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정재은 기자=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로 분데스리가가 멈추며 선수들도 자연히 ‘집콕’ 신세가 됐다. 외출제한(Ausgangsbeschränkung)으로 훈련장 이용도 불가능해져 선수들은 집이나 근처 공원에서 운동하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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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독일에 있는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집돌이’ 스타일이다. 평소에도 집과 훈련장 외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골닷컴>이 비교해본 바, '집돌이'계 최강자는 권창훈(25, 프라이부르크)이다. 권창훈 측근이 “정말 그렇게 심심하게 사는 애는 처음 봤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골닷컴>은 그런 권창훈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해졌다. 16일 오전(현지 시각)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창훈은 “저도 제가 집돌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 3주 동안 집에서만 지내니 지치고 힘들더라고요”라고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운동도 잘하고, 체력 관리도 착실히 했단다. 분데스리가의 급여 삭감 행진에도 동참했다. 그의 근황을 여러분께 전한다. 방금 막 찍은 따끈따끈한 '셀카'도 공개한다.

GOAL: 좋은 아침! 잘 지내고 있나요?
“잘…지내고 있었죠.(웃음) 리그 중단된 후에 3주 정도는 제대로 못 돌아다녀서 집에서 개인 운동을 했어요. 프라이부르크는 아예 못 나가게 하는 정도는 아니라서 집 앞 공원에서 팀에서 준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해왔어요.”
GOAL: 최근에 팀 훈련을 다시 시작했죠?
“네. 지난주부터 훈련장에 나가서 두 명씩 혹은 네 명씩 함께 훈련을 진행했어요. 어제(15)와 그제도 훈련장에서 운동을 했고요.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에요.”
GOAL: 오른쪽 다리 근육 부상을 입었는데, 다 나은 건가요?
“부상은 한참 전에 다 나았어요. 다친 후에 일주일 동안 휴식하면서 재활을 하고 3주 차부터 훈련에 투입됐어요. 라이프치히전(3월 14일)에서 뛸 수 있어서 그 경기를 준비했어요. 경기장에 가려고 버스에 딱 탔는데 경기가 취소됐다고 그래서 못 뛰었죠. 그 이후로 훈련도 중단됐고. 그래도 부상은 다 나은 후여서 정상적으로 개인 운동을 했어요.”
GOAL: 코로나19로 경기랑 훈련이 다 취소됐을 때 상황이 어땠나요?
“경기장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팀 동료들이 다 내리는 거예요. 진짜 갑자기! 아니, 저한테 말도 안 해주고!(웃음) 영어로라도 얘기를 해줘야지 아무 말도 안 해주고! 그렇게 우르르 내리길래 제가 왜 내리냐고 했더니 애들이 경기 취소됐다고 우리 안 간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야, 거짓말 하지 마. 무슨 경기가 취소돼!’라고 했죠. 그만큼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진짜 이게 현실로 벌어졌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내렸어요. 구단 사장이랑 감독이랑 같이 이동하면서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조심해야 한다고. 그때부터 훈련장도 못 갔고, 밖에도 잘 못 나가고 그랬죠.”
프라이부르크GOAL: 외출제한령이 떨어지고 프라이부르크 도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평소보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적긴 했어요. 그런데 마스크는 잘 안 쓰더라고요. 어머니랑 같이 장 보러 마트에 갔는데 진짜 휴지가 다 떨어져 있더라고요. 지금은 괜찮은데 초반에는 사람들이 다 패닉에 빠져서 그랬나 봐요. 마스크를 좀 쓰고 다녔으면 좋겠는데 독일에선 그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니까 제가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죠.”
GOAL: 필요한 물건은 잘 살 수 있었어요? 사재기 현상이 심했는데
“필요한 물건들은 잘 샀어요. 물론 많이는 못 샀어요. 휴지나 생활 용품 등 그래도 잘 산 것 같아요. 어머니가 주로 장을 보러 나가셨는데 음식도 잘나가는 게 있으면 며칠 안 들어오고 그랬다더라고요.”
GOAL: 마스크는 잘 구했나요?
“네. 다행히 한국에서 가져온 게 있었고, 또 한국에서 많이 보내줬어요. 다행이죠. 어머니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고 마트에 가셨어요. 저보다 어머니 걱정이 더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마트에 사람이 많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어머니도 많이 조심하셔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셔요.(웃음)”
GOAL: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지내서 덜 심심했을 것 같네요
“혼자 있으면 진짜 심심했을 것 같아요. 어머니랑 같이 맛있는 것 해 먹고 TV도 같이 보고 산책도 하고... 잘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 3주는 진짜 힘들었어요.”
GOAL: 워낙 집돌이 스타일이라 괜찮을 줄 알았어요!
“저도 제가 그래서 덜 힘들 줄 알았죠...하하하. 막상 3주 그렇게 지내보니 힘들더라고요. 집에만 있는 것도 지쳐요. 약간 무기력해질 때쯤 이렇게 밖에서 운동할 수 있어 행복했죠. 일상의 소중함, 평범한 삶이 새삼 감사해졌어요.(웃음)”
Goal KoreaGOAL: 집에만 있으면 안 하던 것도 하게 되던데, 권창훈 선수도 그런가요?
“제가 원래 드라마를 진짜 안 봤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 정말 너무 심심하니까 하나하나 봤죠. 늘 TV 앞에 소파에 앉아서. (백)승호한테 연락이 왔는데 ‘형, 요즘 심심한데 드라마 뭐 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잘 안 보니까 추천 좀 해달라고 했거든요. 승호가 <킹덤>, <이태원클라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꼭 보라고. 진짜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GOAL: 저도 다 봤죠. 그럼 뜬금 질문. 간디아와 팔레르모(극중 캐릭터 이름), 둘 중 누가 더 싫어요?
“음... 저는 팔레르모요! 약간 좀... 아무 힘도 없는 애가 대장놀이 하려 그러고 센척하고... 너무 싫어요, 하하. 시즌5가 너무 기대되네요.”

GOAL: 분데스리가 다수 구단이 급여 삭감으로 코로나 위기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프라이부르크도 동참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프라이부르크도 동참을 했어요. 선수들이 다 동의를 해서 지금 돕고 있는 상태죠. 저도 구단 상황이 좋지 않다는 설명을 잘 듣고 동참하겠다고 했고요.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도움 된다고 한다면 저도 도움이 된다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대부분 팀들이 다 급여 삭감을 한 것 같아요. 독일은 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외부의 힘이 아닌 자기 힘으로 이겨내고, 탄탄히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수들도 모두 꺼림칙하게 생각하지 않고 동의를 했고, 언제든지 좋게 상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재정이 안 좋은 팀도 있으니 그런 팀 무너지지 않게 다른 돈 많은 팀이 도와줬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런게 다 분데스리가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GOAL: 분데스리가가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요. 기다려지나요?
“아, 올라오는 기사 보고 알았어요. 근데 재개하면 좋긴 좋은데 코로나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라 확진자가 또 나오는 위험이 있을 것 같아요. 팬들이 안 모여야 할텐데 안 모일 수가 있을까요. 보안이 잘 된다고 하면 리그를 무관중으로 재개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독일축구연맹에서 규제를 만들어서 방안을 내놓지 않을까요. 일단 코로나에 노출이 안 되는 게 우선이니까.”
GOAL: 훈련장에서 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같아요. 오늘도 훈련장에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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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 동안 훈련해서 오늘은 휴식하는 날이에요. 맛있는 거 잘 먹고 쉬려고요. 이제 점심 먹을 예정이에요. 오늘은 집에서 좀 쉬려고 해요!”
사진=권창훈 제공, 정재은, 프라이부르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