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국인!" 외친 황인범, 인종차별 논란의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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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미국 뉴욕] 한만성 기자 = 황인범(22)이 터뜨린 MLS 데뷔골 만큼이나 화두가 된 인종차별 사건의 내막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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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화이트캡스 미드필더 황인범은 18일(한국시각) 홈구장 BC플레이스에서 LAFC를 상대로 열린 MLS 7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LAFC는 이날 시즌 첫 번째 패배를 당하고도 현재 승점 19점으로 올 시즌 MLS 통합 순위(동부, 서구 지구 합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반면 밴쿠버는 이날 전까지 승리가 없었다.

무려 여섯 경기째 승리가 없었던 밴쿠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황인범이 뽑아낸 데뷔골 덕분에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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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 후 예상치 못한 일로 논란이 제기됐다. 이날의 주인공 황인범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팀 승리와 자신이 MLS 진출 후 기록한 첫 골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통역을 통해 기자회견에 응한 황인범은 자리를 뜨기 전 끈금없이 마이크를 통해 자신이 직접 영어로 "나는 한국인(I'm Korean)"이라고 외치며 취재진을 아리송하게 했다.

# LAFC 우루과이 선수에게 인종차별당한 황인범? 오보로 판명

이에 대해 밴쿠버 지역 일간지 '더 프로빈스' 스포츠 기자 JJ 아담스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기 도중 황인범과 신경전을 벌인 LAFC 공격수 디에고 로시가 그를 향해 '일본인 XX'라고 외쳐 험악한 분위기가 고조됐다. 황인범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친 이유도 바로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해 논란이 시작됐다.

황인범은 밴쿠버가 1-0으로 앞선 후반전 LAFC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상대 공격수 디에고 로시(21)의 공격을 거친 태클로 차단했다. 깊숙한 태클에 화가 난 로시는 황인범에게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태클이었던 만큼 LAFC 선수들도 황인범에게 달려가 그를 밀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황인범 또한 기죽지 않고 그들에게 맞서 대응했다.

여기까지는 축구 경기 도중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아담스 기자의 말대로 로시가 황인범을 '일본인 XX'라고 불렀다면, 이는 경기 도중 인종차별 행위로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지난해 6월에는 밴쿠버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테헤라가 필라델피아 유니언전에서 신경전을 벌이다가 상대 선수를 모욕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황인범과 로시를 둘러싼 인종차별 사건은 '오보'로 판명 났다. '골닷컴 코리아'의 취재 결과 황인범을 모욕했다는 행위를 받은 로시의 소속팀 LAFC가 직접 나서 이번 사건을 조사했다. LAFC는 밴쿠버 구단과도 직접 접촉해 황인범, 로시와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황인범은 로시와 신경전을 벌이던 도중 어떠한 인종차별적인 말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 논란 제기한 현지 기자도 해당 트위터 글 삭제 후 양 구단에 사과

밴쿠버 구단에 따르면 황인범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친 이유도 로시와의 신경전과는 무관했다. 황인범은 밴쿠버 이적 후 양말에 태극기를 달고 뛰고 있다. 그러나 태극기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지 못한 현지 팬들이 많아지자 황인범이 이를 알리기 위해 "나는 한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게 밴쿠버 구단 측의 설명이다.

또한, 밴쿠버와 LAFC는 기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요청하자 구단 차원에서 이 논란을 처음 제기한 아담스 기자와 접촉해 발빠른 상황 파악에 나섰다. LAFC 홍보팀 담당자 세트 버튼은 "황인범과 접촉한 결과 해당 보도와 달리 로시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파악했다. 해당 기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담스 기자는 경기 후 트위터에 게재한 글을 하루 만에 삭제했다. 이후 그는 "황인범의 통역사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 황인범은 로시에게 그런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한 이유는 양말에 부착된 태극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인종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담스 기자는 로시가 황인범을 모욕했다는 소식을 전한 트위터 글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구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몇몇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이라고만 적었다. 이후 아담스 기자는 해당 트윗을 삭제한 후 "책임은 100% 내 몫이다. 트위터에 게재하는 글을 더 신중하게 쓸 필요가 있었다. LAFC, 디에고 로시, 그리고 화이트캡스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 황인범 "태클 과격했던 건 사실…미안한 마음 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장의 모습을 나타낸 황인범 또한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고, 전혀 언짢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질문을 받는 도중에도 현지 기자가 로시와의 사건을 언급하자 통역의 도움 없이 이를 이해하고는 미소를 짓더니 장난기 섞인 표정과 목소리로 "Next question(다음 질문!)"이라고 외치며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내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후 황인범은 로시와의 신경전에 대해 "경기의 일부다. 상대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팀을 위해서 파울로 끊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인범은 오히려 "태클이 과격하게 들어가서 (로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축구 외적인 이유로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단, 황인범은 상대팀 선수들이 달려와 자신을 밀치자 이에 강력히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데에 대해서는 "내가 과격한 태클을 한 게 사실이니 상대 선수들이 달려와서 나를 밀치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어떤 선수가 내 배를 치더라. 그런 행동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강하게 반응했다"며 신경전을 펼친 게 전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황인범은 "이 상황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이나 팬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런 부분에는 오히려 나도 만족하고 있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 황인범이 "나는 한국인!"을 외친 이유

밴쿠버로 이적한 황인범은 줄곧 현지 인터뷰에 응하면 기회가 날 때마다 자신이 한국 선수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과거 홍명보, 이영표가 각각 LA 갤럭시와 밴쿠버로 이적하며 MLS에 진출한 사례가 있지만, 이 둘은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북미 무대를 밟았다. 지난해 시애틀 사운더스로 이적한 김기희 또한 MLS 진출 후 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황인범은 MLS에서 활약하며 한국 대표팀에도 꾸준히 차출되는 최초의 선수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최종 목표는 유럽 진출이지만, MLS에 한국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여기서도 내가 한국 대표팀 선수라는 자부심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었다.

황인범과 함께 MLS에서 활약 중인 김기희 또한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물론 (황)인범이도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미국에 한국 축구를 더 잘 알리고 싶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황인범은 지난달에는 밴쿠버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간지 '밴쿠버 조선일보'를 통해 "이곳에서 모든 한국 분들이 '저 선수가 바로 한국인이야'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그림"이라며,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이 필요하고,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더 큰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범이 MLS 진출 후 첫 골을 터뜨린 후 공식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나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강조해 외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