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im Benzema Real Madrid PSGetty Images/Goal

골 넣는 벤제마는 가장 완벽한 9번 공격수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에스파뇰과의 2018/19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 포함해 정교한 패스와 효과적인 드리블 돌파를 구사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쳐보이며 4-2 완승을 견인했다.

최전방 공격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드리블 돌파에 능한 공격수가 있는가 하면 제공권에 능한 공격수도 있다. 골 넣는 것만 빼면 다 잘하는 공격수가 있는가 하면 다른 건 다 못하지만 골만 잘 넣는 공격수도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공격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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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는 골만 빼고 다 잘하는 선수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정통파 최전방 공격수이다. 사실 올랭피크 리옹 시절의 그는 골도 곧잘 넣는 선수였다. 레알에서도 몇몇 시즌은 준수한 득점력을 자랑했다(라 리가 기준 2011/12 시즌 21골, 2015/16 시즌 24골). 하지만 2016/17 시즌을 기점으로 최근 2년 6개월 동안 그는 다른 건 모두 다 잘 하지만 유독 골을 넣지 못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이것이 벤제마가 레알 팬들에게 자주 야유를 듣던 주된 이유였다.

그나마 득점력에 있어서 만큼은 축구사를 통틀어 역대급에 해당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벤제마는 호날두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공격수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것이 벤제마가 득점력에 있어서 문제를 드러내던 시기(라 리가 기준 2012/13 시즌 11골, 2016.17 시즌 11골, 2017/18 시즌 5골)조차도 곤살로 이과인과 알바로 모라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레알 최전방 원톱 주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2018년 여름,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벤제마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벤제마와 호날두의 역할을 대체해야 했음에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가레스 베일은 레알 팬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과도 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Ronaldo Benzema BaleGetty/Goal

이렇듯 많은 비판 속에서도 벤제마는 꿋꿋이 레알의 최전방을 지켰다. 이번 시즌 라 리가 21경기에 모두 출전해 1668분을 소화하면서 레알 선수들 중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1846분) 다음으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한 벤제마였다.

하지만 주말 에스파뇰전을 통해 골을 넣는 벤제마가 얼마나 상대팀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은 존재인지를 만천하에 알려주었다. 벤제마는 187초 만에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중앙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의 강력한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선방한 걸 리바운드 슈팅으로 밀어넣은 것. 이는 이번 시즌 레알의 공식 대회 최단 시간 골이었다.

벤제마의 이른 시간 선제골과 함께 기세가 오른 레알은 15분경 모드리치의 크로스를 라모스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레알은 24분경 에스파뇰 측면 공격수 레오 밥티스탕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수비수 라모스마저 34분경 상대 선수의 거친 파울에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결국 라모스는 전반전 종료와 동시에 나초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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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순간 레알을 구해낸 건 바로 벤제마였다. 전반 종료 직전,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면서 패스를 연결한 그는 비니시우스가 볼 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걸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사실상의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레알의 마지막 골도 벤제마로부터 시작됐다. 후반 21분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 벤제마가 상대 수비 두 명을 제치고 뒤로 패스를 내준 걸 측면 공격수 루카스 바스케스가 찔러주었다. 이를 베일이 받아선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슈팅으로 골을 꽂아넣었다.

비록 레알은 후반 27분경, 중앙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몰렸고, 경기 종료 9분을 남긴 시점에 에스파뇰 측면 수비수 로베르토 로살레스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벤제마의 활약으로 일찌감치 점수 차를 크게 벌린 덕에 4-2로 승리할 수 있었다.

에스파뇰전 벤제마의 경기력은 완벽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슈팅 4회는 물론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5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직접 골도 넣었을 뿐 아니라 찬스메이킹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습을 보인 벤제마이다. 게다가 화려한 발재간으로 드리블 돌파도 4회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최다는 루카스 바스케스가 기록한 5회).

더 놀라운 점은 바로 패스에 있었다. 그는 58회의 패스를 시도해 54회를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연결하면서 93.1%라는 공격수 포지션에선 경이적인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롱패스 역시 7회를 시도해 6회를 정확하게 동료에게 배달했다(성공률 85.7%). 패스마스터라고 불리는 토니 크로스가 롱패스 8회 중 6회를 동료에게 연결(75%)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벤제마의 롱패스 성공률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벤제마는 골만 넣는다면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최전방 공격수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최전방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정교한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제공권에 약한 것도 아니다. 벤제마가 꾸준하게 골만 넣기 시작한다면 레알은 그 어떤 팀도 두려워할 일이 없다.

벤제마 "많은 이들이 공격수를 골로만 평가하지만 축구 경기에 있어선 아주 세세한 디테일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난 내가 10번(플레이메이커의 등번호)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9번(최전방 공격수의 등번호)이라고 생각한다"

Karim Benzema Real Madrid PSGetty Images/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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