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울월드컵경기장] 서호정 기자 = 의욕적인 출발을 한 2019년 K리그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와 2부 리그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로 기대치를 높였다.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개막전 관중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요소도 있었다. 바로 그라운드 상태다. 선수들의 의욕적인 플레이와 감독들의 공격적인 전술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잔디로 인해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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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과 제주의 경기가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구장이 대표적이었다. 기본적인 인사이드 패스조차 울퉁불통한 잔디에 걸려 튀었다. 양팀의 혈전과 이창민의 환상적인 선제골, 1만8천명을 훌쩍 넘은 대관중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옥의 티로 남았다.
잔디 문제는 한국 축구의 대표적 과제다. 프로축구인 K리그 뿐만 아니라 A대표팀과 아마추어 축구의 경기력을 흔들고, 자연히 팬들의 관전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축구라는 컨텐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에는 논두렁을 연상시키는 그라운드 환경으로 인해 ‘국제망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은 잔디 생육 환경에서 불리함이 많다. 영상 15도에서 24도 사이가 생육의 최적 환경인 한지형 잔디로 그라운드를 채우지만 4계절의 기후 조건이 달라 균일한 관리가 쉽지 않다. 리그 휴식기가 겨울이다 보니 성장도 더디다. 잔디가 뿌리를 내리고 올라오는 시기에 반복되는 경기로 생육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 급격히 올라간 여름철 기온과 집중 강우는 새로운 변수다. 경기장 내 습한 공기의 순환이 어려운 전용경기장 구조로 인해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각 경기장을 관리하는 주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K리그 팀들은 홈 구장의 전면적인 잔디 개보수로 인해 시즌 중 지역 내 다른 경기장을 쓰거나 원정 일정만 잡아야 했다. 올 시즌도 제주, 울산 등이 홈 구장을 일정 기간 쓰지 못한다.
한국의 생육 환경에 맞는 잔디에 대한 연구와 보급도 활발하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본격 활용된 하이브리드 잔디의 도입도 추진 중이다. 천연 잔디에 수준이 향상된 인조 잔디를 혼합하는 방식이다.
3일 서울과 포항의 K리그1 개막전 마지막 일정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잔디 상태 개선을 위한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경기장 면적의 97%가량은 다른 경기장과 비슷하게 녹색 잔디보다 노란색 잔디가 더 많이 드러났다. 하지만 유일하게 남측 골대 부근 잔디는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지난해 말 도입한 히팅&쿨링 시스템의 성과였다. 그라운드 밑에 중온수 설비를 깔아 잔디의 생육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20mm의 온수파이프를 깊이 25cm, 간격 25cm로 설치해 순환방식으로 잔디 밑의 온도를 조절한다. 유럽에서 그라운드 아래 온열 기관을 통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과 흡사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중온수를 공급하고, 열교환기를 통해 온도를 변경한다. 실질적으로 그라운드 하부에 공급되는 온수는 영상 18도로 생육을 위한 최적 온도다. 겨울철에는 실제 온도보다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온도가 유지돼 잔디가 활발히 뿌리 내리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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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시설관리공단은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로 경기장 남측 골에어리어와 그 뒤의 공간까지 이런 온수파이프를 설치했다. 플레이오프 이후 지속적으로 가동하며 잔디밀도와 색상, 뿌리 발육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다. 결과에 따라 추후 경기장 전면에 도입하는 것을 결정한다.
개막전에서 나타난 잔디 상태는 합격점이라 할 만 했다. 가장 균일한 밀도와 푸른 색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전면 도입이 된다면 향후 다른 경기장에도 비슷한 시스템 도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