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alkeGetty Images

'달콤한 복수극' 샬케, 도르트문트 우승 도전에 제동 걸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샬케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통산 153번째 레비어 더비에서 4-2로 승리하면서 2006/07 시즌의 악몽을 되갚아주면서 달콤한 복수극을 완성했다.

샬케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 원정에서 열린 2018/19 시즌 분데스리가 31라운드에서 치열한 혈전 끝에 4-2로 승리하면서 영원한 더비 라이벌 도르트문트의 우승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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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만 하더라도 이번엔 다소 시시한 더비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독보적인 2위로 바이에른과 승점 1점 차의 치열한 우승 경쟁을 전개하고 있었던 데 반해 샬케는 15위로 잔류 마지노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6위 슈투트가르트와의 승점 차가 6점에 불과했기에 아직 분데스리가 잔류를 자신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실제 슈투트가르트는 31라운드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즉 레비어 더비에서 샬케가 패했다면 양 팀의 승점 차는 3점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 30라운드 경기에서도 도르트문트는 프라이부르크 원정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당연히 도르트문트는 프라이부르크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4-2-3-1)으로 샬케전에 나섰다. 반면 샬케는 지난 30라운드 호펜하임과의 홈경기에서 2-5 대패를 당하면서 최근 4경기 1무 3패의 부진에 빠졌다. 분데스리가 잔류를 위해선, 그리고 더비 라이벌 도르트문트의 우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반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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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샬케는 5-3-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벤야민 스탐불리를 중심으로 마티야 나스타시치와 살리프 사네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바스티안 옥치프카와 다니엘 칼리지우리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중원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 오마르 마스카렐을 축으로 수아트 세르다르와 웨스턴 매키니가 역삼각형 형태로 포진했다. 최전방엔 구이도 부르그슈탈러와 브릴 엠볼로가 투톱으로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단 한 명도 없는 극단적으로 수비적인 포진이었다. 측면 공격은 칼리지우리와 옥치프카에게 전적으로 의존했고, 그 외에는 투톱을 향한 롱볼로 역습을 노렸다. 최소 패하지는 않겠다는 각오가 보이는 포메이션이었다.

Schalke Starting vs Dortmund

지그날 이두나 파크로 원정을 온 샬케 팬들 역시 킥 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 구단의 고유색인 파란색 홍염을 떠뜨리면서 더비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정작 도르트문트가 14분경, '신성' 제이든 산초의 센스 있는 로빙 패스에 이은 마리오 괴체의 헤딩골로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도르트문트의 골이 터져나오자 분노한 샬케 원정팬이 그라운드 안으로 라이터를 투척해 산초의 얼굴을 맞추는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샬케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샬케는 실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칼리지우리의 크로스에 이은 엠볼로의 슈팅을 도르트문트 수비수 율리안 바이글이 바로 앞에서 저지하는 과정에서 손에 맞고 나왔고, 이에 펠릭스 츠바이어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결과 핸드볼 반칙을 선언한 것. 이를 칼리지우리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샬케는 빠른 시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샬케는 28분경, 칼리지우리의 코너킥을 사네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전반전은 샬케의 2-1 리드로 막을 내렸다.

다급해진 도르트문트는 후반 11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델라이니를 빼고 공격수 파코 알카세르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파코 투입 효과를 채 보기도 전에 후반 15분경, 주장 마르코 로이스가 세르다르에게 백태클을 가해 퇴장을 당한 것. 이는 로이스 개인 통산 첫 분데스리가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로이스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을 칼리지우리가 강력한 오른발 킥으로 골을 꽂아넣으며 샬케가 3-1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래저래 도르트문트 입장에서 악재가 겹치는 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도르트문트는 후반 20분경, 도르트문트 오른쪽 측면 수비수 마리우스 볼프가 이번에도 세르다르에게 백태클을 가해 퇴장을 당했다. 이와 함께 9대11로 선수 두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샬케를 상대해야 하는 도르트문트였다. 사실상 이 퇴장과 함께 승부의 추는 샬케 쪽으로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도르트문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3분경, 수비 성향이 강한 측면 미드필더 하파엘 게레이루를 빼고 공격 성향이 강한 측면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를 투입한 데 이어 지친 괴체 대신 야콥 브룬 라르센을 교체 출전시키면서 수적 열세 속에서도 공격적인 교체들을 단행했다. 브룬 라르센은 교체 출전하자마자 곧바로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의 크로스를 헤딩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골문 앞까지 침투해 들어온 수비형 미드필더 악셀 비첼이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다시금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샬케는 도르트문트 희망의 불씨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곧바로 스로인 공격 과정에서 옥치프카의 측면 돌파에 이은 백패스를 엠볼로가 잡아선 중앙으로 접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와 함께 레비어 더비의 승자는 샬케의 차지로 돌아갔다.

Schalke vs Borussia Dortmund Results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더비였다. 그라운드 밖에선 홍염부터 라이터 투척, 문제성 배너, 서포터들의 물리적 충돌 등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속출했고, 그라운드 안에선 도르트문트 선수 두 명 퇴장에 더해 샬케 선수 6명이 옐로 카드를 받는 등 거친 플레이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오심 논란도 있었다. 샬케 공격수 부르그슈탈러가 시종일관 거친 파울을 범했음에도 구두 경고에만 그쳤을 뿐 옐로 카드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건 두고두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글의 핸드볼 반칙은 오심이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 1994년부터 2015년까지 심판직을 수행했던 토어스텐 킨회퍼는 레비어 더비가 끝나고 '빌트'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핸드볼 반칙은 규정집에 따르면 첫째 손이 슈팅 방향을 따라 움직여야 하고, 둘째 슈팅과의 거리가 일정 부분 있어야 하며, 셋째 손의 위치를 봐야 한다. 바이글은 슈팅 방향으로 손을 움직이지도 않았고, 위치도 가까이에 있었으며, 자연스러운 손동작이었다"라며 오심이었다고 소견을 전했다. 이에 루시앵 파브르 도르트문트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이건 이번 시즌 최악의 스캔들이다"라며 강도 높게 츠바이어 주심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각종 논란들과는 별개로 샬케는 도르트문트를 4-2로 꺾으면서 분데스리가 잔류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 승리가 샬케 입장에서 더 달콤한 건 바로 도르트문트의 우승 도전에 제동을 가했다는 데에 있다.

샬케는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들 중 하나이지만 준우승만 7번을 기록했을 뿐 단 한 번도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이 중에서도 샬케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준우승 중 한 번은 바로 2006/07 시즌에 있었다. 당시 샬케는 20라운드부터 32라운드까지 분데스리가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당시 9위)와의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결국 샬케는 최종 라운드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했음에도 슈투트가르트에게 승점 2점 차 역전 우승을 헌납해야 했다. 이에 도르트문트 팬들은 경비행기를 띄워 "너희는 평생 우승할 수 없다(EIN LEBEN LANG, KEINE SCHALE IN DER HAND!)"라는 배너를 펼치면서 샬케 팬들을 도발하고 나섰다.

Dortmund Banner to Schalke

이번엔 샬케가 도르트문트에게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샬케 선수들은 '보슈'라는 명칭의 레스토랑에서 팬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기쁨을 나누었다. 샬케 회장 클레멘스 퇴니스 역시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4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해냈다. 그것도 두 번 연속으로!"라며 더비전 대승에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샬케는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전반전에만 4실점을 허용하고도 후반전에 4골을 몰아넣으며 명승부 끝에 4-4 무승부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샬케는 먼저 실점을 내주었으나 4-2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2경기 연속 4골을 넣은 팀은 샬케가 처음이다. 최근 2번의 원정을 제외하면 샬케가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4골을 넣은 건 2000년 9월 23일, 분데스리가 6라운드가 유일했다. 이래저래 샬케 입장에선 기념비적인 더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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