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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시대… 감독 검증 강화”

[골닷컴, 축구회관] 서호정 기자 = 취임 일주일 만에 과거 있었던 폭언, 폭행으로 자진 사임한 최인철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태에 대해 선임 결정권을 지닌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사과했다. 그는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시대”라는 말과 함께 도덕성, 인권 부분에서 급변하는 사회 기준을 축구계도 따라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 선임을 위한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길 부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김판곤 위원장 브리핑을 열었다. 전날 자진 사임을 발표한 최인철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소명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둔 A대표팀과 동행하다 급거 귀국한 김판곤 위원장은 최인철 감독 사태를 조사했고, 자진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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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자 대표팀 감독 선임 결과가 축구팬과 국민들에게 실망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감독 선임 전권을 부여받고 과정을 주도한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고개 숙인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감독을 결정했었는지, 어느 부분에서 부족했는지를 말씀드리고 질문에 성실히 답하겠다”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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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은 최인철 감독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우려는 갖고 있었고 일부 확인 절차를 가졌지만 더 깊은 검증 과정을 갖지 못한 부분을 인정했다. 우리 사회가 최근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브리핑 내용이다. 

Q. 최인철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선임 과정을 시작하고 7명의 국내외 감독과 만났지만 완벽한 대상자는 없었다. 처음에 방향을 정할 때 일선 지도자와 다 만나 보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었다. 8명의 WK리그 감독 중 7명이 국내 지도자 중에 한국 여자축구를 가장 잘 아는, 역량이 뛰어난 감독을 선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국내 감독을 우선 순위로 염두하고 진행했다. 우리가 설정한 기준이 높았다. 거기 부합하는 국내 후보는 몇 되지 않았다.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원회는 후보 중에서 역량이 뛰어난 감독이 있으면 가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외국인 감독까지 고려해서 풀을 더 넓혔다. 포트폴리오에 있던 7명 중 최종 4명을 선정했다. 3명은 국내, 1명은 외국 감독이었다. 국내 감독과는 직접 면담했고, 외국 감독과는 스카이프(화상전화)로 인터뷰하고 2명과는 직접 만나서 대화했다. 경력이나 결과, 여러 역량, 인터뷰 상으로 상당히 준비한 분이 최인철 감독이었다. 최인철 감독이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영상과 함께 현재 국가대표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목표 지점까지 잘 설정했다. 세계 축구 트렌드도 가장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인터뷰 기술 역량에서 최인철 감독이 월등했다. 

위원회에서도 최인철 감독의 강성 이미지가 약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주변의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WK리그 감독 중 한 분이 최인철 감독의 강성 이미지 때문에 현대제철 소속을 제외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는 것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포인트를 잡고 감독과의 인터뷰 때 가장 먼저 그 부분을 질문했다. 현대제철 선수 4명과도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좀 더 깊게 얘기했고, 최인철 감독에 대해 들었다. 우리를 위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좋은 피드백이 있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인터뷰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감독이 얘기한 것을 의심 없이 믿었다. 최인철 감독은 예전에 어렸고 미숙했음을 인정했고, 특정 케이스도 얘기했다. 어떤 선수에게 파일로 머리를 쳤고, 선수가 너무 기분 나빠 해 반성하고 사과했고, 이후 이적도 도와줬다고 했다. 자신도 그 과정을 통해 성숙했고, 선수와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얘길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표팀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에 내부에 보고했다. 역량은 다른 후보들과 확실히 차이가 났지만, 염려가 됐기 때문에 계약서 상에 폭언, 폭행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곧바로 해지하는 장치를 넣고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계약 이후 보도된 내용과 최인철 감독의 인터뷰 당시 얘기엔 큰 차이가 있었고, 우리도 당황했다. 감독도 심경 변화가 생기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여자축구에 좋지 않겠다고 해서 소위원회에 사임 의사를 전했고 어제 발표했다. 

소위원회 구성 후 프로세스를 설정하고, 그렇게 선임한 감독이 벌써 7명이다. 이번에 더 의심하고,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소홀한 부분에 사과드린다. 최근 기준이 급박하게 바뀌고 높아졌다. 예전 기준이 아니라 현재 기준에 맞춰서 도덕적인 부분을 따라가지 못했다면 보완할 것이다. 우리 지도자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현재는 자신을 돌아보고, 개선하려고 한다 생각한다. 어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최인철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털고 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깊이 반성하고, 더 성숙하고 바른 모습으로 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사죄하고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 부분은 마음이 안타까웠다. 

Q. 감독 선임 발표 후 폭행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처음엔 감독이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했다. 인터뷰 때도 어느 정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부인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심리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잘못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그것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심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고, 마지막에 자진 사임을 결단할 때는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를 통해 상처받은 선수에게 위로했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한 지도자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표팀까지 올라왔는데 추락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Q. 지도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우리 프로세스가 완벽하지 않았다. 일단은 협회 철학에 맞는 인물을 찾고 분석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지난해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에도 후보들이 하나 이상은 루머가 있었다. 확인하기 어려웠다. 상벌위원회에 올라온 문제도 아니고, 경찰서에 가서 범죄 사실 유무를 확인하는 건 불법이다. 본인의 얘기를 듣는 것이 최선이고, 그 다음이 주변 얘기를 듣는 게 다음 방법인데 어렵다. 계속 고민하겠다. 제언도 부탁드린다. 

Q. 선임 과정에서 인터뷰 한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선수들이 준 피드백은 상당히 좋았다. 현대제철 선수였으니까 더 좋았을 수도 있다. 누구를 작정한 게 아니라 포지션 별로 무작위로 불렀다. 이동 중에 옆에 앉은 선수와도 대화했다. 더 깊게, 심각하게 짚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감독 스스로가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 준 반성하는 자세에서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서 의심이 어려웠다. 

Q.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위원장보다는 여직원이 마음 놓고 선수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좋은 의견이다. 의심이 있다면 더 깊이 조사하는 부분을 보완하겠다. 

Q. 최인철 감독이 특정 선수와 관계를 회복했다고 말했는데 협회가 직접 확인했어야 하지 않나?
이적하는 과정, FA 과정에서 자신이 도와줬다고 했다. 관계가 회복됐다고 해 우리도 믿었다. 감독이 자신이 성숙하게 된 계기를 말하는 과정에서 나온 케이스인데, 그대로 믿었다. 선수와 만나서 꼭 확인해 봐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 선수의 신상이 더 드러날 수 있어서 더 깊이 말씀드리긴 어렵다.

Q. 그 사례가 2011년 대표팀 감독 시절 나온 문제인데, 그에 대한 보고가 협회 차원에서 전혀 없었나?
보도된 건 대표팀 시절의 사례가 아니다. 소속팀에서의 문제였다. 사실 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이전 부임 때는 그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폭행 부분은 우리가 찾은 문제가 아니다. 내가 먼저 물어본 것도 아니다. 강성 이미지를 염려한다고 하니 대답하는 과정에서 감독 스스로 말한 케이스다. 그러다 보니 나도 문제 인식이 부족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관련된 사람(피해자)들이 프라이버시 때문에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보여서 더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한다. 

Q. 최인철 감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축구 전체의 악습인데?
열악한 환경에서 때로는 지도자들이 무지하고, 어리고,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요즘 사회가 인권, 도덕에서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지도자들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중이다. 10년 전 일까지 언급하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속도에 맞추도록 계몽하고, 개선하고, 반성하겠다. 솔직히 두렵다. 이제 어떤 국내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가 하는 염려가 든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사회가 변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변하고, 성숙해져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서 지도자들이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선수들도 인식할 것이다. 사회가 급변하는 가운데 발 맞출 부분에서 지적 받고, 변화했으면 좋겠다. 

Q.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는 같은 종목이지만 결이 다르다. 선임 과정에서 여자 축구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할 텐데?
여자 축구 전문가, 여성 지도자를 소위원회에 합류시키겠다. 우리가 기준을 세우고 후보군을 잡다 보니 몇 명 없었고, 그 중에서도 완벽한 후보는 없었다. 여자 축구에 평생을 바쳐 온 분 중에서 대표팀 감독이 나온다면 좋은 메시지가 될 거라 봤다. 헌신하고, 결과를 내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 나오다 보니 나도 용기가 줄어든다. 풀을 더 넓히고 남자 축구 지도자까지 봤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래도 여자축구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위로도 하고 싶다. 

Q. 차기 감독 선임을 해야 하는데? 페드로스 전 리옹 페민 감독 선임 작업을 병행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페드로스 감독은 7명의 후보 중 1명이었고, 직접 면담까지는 했다. 하지만 최종 4명의 후보에는 없었다. 우리가 정해 놓은 프로세스대로 새로운 감독을 찾을 것이다. 우선 협상 대사장는 3명이었다. 1번이 현재 실패했기 때문에 2번과 협상하겠다. 남성 감독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협상이라는 게 잘 되면 큰 문제는 없다. 매번 쉽지 않았다. 잘 안 됐을 경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번이 안 되면 3번 후보도 있다. 아예 풀을 확 넓혀서 새로 찾을 수도 있다. 굳이 좁은 풀 안에서 리스크를 택하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풀을 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는 2번 우선 대상자와 협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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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자 축구의 전반적인 미래에 대한 고민도 커질 텐데?
지난 프랑스 여자월드컵 때 라커룸에 가서 선수들을 만날 때 미안한 마음이었다. 남자 축구와 비교하면 지원이 부족했다. 여자 축구 현장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거기서 성장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경기에 져도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월드컵 후 주요 고참들과 면담을 했는데, 본인들이 끈끈함이 없어지고 서로 불만을 가지며 희생하는 게 줄었다는 얘기를 했다. 경기를 안 뛰면 경쟁을 포기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WK리그 현장을 돌며 많은 얘기를 나누며 미래를 준비했는데, 이번 일이 터지며 당황스럽다. 하지만 여자축구가 더 잘 뭉치고 지금 환경 안에서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선임위원회가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한 부분 죄송하다. 잘 고민하고, 의견 수렴해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지도자를 선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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