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유벤투스

'답답, 불안, 투박' 사리볼 딜레마 빠진 유벤투스

▲  한계만 보여준 사리볼 그리고 유벤투스의 불협화음
▲ 사리 감독 공식 데뷔전에서 피오렌티나와 0-0 무승부
▲ 첼시 그리고 나폴리와 너무나도 다른 유벤투스 선수진 구성

[골닷컴] 박문수 기자 = 아직 초반이지만 너무나도 안 맞는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올 시즌 유벤투스의 새로운 사령탑은 마우리시오 사리다. 일명 사리볼의 주인공이다. 전임 사령탑 알레그리 체제에서의 답답함이 사라질 거로 보였지만, 지금까지 특히 피오렌티나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우승 후보 유벤투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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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는 14일 아르테미오 프란키에서 열린 피오렌티나와의 '2019/2020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사리 감독이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서 유벤투스를 지휘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승점 1점이었다.

# 피오렌티나는 흔들고, 유벤투스는 흔들렸다

유벤투스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피오렌티나가 수비에 주력한 경기가 아니었다. 피오렌티나의 기회가 더 많았다. 유벤투스는 고전했고 무승부 결과가 오히려 행운일 정도였다.

기록이 말해준다. 이날 피오렌티나는 18번의 슈팅을 기록했고, 이 중 5번의 유효 슈팅이 나왔다. 14번의 오픈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엿봤고, 유벤투스를 흔들었다. 유벤투스는 8개의 슈팅 중 4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점유율에서는 53:47로 유벤투스가 근소한 우위를 점했지만, 오히려 피오렌티나가 더 많은 기회를 잡았고 유벤투스를 공략한 경기였다.

합이 맞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부상이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이날 유벤투스가 사용한 세 장의 교체 카드 모두 부상 선수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전반 이른 시간 더글라스 코스타가 아웃됐고, 전반 44분에는 미랄렌 퍄니치가 그리고 후반 17분에는 다닐루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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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박한 중원 조합, 사리볼과 어울리지 않아

사리 감독의 전매특허인 '사리볼' 또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개막 이후 두 경기에서는 2연승을 거뒀지만, 피오렌티나전에서는 사리볼의 한계가 뚜렷했다.

나폴리 시절만 해도 사리 감독에게는 조르지뉴, 알랑 그리고 함시크라는 카드가 있었다. 조르지뉴가 포백 위에서 공을 배급하며, 알랑이 활동량을 통해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수비를 담당했다. 그리고 함시크가 좀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통해 활로를 여는 데 주력했다. 첼시에서만 해도, 조르지뉴를 필두로 캉테와 로프터스-치크 그리고 코바치치라는 자원이 있었다. 초반에는 답답해도 프리미어리그 3위 그리고 유로파리그 우승과 리그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물이 있었다.
유벤투스는 다르다. 퍄니치를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그리고 케디라와 마튀이디를 중앙에 배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좀처럼 공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나아질 가능성이 있었던 첼시 때와 달리 유벤투스에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두 명의 노장 미드필더인 케디라와 마튀이디는 피오렌티나 압박에 연일 고전했고, 기본적인 패스 워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램지와 라비오라는 카드가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 선수들로 사리 감독은 두 선수를 기용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두 선수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선수진은 아니다.

사리 감독 이전 세대로 가면 포그바와 비달 등 정상급 미드필더들의 이탈에도 보강이 미미한 게 줄곧 문제였다. 알레그리 때부터 지적된 중원의 투박함이 섬세하고 짜임새 있는 사리볼을 만나면서 더욱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된 유벤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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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이탈 공격진, 드리블러 부재도 문제

공격진도 마찬가지다. 나폴리 시절 사리 감독의 공격 전술 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시녜-이과인-카예혼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과인이 떠난 직후 가동한 인시녜-메르텐스-카예혼 조합이었다.

일단 왼쪽 측면에 있는 호날두와 인시녜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 중앙의 이과인은 공통분모일 수 있지만, 그때와 달리 유벤투스에서의 올 시즌 이과인은 득점 가담보다는 좀 더 연계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 부분은 호날두가 담당하고 있다.

나폴리 시절 그리고 첼시 시절을 대입하면 왼쪽 측면에는 인시녜와 아자르라는 확실한 드리블러가 있었다. 유벤투트에서는 코스타를 통해 공의 전진을 노렸지만, 장기 부상이 유력한 만큼 제대로 된 공격 작업도 장담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진에서부터 공 배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타가 없는 현재의 유벤투스 공격진에서는 공을 몰고 전방으로 침투할 수 있는 선수가 부재인 상태다.

피오렌티나전에서 호날두가 몇 차례 좋은 움직임은 보여줬지만, 예전처럼 수비수들을 뚫고 전진하는 호날두는 아니었다. 오히려 피오렌티나 수비진의 압박에 고전했던 호날두다. 앞선 두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과인 또한 상대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교체 아웃된 퍄니치의 몸 상태도 변수다. 사리볼의 핵심은 후방 플레이메이커, 즉 레지스타다. 유벤투스에서는 퍄니치가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난공불락으로 예상된 수비진, 어딘가 불안하다

답답한 경기력 그리고 불협화음의 중원은 물론이고, 수비력도 문제다. 나폴리전보다는 분명 좋아졌다. 그러나 유벤투스 최고의 강점이었던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 이탈된 키엘리니 공백이다. 수비진의 구심점이 이탈하면서 중앙 수비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보누치와 데 리흐트의 호흡도 과제다. 두 선수 모두 각자 뚜렷한 장점이 있다. 다만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차이라면 데 리흐트가 보누치보다는 공중볼 경합 능력이 월등히 우세한 정도. 

보누치는 풍부한 경험에도 수비진의 리더와는 다르다. 오히려 리더의 옆에서 빛나는 선수다. 키엘리니와 바르잘리와 함께 했던 보누치는 정상급 수비수였지만, 이미 밀란 시절 보여줬듯 혼자서는 수비진을 리드하기에 다소 역부족이다.

데 리흐트 역시 아직은 어리다. 불행 중 다행은 나폴리전보다 피오렌티나전에서의 활약이 좀 더 좋았다. 수비진 호흡이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지만, 지금의 데 리흐트는 유벤투스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팀의 약점인 오른쪽 측면 수비진도 메워야 한다. 키엘리니가 있었다면 모를까 보누치 옆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사진 =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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