가 맡아 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연령대 축구팀 지도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명예직 연령별 전국단위 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대회가 잘 운영 관리되는지 확인하는 절차에만 참여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연륜 있고 명망 있는 유소년 지도자들이 감투도 쓰고 대외 업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의원 수의 감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 박근혜 정부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면서 축구도 시/도 축구협회 산하에 시/군/구 축구협회가 구성되었다. 자연스럽게 대한축구협회 대의원총회 구성원 숫자도 이전보다 많아져 산하 연맹이 대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많이 줄었다.
대한축구협회정리하자면, 앞으로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산하 연맹은 상시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저변 발전을 위한 주말리그, 8인제 등의 정책 변화를 시도할 때 이익 집단화된 산하 연맹의 조직적인 반대로 인해 정책 시행이 늦춰진 사례가 많다. 산하 연맹의 기능을 대한축구협회와 지역 협회가 담당하고, 해당 기능을 전문적으로 보유한 외부 기관이나 에이전시 등과 협업하면 축구 산업의 확장성과 효율성은 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K3리그는 대한축구협회 대회운영실에서 운영한다. 이전의 논리라면 K3리그 연맹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협회에서 직접 운영해서 지금까지 발전을 이루어왔다. 앞으로도 모든 연령별 리그 및 지역대회 조직 운영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실제로 한국내셔널리그연맹(N리그 – 실업축구)는 2019년 말에 해체되었다. N리그가 없어짐에 따라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나머지 산하 연맹도 시기만 다를 뿐이지, 기능 및 존재의 의미가 축소되었으므로 서서히 없어져야 하고, 발전적인 축구 산업 내 조직 구조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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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회에는 항상 대회 조직위원회가 한시적으로 존재한다. AFC 16세 이하 대회나 FIFA 17세 이하 대회가 열릴 땐, 해당 대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큰 의사결정과 방향성을 정한다. 산하 연맹이 해체된다면, 현재 연맹의 이사들은 매 대회별 조직위원회의 역할을 맡고, 실질적인 대회 운영은 대한축구협회 대회운영실의 해당 팀에서 진행하면 된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협회 경기국 내에 프로리그까지 주관하는 부서가 있다. 우리로 따지면 별도의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아닌 대한축구협회 내의 한 부서가 K리그를 주관하는 것이다. K리그1, 2에 K3, 4까지 전체 프로리그까지 당장 협회에서 담당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사무국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에 따른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이하 대학연맹부터 유소년연맹까지의 연령별 조직, 여자축구, 풋살연맹 등이 먼저 해체되어 해당 업무는 협회 대회운영실의 업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업무의 중복이 사라지고, 이익 집단화된 산하 연맹으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 취소 등의 비효율적 행정이 개선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