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장인' 에메리는 어떻게 토트넘을 격파했나 [이성모의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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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리 감독
에메리 감독은 그 어려운 역전승을 어떻게 끌어냈고, 그 승리가 내포하고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토트넘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우나이 에메리 아스널 감독. 사진=이성모 기자) 

[골닷컴,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이성모 기자 = 2일(현지시간) 펼쳐진 '북런던더비'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중 나는 만약 에메리 감독이 이 경기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면(토트넘이 2-1로 앞서가던 상황), 그건 정말로 에메리 감독의 진가를 만천하에 보여주는 일이 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이면에는, 아스널이 이 승부를 뒤집기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11월 '전승'을 달리고 있던 최근의 토트넘은 그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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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가' 사리 감독의 팀을 케인 손흥민을 투톱으로 쓴 전술로 격파하고, 그 이후의 인터 밀란 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승리를 챙겼던 토트넘을 상대로 이미 역전을 당한 후 재역전한다는 것은 아스널 뿐 아니라 그 어떤 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을 에메리 감독이 해냈다. 그것도 팀 최고의 선수인 외질이 결장한 상황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과감하게 꺼내든 교체 카드 두 장과 함께. 이 경기에서의 승리는, 시즌 초반 맨시티, 첼시에 내리 패했던 '에메리호' 아스널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결과였다. 

그렇다면, 에메리 감독은 그 어려운 역전승을 어떻게 끌어냈고, 그 승리가 내포하고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1. 에메리는 어떻게 게임을 바꿨나 

양팀의 경기에서 오바메양의 PK 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아스널은 다이어, 케인에게 내리 골을 내주며 1-2로 뒤진 채 후반전을 맞이했고 에메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두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승부를 바꿔놨다. 에메리가 투입한 두 선수는 각각 라카제트, 램지였다. 에메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두 선수의 교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이것이었다.(두 선수의 교체) 라카제트는 효율이 높은 공격수고, 램지 역시 뛰어난 선수다. 램지는 토트넘과의 더비에도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나는 그 두 선수를 통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두 선수의 투입으로 정확히 어떻게 전술적으로 아스널이 승부를 뒤집은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은 MOTD의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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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D의 간판 패널인 앨런 시어러(EPL 역대 최고 득점자)는 라카제트와 램지 투입 이후 아스널의 두 공격수(오바메양과 라카제트)의 활동 반경이 변화된 것에 주목했다. 

시어러의 분석을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에메리 감독은 라카제트를 투입한 동시에 오바메양과 함께 두 선수가 직선적으로 중앙을 향해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양 옆으로 넓게 공간을 벌리며 공격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 경우, 두 선수를 마크해야 하는 토트넘 중앙 수비수들 역시 넓게 설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럼 그만큼 중앙에 공간이 생기게 된다.(좁은 간격으로 서있던 수비수들이 넓게 벌어졌으므로)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바로 그 공간을 램지가 노린다. 에메리 감독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고 이것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두 공격수는 계속해서 공간을 벌려 공격을 시도했고(후반전에 나온 오바메양, 라카제트의 골이 모두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램지가 페널티박스로 침투할 때마다 토트넘 수비진은 혼란을 겪게 됐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전반전부터 심리적 불안감을 보였던 토트넘 수비수 포이스는(오리에가 포이스에게 전반 초반부터 호통을 치는 것 역시 결코 포이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혼란에 빠졌고, 경기에서 가장 큰 실책을 범하게 된다. 이는 분명 능력은 충분하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포이스, 아직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은 베르통언 두 선수를 선발로 세운 포체티노 감독의 패착이었다.(알더바이렐트의 체력 문제가 있으나, 그 로테이션은 다음 경기인 사우스햄튼 전에서 할 수도 있었다.) 

다시 아스널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후반전 교체카드였던 라카제트와 램지 두 선수는 투입된 직후 팀을 위해 각각 어시스트와 골을 성공시킨 것 뿐 아니라 볼 탈취(승부에 결정적이었던 포이스의 볼을 빼앗은 것 역시 램지였다), 공간 창출 등 여러가지 면에서 활약했고 그로 인해 선발 출전했던 오바메양, 토레이라 역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에메리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이 1-2로 뒤집혔던 경기를 다시 4-2로 뒤집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2. '교체 장인' 에메리 감독의 임팩트 

경기가 끝난 후 MOTD에서는 현 시점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교체를 통해 가장 많은 득점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것이 아스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교체 선수가 올린 득점포인트만 15점. 이는 다른 어떤 클럽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에 관해 다시 한번 에메리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말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이것이었다.(두 선수의 교체)" 

이는 즉, 경기를 앞두고 상대의 모든 것을 비디오 영상을 통해 분석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에메리 감독이 얼마나 분석적이고 정확하게 상대의 팀, 상대의 전술을 간파하고 그에 대한 많은 계획을 세우는 감독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후술하겠지만, 전임인 벵거 감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를 토대로 에메리 감독은 이미 하프타임에 아스널이 토트넘에 지고 있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었고, 그 대책으로 1-2로 뒤지던 경기를 4-2로 뒤집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3. 에메리 감독과 벵거 감독의 차이점과 유사점 

그러나, 이 한 경기를 갖고 에메리 감독이 아르센 벵거 전 감독보다 낫다라거나, 포체티노 감독보다 낫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평가다. 각 감독들에겐 저마다의 장점이 있고,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리그는 '단판승부'가 아니다. 38번의 결과가 더 나은 팀이 우승하는 것이 리그다. 

다만, 이 경기에서 에메리 감독이 보여준 전술가적 면모와 용병술은, '선수육성형' 혹은 '인재관리형' 감독으로서 그 방면에 대가였던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는 다소 부족했던 상대 팀에 대한 분석과 그에 맞춘 전술적 운용이 에메리 감독에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스널 팬들이 에메리 감독의 경기를 보며 그의 다채로운 전술, 과감한 선수 교체 등에 환호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축구 전술책 '더믹서'의 저자인 마이클 콕스는 아르센 벵거 감독에 대해 "기본적으로 상대에 맞춘 전술을 짜기보다는, 자신의 팀의 강점에 집중하는 감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그렇다고 해서 에메리 감독이 벵거 감독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감독이고, 그래서 아스널이 에메리 감독 아래서 크게 발전했다고 말하는 것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나는 에메리 감독이 벵거 감독과 대단히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끼고 그에 놀란다. 기자회견에서 풍기는 분위기, 겉으로는 유연하나 속으로는 강한 면모 등등이 그렇다. 애초부터 아스널이 벵거의 후임자로 에메리를 선택한 것 역시 그 두 사람이 상당 부분 유사한 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메리 감독은 벵거 감독과 대단히 유사한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에 더해 현대 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전술적 유연성'을 가진 감독이다. 그것이 바로, 에메리 감독 부임 후 아스널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동시에 벵거 감독의 단점이었던 부분을 빠르게 보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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