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인천국제공항] 서호정 기자 = 기성용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월 3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로 자유계약 신분이 된 그는 K리그 복귀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FC서울과의 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추진한 전북현대 입단도 서울과의 위약금 문제로 불발됐다. 이후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던 기성용은 최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스페인 1부 리그 팀을 최종 행선지로 잡았다. 기성용은 출국 당시 새로운 소속팀을 밝히지 않았지만 RCD마요르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선수로서 보기 드문 테크닉과 패싱력을 지닌 기성용은 라리가에 대해 “어려서부터 꿈꿔 온 무대다”라고 말했다. 긴 시간 동경해 온 무대에 30대 초반의 나이로 진출하게 된 그는 “프리미어리그에 갈 때보다 더 설레는 것 같다”며 의미 있는 도전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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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K리그 불발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해서도 상세히 말했다. 그는 “여러 협상을 했고, 감독님들을 만났지만 서울 구단이 진정으로 나를 원하는 늬앙스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코칭스태프와 회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영입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기성용은 “현재 유럽에서 뛰고 있는 여러 선수들이 이번 일을 지켜봤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라며 서운함을 밝혔다.
다음은 기성용과의 인터뷰 전문.
Q. 결과적으로 더 좋은 행선지가 나왔다.
A. 어려서부터 꿈꿔 온 무대다. 계약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프리미어리그 갈 때보다 더 설레는 것 같다. 20대 초반의 나이는 아니지만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의 날은 어찌 될 지 모르지만 내게 의미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
Q. 선택지가 여러 곳이 있었을 텐데?
A. 많이 고민했었다. 좀 더 일찍 결정할 수 있었는데, 가족도 있고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하지만 스페인이라는 무대는 너무나 동경했던 곳이다. 다신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돈이든, 뭐든 어떤 것보다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이 지연되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Q. 유럽이 아닌 더 편한 선택도 가능했는데?
프로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편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생각이 있었다. 다 아시다시피 K리그로 갈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3주 동안 정말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결국은 이렇게 좋은 리그에서 뛸 수 있게 돼 감사하다. 경기 뛴 지 오래 돼 컨디션을 되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그 무대에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Q. 팀을 밝혀줄 수 있는가?
A. 지금은 팀명을 말씀드리기 어렵다. 죄송하다. 1부 리그 팀이다. 가자마자 경기가 5월까지 13경기 정도 남았다. 최대한 많이 뛸 수 있게끔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Q.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하게 된다.
A. 당연히 기대가 된다. 어려서부터 워낙 좋아했던 리그다. 좋아하는 팀도 많다. 그런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다. 선수 생활 뿐 아니라 은퇴를 한 뒤에 축구 쪽 일을 할 때도 가장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Q. K리그 복귀 추진이 실패로 돌아갔다.
A.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여기서 다 설명드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내게 FC서울은 K리그로 돌아오다면 가장 첫번째 조건이었다. 거기서 데뷔를 했고, 응원해주시고 현재도 많은 분들이 여러 격려를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나이를 먹고 K리그에 와서 은퇴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젊고 퍼포먼스에 자신 있을 때 팬들에게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스무살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른 모습이니까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줄 알았다. 다른 옵션도 있었지만 K리그로 돌아가는 것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서울에 아쉬운 부분은, 기사를 보니까 팀 구성이 완료되고 그때서야 내가 입단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이야기다. 12월부터 서울에서 얘기를 했다. 최종적으로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뒤 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전북이라는 좋은 팀에서 내 가치를 인정해줬고, 그래서 위약금을 내지 않고 전북을 보내달라고 한 뉴스도 있었지만 그 역시 사실이 아니다. 서울이 나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북행은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위해 위약금 문제를 서울과 해결하려고 했다. 드러눕거나, 떼쓰지 않았다. 계약서는 계약서니까 존중해서 잘 해결하려 했다. 그조차도 서울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전북으로 가기도 쉽지 않았다. 2주 동안 정말 힘들었다.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뉴캐슬에서 3~4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서 서울은 그에 대한 의구심도 있어 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팀과 협상을 해 보고 여러 감독님을 만나 봤는데 이 팀이 나를 정말 원한다는 걸 느껴야 하는데 (서울에서) 그걸 못 느꼈다. 또 속상한 것은 팩트를 넘어서 언론에 거짓된 정보가 나왔다. 마음이 힘들었다. 답답하기도 했다. K리그 팬, 특히 서울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있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분명 한국으로 올 거라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다 결렬이 돼 안타깝다. 팬들도 아쉽겠지만 그보다 내가 더 마음이 힘들었다.
Q.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유럽에서 잘 마무리하고 다시 K리그로 올 생각은?
A. 이번에 협상을 하며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느꼈다. 돈을 좇았다면 한국에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돈의 가치보다 팬, 구단과 목적의식을 같이 하며 뭔가를 이뤄낸다는 가치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거랑 다르게 비쳐졌다. 앞으로 한국에 올 지 안 올 지 모르겠다. 협상을 하며 많은 걸 느꼈다. 어떤 기회가 올 지 모르지만 지금은 한국에 올 수 없다. 해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많은 걸 느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좀 더 명확해진 부분이 있다.
Q. 친구인 이청용, 구자철 등도 K리그 복귀를 꿈꿀텐데 선수들이 이번 일을 보며 우려하지 않던가?
A. 우려되는 게 있다.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 소송 얘기, 위약금 얘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송 갈 생각도 없었다. 서울 구단과 원만하게 얘기해서 내가 K리그에서 많은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본보기가 될 거라 봤다. 해외에서 뛰던 선수들이 K리그 돌아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퍼포먼스가 안 나오면 실망할 수 있다. 금전적인 부분도 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선수들이 모든 걸 알고, 봤다는 것이다. 그들이 언제까지 유럽에서만 뛸 순 없다. 나이가 들고, 어느 시점에서 내려올 때가 있을 텐데 그때 선수들이 과연 K리그로 복귀하려고 하겠느냐는 걱정이 생긴다. 은퇴하기 직전이 아닌 지금 K리그에 오고 싶었던 건,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들 은퇴하기 전 한국에서 온다는 인식이 있는데, 더 젊고 팀에 도움이 될 때 구단과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늬앙스더라. 그게 아쉽다. 구단이 여건이 안 되고, 조건이 되지 않는다면 선수에게 마음을 담아 얘기할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청용, 구자철, 그리고 K리그에서 데뷔하고 해외로 간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르지만 썩 좋은 모습이 아니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Q. 바로 경기에 들어 갈 몸이 되나?
A.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서 팀과 훈련해야 한다. 팀 훈련을 거의 못해서 몸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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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단이 길게 보고 계약했나?
A.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짧든, 길든 프리메라리가에서 뛸 수 잇다는 게 중요하다. 짧게 계약해도 불만은 없다. 경기를 못 뛰었기 때문에 짧게 하자고 해도 만족한다. 그 무대 자체가 행복하다. 스페인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였다면 생각 안했을 것이다. 그만큼 동경했다. 기대가 된다.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겠다.
Q. 팀을 선택하는 목적이 가족과의 안정, 한국 축구에 대한 헌신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 바뀌었다.
A. 주위에서 고생 많이 했으니 너도 좀 편하게 살라는 얘길 한다. 편하게 살고 싶은데, 유럽에서 돌아올 때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회가 오니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위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도전을 하라고 얘기해줬다. 성공과 실패는 나중 얘기지만, 이런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고자 하는 동기가 뉴캐슬 시절에는 경기를 못 나가 떨어졌던 건 사실이다. 열정을 갖는 부분이 부족했다. K리그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 일을 통해 좀 더 동기부여가 생긴 건 사실이다. 그 무대에서 앞으로 어찌 될 지는 모른다. 또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른다. 그래도 이번 결정은 도전하고, 최고의 무대에서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응원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