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거제] 서호정 기자 = 2019시즌 K리그1에 상당한 임팩트를 준 것은 ‘병수볼’이었다. 대학 무대의 명장 김병수 감독이 드디어 자신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발휘했고, 강원FC는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막판 조재완, 김지현 등 핵심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힘을 내지 못해 최종 6위를 기록했지만,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강원의 주도적이고 세밀한 축구는 큰 화제를 모았다. 팬들은 그런 축구에 찬사를 보내며 ‘병수볼’이라는 별칭을 안겼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강원은 다시 화제를 모았다. 임채민, 고무열, 이범수, 김승대, 김영빈, 신세계, 채광훈 등 양질의 선수를 보강하며 이적시장 초반을 주도했다. 한국영, 이영재, 이현식, 신광훈, 김오규 등 기존 멤버를 지킨 가운데 지난해보다 더 강해진 스쿼드를 구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레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강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아시아쿼터인 일본인 풀백 나카자토가 강원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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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에는 또 어떤 놀라운 축구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모이지만, 김병수 감독은 신중한 모습이었다. 당초 중국에서 1, 2차에 걸쳐 진행하려 했던 동계 전지훈련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뒤엉켰다. 1차 전지훈련을 예정보다 빨리 마무리했다. 2차 전지훈련지를 찾기 쉽지 않아 2군이 향하기로 한 거제로 1군도 향했지만 현지 잔디 사정이 나빴고(같은 장소를 택한 성남은 도중에 제주로 옮겼다), 연습 상대도 대학 팀들이 대부분이다.
겨울 동안 구상한 새 전술을,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완성해 가려고 했던 구상이 흔들리는 데 대해 김병수 감독은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그 역시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거제 전훈지에서 진행한 김병수 감독과의 인터뷰다.
Q. 선수단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동계 전지훈련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A.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일정이 어긋나면서 지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사실이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별 문제가 아니라면 아닌 건데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오고 해서 각오를 다지면서 양질의 연습 경기를 하려고 했다. 그게 안되면서 뒤죽박죽 됐다. 그래도 괜찮아지고 있다. 시즌 초반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각오하고 있다.
Q. 스쿼드가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 김병수 감독의 축구는 기존에 경험한 적 없는 선수는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변수가 될까?
A. 축구는 어려운 건 아니다. 적응의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고)무열이 같은 경우는, 스트라이커 쪽에 기용할 계획인데 기술적으로 안정된 선수다.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승대는 부상으로 인해 이제 막 시작해서 좀 더 봐야 하겠지만 역시 문제없을 거다. 포지션 게임 하려는 게 쉽지 않아서 다른 전술로 극복하려고 하는 중이다.
Q. 고무열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활용은 조금 놀라운 부분이다. 프로에서 그 포지션을 주력으로 본 적이 없지 않나?
A. 잘하잖아… 우리 스쿼드를 봤을 때 측면에 두는 게 아까운 선수다. 공을 많이 만지고 골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서는 게 고무열에게 맞다고 본다. 메인 전술은 아니겠지만 승대하고 같이 앞뒤로 서서 활발하게 움직여주면 상대 수비의 틀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의 전술 안에서 본인이 얼마나 자율을 찾느냐다. 포지션은 별 문제가 안 된다.
Q. 지난 시즌 강원은 22세 이하 선수 활용에 큰 고민이 없던 팀이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어렵게 구축한 전력의 밸런스가 22세 이하 문제로 깨질 수도 있다.
A. 그 부분에 굉장히 고민이 많다. 기본적으로 이광연이 있다. 신인 서민우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과감하게 22세 이하 선수 없이 갈 수도 있다. 교체카드 하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뜻이다. 강원이 아직 유스 시스템이 약하다. 유스 선수를 프로에 올리거나, 어린 선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현재로서는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Q.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전술적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A. 중요한 건 행동이다. 전술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수행하는 데 어려워한다면 굳이 할 필요 없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일단 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빨리 수정해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스타일이다. 그걸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전술적으로 변화를 준 건 있다. 포백과 스리백을 유연하게 혼용해 보려고 한다. 작년에는 약간 했는데 올해는 대 놓고 할 생각이다. 임채민 합류로 인한 효과가 당연히 크다. 스쿼드의 전체적인 무게감도 생겼다. 작년에는 앞에서 속도를 내는 선수가 없다 보니까 상대가 수비하기 쉬웠을 것이다. 올해는 속도감 있는 선수가 여럿 있어서 더 큰 무기가 생겼다.
Q. 개막전 상대가 대구다. 지난 2년 간 강원이 대구에 승리하지 못했다.
A. 대구를 어려운 팀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까다로운 스타일은 아닌데 역시 방심하면 당할 수 밖에 없는 상대다. 유독 그럴 때가 있다. 알게 모르게 생기는 징크스. 그걸 무시 못하겠다. 하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한다. 축구라는 게 한번 이기면 두번 이기고 그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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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장 오범석과 부주장 김오규를 2년 연속 선임했다.
A. 새로운 선수들이 많은데, 아직 분위기가 서먹할 거다. 친해지기까지는 기존의 주장과 부주장이 잘 리드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범석이는 선수를 떠나 훌륭한 인간이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리더 역할을 잘 해 준다. 오규도 신뢰한다.
Q. 병수볼이라는 표현에 대해 처음엔 거부감도 보였는데,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A. (웃으며) 병수볼 그거 내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쓸 것도 아니지 않나? 주목받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모든 게 그렇다. 너무 기대치가 높으면 암만 잘해도 시시해진다.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나? 선수들이 그런 외부 시선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구에서 공격과 수비는 분리되지 않는다. 함께 하면서 마무리를 짓는 거다. 결국 행동하는 건 선수들이다. 나보다 선수들을 더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