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ds vs LiverpoolGetty Images

달리는 승격팀 리즈,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 괴롭히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16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로 돌아온 리즈 유나이티드가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스피드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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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가 안필드 원정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0/21 시즌 EPL 1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3-4로 아쉽게 패했다. 

리버풀이 어떤 팀인가? 안필드에서 2017년 4월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패한 이후 EPL 홈에서 3년 넘게 60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홈 최강 구단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리즈는 비록 패했으나 승격팀 답지 않게 화끈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면서 많은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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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승격팀이 디펜딩 챔피언 상대로 EPL 원정에서 3골 이상을 득점한 건 2008년 11월, 헐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던 3-4 패)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경기에서 리즈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패트릭 뱀포드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포진한 가운데 잭 해리슨과 엘데우 코스타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칼빈 필립스가 포백 앞에 위치했고, 마테우스 클리치와 파블로 에르난데스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스튜어트 댈러스와 루크 에일링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파스칼 스트루이크와 로빈 코흐가 중앙 수비수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골문은 일란 메시에르 골키퍼가 지켰다.

Leeds Starting vs Liverpoolhttps://www.buildlineup.com/

리즈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 킥으로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돌아서면서 슈팅을 가져간 게 코흐 손에 맞으면서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고, 이를 살라가 차분하게 성공시킨 것.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만큼 위축될 법도 했다. 리즈 선수들의 상당수는 대부분 1부 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리즈 선수들은 디펜딩 챔피언인 리버풀을 상대로 다소 무모할 정도로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치면서 속도전을 통해 공격을 감행했다.

리즈는 8분경, 파블로의 크로스를 리버풀 수비수 조 고메스가 헤딩으로 걷어낸 걸 클리치가 재차 헤딩으로 밀어줬고, 해리슨의 패스를 받은 코스타가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되어 아쉽게 취소됐다. 하지만 곧바로 3분 뒤(11분경), 필립스의 정교한 롱패스를 받은 해리슨이 리버풀 오른쪽 측면 수비수 막시밀리안 알렉산더-아놀드와 고메스까지 제치고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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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20분경, 왼쪽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의 정교한 코너킥을 핵심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다시금 리드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리즈는 실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2분 뒤에 댈러스의 롱패스를 판 다이크가 걷어내려는 걸 뱀포드가 강한 압박으로 가로채고선 차분하게 골을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비록 리즈는 32분경 살라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2-3으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으나 충분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쳐보이며 후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후반에도 리즈의 공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후반 12분경, 해리슨이 댈러스의 롱패스를 받아서 골키퍼 키 넘기는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이는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되면서 무효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후반 21분경, 클리치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주고선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 코스타의 빠른 크로스를 감각적인 볼터치로 받아내고선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3번째 동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양 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막을 내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리버풀의 코너킥 공격에서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후반 교체 출전한 리즈 공격수 로드리고가 수비에 가세했다가 리버풀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의 다리를 거는 반칙을 범했다. 결국 리즈는 또다시 살라에게 페널티 킥으로 실점을 허용하면서 대어를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비록 패했으나 이 경기에서 리즈의 빠른 공격과 강도 높은 압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리버풀보다 더 강한 압박을 감행한 리즈이다. 이는 양 팀의 활동량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즈가 114.66km로 리버풀(109.18km)보다 5km 이상 더 많이 뛰었다.

게다가 연신 태클을 구사하면서 리버풀을 괴롭혔다. 실제 이들은 무려 53회의 태클을 시도해 33회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33회 태클 성공은 최근 5시즌 동안 리버풀 상대로 가장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태클로 소유권을 가로채고 난 이후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경이적으로 빨랐다. 소유권을 가로채면 5명에서 6명의 선수들이 곧바로 리버풀 골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지체없이 직선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리버풀 수비들은 당황하면서 평소답지 않게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클롭이 과거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헤비메탈에 비유했었는데 그보다 더 헤비메탈스러운 축구를 구사한 리즈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리즈의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공격 장면들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리즈의 3번째 골에서 리버풀의 스로인을 댈러스가 헤딩으로 가로채자 곧바로 6명의 선수들이 즉각적으로 공격에 가세하는 걸 따로 보여주면서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하단 사진 참조).

Leeds Pressing & AttackBBC MOTD
화면캡처: BBC MOTD

심지어 점유율에서도 리즈가 근소하게나마 51대49로 리버풀에 앞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광인'으로 불리는 마르셀로 비엘사 리즈 감독의 축구 철학이 잘 구현되면서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 리즈였다. 단지 리버풀엔 살라라는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에 리버풀 수문장 알리송 베케르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리즈가 실력있는 좋은 팀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용감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상당히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플레이 방식을 보면 많은 위험을 감수하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고유의 방식이 있다. 안필드에서 우리와 맞붙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 역시 "이번 맞대결을 앞두고 그들의 경기를 10경기 이상 봤는데 항상 끝까지 전력을 다해서 뛰는 모습이었다. 정말 존경스럽다. 리즈는 최고의 팀이다. 정말 강하다.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됐을 것이다"라며 리즈를 높게 평가했다.

물론 개막전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다. 지난 시즌 승격팀 노리치 시티도 시즌 초반 공격적인 축구를 통해 첼시와의 3라운드에서 2-3으로 석패했고, 맨체스터 시티와의 5라운드에서 3-2로 승리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으나 결국 수비 불안으로 무너지면서 독보적으로 많은 실점(75실점, EPL 최다)과 함께 최하위로 강등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수비가 무너지자 시즌 초반 강점이었던 공격도 덩달아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리즈가 공격 전술의 정교함에 있어 노리치보다 더 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명장 비엘사이다. 야심차게 영입한 신입생 두 선수(코흐와 로드리고)가 동시에 페널티 킥을 허용하는 우를 범했으나 이들이 팀에 녹아든다면 한층 더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번 시즌 리즈는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팀이다. 설령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하면 최소 재미있는 경기는 보장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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