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바이탈리티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4라운드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33라운드까지 8위였던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7위로 올라설 수 있었으나 무승부에 그치면서 도리어 9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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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졌다. 대신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스티븐 베르흐바인과 에릭 라멜라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해리 윙크스를 축으로 지오바니 로 셀소와 무사 시소코가 역삼각형 형태로 허리 라인을 구축했고, 벤 데이비스와 세르지 오리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토비 알더베이렐트와 얀 베르통언이 중앙 수비수 콤비로 나섰다.
https://www.buildlineup.com/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상대가 강등권 팀인 본머스였음에도 슈팅 숫자에선 9대9로 동률을 이루었다. 그마저도 전반전 슈팅 숫자에선 2대4로 열세를 보였던 토트넘이었다. 그나마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이 교체 출전하면서 후반 들어 조금은 더 활발하게 공격을 펼치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게다가 슈팅 숫자는 동률이었으나 정작 더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한 건 본머스였다. 이는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본머스의 기대 득점이 1.2골이었던 데 반해 토트넘의 기대 득점은 절반인 0.6골에 불과했다.
Caley Graphics실제 본머스가 유효 슈팅 2회를 기록한 데 반해 토트넘은 단 한 번의 유효 슈팅도 없었다. 심지어 본머스는 정규 시간 종료 직전(89분) 공격수 칼럼 윌슨이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넣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윌슨의 슈팅이 동료 공격수 조슈아 킹의 손을 스치고 들어가 핸드볼 반칙 선언과 함께 골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추가 시간 5분(90+5분)경엔 본머스 측면 미드필더 해리 윌슨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토트넘 골키퍼 우고 요리스의 선방에 막혀 아쉽게 득점 찬스가 무산되고 말았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들어 EPL에서 처음으로 유효 슈팅이 전무했을 정도로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면 본머스 입장에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EPL에서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경기였다. 즉 토트넘이 본머스에게 큰 선물을 한 셈이다.
토트넘의 근원적인 문제는 공격 디테일에 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토트넘은 정상적인 공격 작업 과정을 보기 힘들다. 그나마 케인과 손흥민 같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힘입어 무리뉴 부임 초기엔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으나 동료 선수들의 지원이 없다 보니 한계점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과 케인이 후방으로 후방으로 계속 내려오면서 전방에는 골을 넣을 선수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손흥민의 동선은 측면 수비수 내지는 미드필더처럼 내려온 지 오래다. 이는 손흥민의 히트맵을 통해 국내 언론에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손흥민은 31라운드(웨스트 햄전)와 32라운드(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 연달아 단 한 번의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부상 당하기 이전까지 손흥민의 경기당 슈팅 횟수는 3.1회에 달했으나 부상 복귀 후 5경기에서 슈팅 9회에 그치며 경기당 1.8회 슈팅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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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케인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30라운드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르면서 슈팅 1회에 그친 케인은 31라운드 웨스트 햄전에서 6회의 슈팅을 가져가며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32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슈팅 3회를 시작으로 33라운드 에버턴전 슈팅 2회를 거쳐 이번 본머스전 슈팅 1회에 그치며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슈팅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엔 영국 현지에서도 케인의 히트맵을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 역시 전반전 케인의 히트맵 그래픽을 올리면서 케인이 미드필더처럼 내려와 있다 보니 토트넘의 공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BBC MOTD이 경기에서 케인은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터치가 3회 밖에 되지 않았다. 도리어 토트넘 페널티 박스 안에서 더 많은 볼터치(4회)를 가져간 케인이다. 경기 전체 히트맵을 보더라도 케인이라는 이름을 가리고 보면 이게 공격수의 히트맵인지 수비수의 히트맵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OPTA무리뉴 감독은 수비적인 전술로 명성을 떨쳤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 포르투와 첼시, 인테르의 황금기를 견인했다. 특히 2004/05 시즌 첼시에서 EPL 역대 최소 실점(38경기 15실점)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잉글랜드 축구판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나름 성과를 올렸던 무리뉴이다.
하지만 2014/15 시즌 첼시 복귀 첫 시즌에 EPL 우승을 마지막으로 무리뉴의 축구가 서서히 예전만큼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제 많은 감독들이 무리뉴의 스타일을 알고 있다. 게다가 공격 전술에서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보니 역습 방식도 지나치게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토트넘이 2월 들어 부진에 빠졌을 때만 하더라도 케인과 손흥민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졌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3달간 중단된 후 재개하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케인이 모두 돌아왔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코로나 재개 기준 2승 2무 1패에 그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공식 대회 11경기에서 2승 3무 6패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토트넘이다. 이젠 무리뉴도 변화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