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네덜란드 핵심 미드필더 프랭키 데 용이 UEFA 네이션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 상대로 급이 다른 활약상을 펼치면서 결승행을 견인했다.
네덜란드가 포르투갈 이스타디우 동 아폰수 엔히크스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그 중심엔 바로 중원의 키를 잡고 있는 선수인 데 용이 있었다.
이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평소과 똑같이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멤피스 데파이가 최전방 원톱으로 포진한 가운데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중심으로 라이언 바벨과 스티븐 베르흐바인이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데 용과 마르텐 데 훈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데일리 블린트와 덴젤 덤프리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버질 판 다이크와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언제나처럼 야스퍼 실리센 골키퍼가 지켰다.

경기는 시종일관 네덜란드의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네덜란드는 데 용이 중원을 장악하면서 주도권을 잡아나갔고, 베르흐바인의 적극적인 측면 돌파와 데파이의 적극적인 슈팅으로 잉글랜드를 공략해 나갔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경기 내용 자체는 그리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시즌이 막 끝나고선 곧바로 이루어진 경기다 보니 대부분 선수들의 컨디션 자체가 정상이 아닌 모습이었다. 양 팀이 기록한 4골 중 정상적으로 들어간 골은 73분경, 코너킥 공격 과정에서 나온 데 리흐트의 헤딩골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수비 실수로 비롯된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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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잉글랜드의 선제골은 데 리흐트의 실수에서 나온 것이었다. 31분경 데 훈의 백패스를 데 리흐트가 받는 과정에서 볼터치가 길게 이루어지면서 잉글랜드 공격수 마커스 래쉬포드에게 가로채기를 당하는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데 리흐트는 다급하게 태클을 시도했으나 파울을 범했고, 결국 네덜란드는 래쉬포드에게 페널티 킥으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전에 터져나온 네덜란드의 2골 역시 잉글랜드 수비의 어이없는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먼저 연장전 전반 6분경, 잉글랜드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가 돌아서는 동작으로 압박에서 벗어나려다 데파이에게 가로채기를 당하는 우를 범했다. 다행히 데파이의 슈팅을 잉글랜드 수문장 조던 픽포드가 선방했으나 골문으로 쇄도해온 네덜란드 측면 공격수 퀸시 프로메스(후반 23분경 바벨을 대신해 교체 출전)의 슈팅을 잉글랜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가 태클로 저지하려다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이어서 연장전 후반 9분경, 잉글랜드 대표팀 중앙 미드필더 로스 바클리의 백패스를 데파이가 가로채서 각도를 좁히고 나온 픽포드 골키퍼 앞에서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프로메스가 빈 골대에 논스톱 슈팅으로 가볍게 골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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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경기 내용 자체는 다소 UEFA 네이션스 리그 준결승이라고는 믿기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이하에 가까웠다. 데파이는 2도움에 더해 공격 세부 지표에서도 슈팅 10회를 비롯해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6회를 기록하면서 활발하게 공격을 주도했으나 마무리 부족으로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연달아 무산시키면서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신성 제이든 산초는 데 리흐트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알까기(Nutmeg)'를 성공시키는 등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꾸준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지지부진한 경기력을 펼치는 가운데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데 용이었다. 적어도 이 경기만 놓고 보면 그는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128회)와 가장 많은 패스(105회)는 물론 패스 성공률 96.2%를 자랑한 데다가 키패스도 2회를 기록하면서 플레이메이커다운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뛰어난 키핑 능력으로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면서 영리하게 2회의 파울을 유도해냈고, 1회의 드리블 돌파도 성공한 데 용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태클(5회)과 네덜란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가로채기(3회, 잉글랜드에선 데클란 라이스와 파비안 델프가 4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를 성공시켰고, 소유권을 다시 찾아온 횟수도 무려 15회에 달했다. 게다가 걷어내기 1회와 슈팅 차단 1회를 기록하면서 수비적으로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데 용이 공수 전반에 걸쳐 뛰어난 활약상을 펼쳐준 덕에 네덜란드가 결정력 부족 속에서도 잉글랜드를 3-1로 꺾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로날드 쿠먼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항상 그가 볼을 가지고 어떻게 플레이하는 지, 그가 얼마나 침착한 지를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수비적인 면을 놓고 보더라도 중원에서 많은 소유권을 가져오는 선수이다. 프랭키가 플레이하는 걸 보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네이션스 리그 결승전 상대는 다름 아닌 개최국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확실한 득점원이 있다. 이미 호날두는 스위스와의 준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장식하면서 3-1 완승을 이끌었다. 즉 결정력에 있어서 만큼은 포루투갈이 네덜란드에 앞선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네덜란드가 포르투갈을 꺾고 네이션스 리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기 위해선 데 용이 잉글랜드전처럼 중원을 장악해줄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