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다이아 4-4-2 전술을 통해 폴 포그바 역량을 극대화하고 승부처에서 마커스 래쉬포드와 브루누 페르난데스 교체 카드를 활용해 RB 라이프치히를 5-0으로 대파했다.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 홈에서 열린 라이프치히와의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차전에서 5-0 대승을 거두었다. 그 중심엔 전술 변화와 영리한 교체 카드가 있었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이 경기에서 맨유는 깜짝 다이아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맨유가 솔샤르 감독 체제에서 다이아 4-4-2를 가동한 건 지난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1차전 당시 후반 22분경, 포그바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활용했던 게 유일했다. 즉 시작부터 다이아 4-4-2를 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앙토니 마르시알과 메이슨 그린우드가 투톱으로 나섰고, 도니 판 더 베이크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다. 폴 포그바와 프레드가 중앙 미드필더로 좌우에 위치했고, 네마냐 마티치가 포백 앞에서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루크 쇼와 아론 완-비사카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 듀오를 형성했다. 골문은 언제나처럼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Kicker다이아 4-4-2는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첫째, 타일러 아담스와 콘라드 라이머가 부상으로, 아마두 하이다라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결장해 중원에 전력 누수가 크게 발생한 라이프치히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둘째, 포그바가 '메찰라(mezz'ala)' 역할을 수행하면서 본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여기서 메찰라는 이탈리아어로 중앙을 의미하는 '메츠(mezz)'와 날개를 의미하는 'ala'의 합성어이다. 즉 기본적으로 중앙에 위치하지만 측면까지 커버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이다.
이는 포그바가 유벤투스 시절 자주 수행하던 역할이다. 포그바는 2012/13 시즌부터 2015/16 시즌까지 4시즌 동안 유벤투스에서 뛰었다. 이 중 마지막 시즌을 제외한 첫 3시즌 동안 그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스 피를로, 유벤투스 유스 출신의 만능 미드필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그리고 투지 넘치는 전투적인 미드필더로 득점력까지 겸비했던 아르투로 비달과 함께 유럽 최고의 중원 조합 중 하나로 명성을 떨치던 'MVPP(마르키시오-비달-피를로-포그바)' 라인을 형성했다. 당시 포그바가 맡았던 역할이 바로 왼쪽 메찰라였다. 이들은 2014/15 시즌 당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절정을 맞이한 바 있다.
https://www.buildlineup.com/2014/15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당시 유벤투스 선발 라인업
이 경기에서 포그바는 8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 횟수가 무려 15회로 최다였다. 포그바가 지속적으로 전방에 패스를 공급해줬기에 다이아 4-4-2 포메이션의 최대 약점인 측면 공격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던 맨유였다. 이에 더해 그는 가로채기 3회와 태클 1회를 성공시키면서 평소와 달리 수비적으로도 헌신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포그바는 라이프치히 상대로 등지는 플레이와 뛰어난 볼 간수 능력으로 버텨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포그바는 맨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8회의 볼 경합 횟수(2위는 프레드와 마티치의 11회)와 6회의 파울을 얻어냈다. 이로 인해 라이프치히의 최대 강점인 강도 높은 압박이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결국 포그바의 발에서 맨유의 천금같은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21분경 포그바가 볼을 몰고 전진하다가 스루 패스를 찔러준 걸 라이프치히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그린우드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실점을 허용한 라이프치히가 공세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맨유는 데 헤아 골키퍼가 중요 순간 선방을 해주었고, 포그바와 마르시알이 왼쪽 측면에서 좋은 연계를 펼치면서 라이프치히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이에 더해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후반 18분경, 그린우드와 마티치를 빼고 마커스 래쉬포드와 스콧 맥토미니를 동시에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23분경엔 판 더 베이크 대신 브루누 페르난데스를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라이프치히는 기본적으로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면서 강한 전방 압박과 속공을 구사하는 팀이다. 이로 인해 수비 라인 뒷공간을 자주 허용한다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이는 라이프치히 전임 감독으로 승격팀 돌풍을 이끌었던 랄프 하젠휘틀 현 사우샘프턴 감독의 특징과 유사점이 있다).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지친 틈을 타 브루누의 스루 패스에 이은 래쉬포드의 빠른 스피드로 공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이는 주효했다. 후반 29분경, 역습 과정에서 브루누의 원터치 스루 패스를 래쉬포드가 잡아서 추가골을 넣었다. 당시 래쉬포드가 라이프치히 수비수들보다 뒤에 있었기에 심판은 지체없이 오프사이드 반칙을 불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브루누가 패스하던 시점에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전원 하프 라인 위 공격 진영에 있었다. 축구 규칙상 수비팀 선수들이 전원 공격 진영에 있을 땐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되지 않는다. 즉 라이프치히가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올라온 게 독으로 작용한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물론 여기에는 브루누의 센스 있는 스루 패스와 래쉬포드의 빠른 발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어서 맨유는 후반 32분경, 마르첼 자비처가 위험 지역에서 끌다가 프레드에게 가로채기를 당했고, 이를 받은 래쉬포드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가볍게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3골로 벌려나갔다.
사실상 승기를 잡은 맨유는 후반 36분경, 포그바와 완-비사카를 빼고 에딘손 카바니와 악셀 튀앙제브를 넣는 여유를 보였다. 맨유는 후반 40분경, 다시 한 번 역습 과정에서 프레드의 패스를 받은 마르시알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파울을 유도해냈다. 마르시알은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성공시켰다.
마지막으로 정규 시간도 지나고 추가 시간 1분경(90+1분), 마르시알이 측면을 돌파하다가 패스를 준 걸 래쉬포드가 잡아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5-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교체 출전해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래쉬포드이다.
래쉬포드는 후반 18분에 출전해 27분 남짓을 소화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슈팅을 시도해 3회의 유효 슈팅을 모두 골로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 역시 3회로 최다였다. 지친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Squawka이렇듯 맨유는 다이아 4-4-2를 통해 포그바를 포함한 맨유 미드필더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했고, 승부처에서 래쉬포드와 브루누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라이프치히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솔샤르는 10월 A매치 기간만 하더라도 경질설에 휘말렸다. 하지만 뉴캐슬과의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에서 브루누-마타 더블 플레이메이커 시스템으로 4-1 대승을 거두었고, PSG와의 챔피언스 리그 1차전에서 수비적인 5백 시스템에 더해 후반 다이아 4-4-2 전환으로 2-1 승리를 이끌어냈다. 첼시전엔 더 좋은 경기 내용을 선보였음에도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쉽게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으나 이번 라이프치히전에선 다이아 4-4-2와 적재적소의 교체 카드로 4경기 연속 무패 행진(3승 1무)을 견인하며 위기의 순간 전술적인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