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하영 기자 = “라리가는 국제화에 힘쓰고 있고,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수익 때문도 아니고, 비지니스 때문도 아니다. 한국에는 이미 축구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또, 한국 축구팬들은 축구를 진정으로 느끼고 이해할 줄 안다”
리그의 ‘국제화’를 꿈꾸는 라리가, 그들은 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드높이고 국제적인 규모의 넓은 팬층을 확보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국제화’와 ‘성장’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라리가는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라리가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하비에르 이바녜즈를 만나 라리가의 성장 동력, 그리고 한국 시장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테바스 회장 부임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라리가
2013년, 하비에르 테바스가 라리가의 신임 회장으로 부임했다. 테바스 회장이 라리가 경영을 담당하면서 특히 강조했던 건 바로 ‘리그의 국제화’이다. 테바스 회장의 비전은 라리가가 스페인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사랑 받는 리그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라리가의 철학을 바꾸기 시작했다.
라리가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하비에르 이바녜즈 씨는 테바스 회장의 비전과 열정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며 모든 직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리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성장이다. 그러나 스페인 내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있고, 눈을 밖으로 돌리니 많은 국가들이 보였다”면서 테바스 회장의 지휘 아래 라리가는 ‘성장’과 ‘국제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라리가 회장 하비에르 테바스. 사진=게티이미지라리가가 그토록 ‘국제화’를 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수익 창출’이 아니었을까. 하비에르 씨는 “결코 아니다. 단지 수익 때문에 국제화를 원하는 게 아니”라며 “물론, 기업이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어느 정도의 수익창출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리그 자체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하비에르 씨의 말에 따르면, 라리가에 속한 팀들의 성장을 위해 ‘국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TV중계료 배분에 있다. 만약, 리그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축구팬들과 경기 시청자가 확보된다면 라리가는 그만큼의 TV중계료 수입이 발생한다. 그리고 리그는 이 수입을 각 클럽에 분배해 라리가에 속한 클럽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과거 라리가의 불평등한 TV중계료 분배 구조는 리그 소수의 상위권 팀들의 배만 불리고 중하위권 팀들의 재정적 기반은 약화시켰다. 이에 라리가는 전 구단을 통합해 TV중계권 계약을 맺고 수익을 균등하게 배분했다. 그러자 에이바르, 라요 바예카노, 지로나와 같은 규모가 작은 팀들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러한 수익이 발생하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유소년 육성 시스템 발전, 또 경기장 수리 등을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고 이는 곧 다시 리그 전체의 발전이 된다. 2018/19시즌 라리가의 중하위권 팀들이 저력을 보이며 중상위권 팀들을 위협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라리가는 본사에서 각 클럽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소셜 미디어 관리와 해외에서의 각종 행사 주최 등 여러 상황에 알맞은 조언을 건네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라리가는 궁극적으로 리그와 클럽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화’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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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의 국제화를 위해 라리가는 무엇을 했나?
하비에르 씨는 “세계 시장은 상당히 넓고, 각 나라별로 그 특성이 전부 다 다르다. 미국, 한국, 인도, 일본 모두. 그래서 우리는 각국에 ‘주재원’을 파견한다. 그들은 주요 국가에 파견돼 그 나라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한 후 라리가에 전한다”면서 라리가의 국제화를 위한 중요한 프로젝트, ‘글로벌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명했다.
라리가는 보다 빠르고 확실한 ‘국제화’를 위해 2017년 직접 글로벌 네트워크(주재원)를 선발해 전 세계 45개국에 이들을 파견했다. 라리가 주재원은 각국의 축구팬, 기업 등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라리가의 가치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에 힘쓰며, 각국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추진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2017년 파견된 서상원 주재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어서 하비에르 씨는 “특히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는 부서는 디지털 파트이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라리가를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라리가 성공의 중요한 ‘키’가 된다.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사람들이 접근하기 용이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 리그의 가치와 스토리를 소구하기 좋은 수단”이라면서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리가 본사의 디지털부서는 직원만 3~40명에 달한다.
라리가는 창의적인 콘텐츠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단순히 사진과 글을 올리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이미지를 제작하고 패러디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의 활약이 대단했던 날이면 그를 ‘에일리언’이라고 칭하고 포토샵을 통해 그가 우주선을 타려는 모습 등을 연출한다. 또, 이아고 아스파스가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이며 드리블 돌파하는 영상에 오토바이 합성해 사람이 달리는 게 아닌 오토바이가 달리는 것처럼 재밌게 표현하기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라리가 축구팬들에게 경기 외적인 흥미요소가 되기도 한다.
라리가가 SNS를 통해 제공하는 재치있는 이미지와 영상. 사진=라리가 인스타그램 캡처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는 라리가
하비에르 씨는 “한국은 라리가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세계 인구수 1, 2위 국가 중국과 인도의 중요성을 얘기한다면 단번에 수긍이 가능했겠지만, 하비에르는 ‘한국’을 먼저 얘기했다. 그는 과거 중국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중국 축구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졌다. 또한, 한국에도 잠시 머물며 K리그 경기를 관전하기도 해서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그는 K리그의 업무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으며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에 그는 K리그 보다 먼저 성장과 발전을 이뤄낸 라리가의 직원으로서 “K리그는 목표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라리가가 ‘국제화’에 힘썼듯이 그런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라리가는 다른 국가의 리그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K리그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같이 협업할 수 있다. 우리는 J리그(일본축구리그)와 MOU를 체결하고 계속 교류 중이다. 또, 아르헨티나 리그의 경기장 안전 및 경호 문제 해결을 위해 라리가가 적극 돕기도 했다”면서 라리가와 타국 리그와의 교류 현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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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는 지난 2017년 J리그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협력을 통해 리그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두 리그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J리그는 라리가의 성공적인 유스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배우기로 약속했다.
하비에르의 설명을 들은 후, J리그와 라리가의 협약이 이니에스타, 토레스, 비야 등 라리가 출신 선수들의 J리그행이 이와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라리가와는 관련이 없다. 라리가 스타들이 J리그로 향하는 데에는 FC바르셀로나 스폰서 라쿠텐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와 일본기업 라쿠텐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게 확장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리그는 아시아의 빅리그이고 흥미로운 리그이다. 경쟁적이고 경기가 재밌으며 팬들도 많이 따른다. 몇 년 전 포항과 전북의 경기를 본 적 있다. 정말 재밌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라리가로 오고, 라리가 선수들이 K리그로 갈 수도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J리그처럼 K리그로도 라리가 선수들이 이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 당시 길거리 응원. 사진=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캡처하비에르 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정말 중요한 시장이다. 수익 때문도 아니고 비니지스 때문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한국에는 이미 축구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또, 한국 축구팬들은 축구를 진정으로 느끼고 이해할 줄 안다”면서 한국의 축구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한국 축구팬들에게 발렌시아 클럽의 역사를 얘기한다면? 그들은 좋아하고 잘 이해할 수 있다. 2002년 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는 날, (한국)길에는 사람들이 나와서 모여 있었다. 축구와 함께 숨 쉬고 있었다. 매우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나와 있는 걸 봤다. 그 장면은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스페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은 대단하다. 우리는 한국 축구팬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라리가는 한국 팬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그걸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