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중국 무대로 간 지 1년 사이 세 차례나 팀을 바꾸는 고난 끝에 상하이 선화(이하 선화)와 함께 FA컵 정상에 오른 최강희 감독. 그 고진감래 뒤에는 무수한 고비가 있었다. 두번째로 팀을 떠나게 됐을 때는 회의감에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던 그를 잡은 것은 책임감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서 진행된 미디어 정담회를 통해 중국에서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봤다. 2018년 말 톈진 취안젠 사령탑에 올랐지만 모기업이 와해되며 개막도 하기 전에 지휘봉을 놓았다. 다행히 감독이 공석 상태이던 다롄 이팡으로 가게 됐지만 6월 말 구단이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선임을 추진하며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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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질감, 구단 운영에서 감독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 분위기에 회의감을 느낀 최강희 감독은 “정말 그때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라며 당시 심정을 소개했다. 그런 그를 붙잡은 것은 한 귀인이었다. 현재 선화를 이끄는 저우쥔 단장이었다. 톈진을 떠나야 하던 최강희 감독을 다롄으로 이끈 그는 과거 자신이 몸 담았던 선화로 복귀한 상태였다.
최강희 감독과 다롄이 결별하는 것을 알게 된 저우쥔 단장은 당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키케 플로레스 감독을 대신할 인물로 최강희 감독을 강력히 추천했다. 최강희 감독은 “사실 저우쥔 단장은 3년 전부터 다롄으로 나를 데려오려고 인물이었다. 내가 그걸 배신하고 톈진으로 가면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다롄에 이어 선화에서도 또 연락을 줬다. 과거 전북의 이철근 단장님 같은 내 인생의 귀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행에 대한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은 코칭스태프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다. 박건하 수석코치, 최은성 골키퍼 코치, 최성용 코치, 김현민 코치 등 한국에서 데려 온 식솔들은 톈진, 다롄으로 함게 이동하며 고생 중이었다. “고생만 한 우리 코칭스태프, 그리고 그들 가족을 생각하면 이렇게 책임감 없이 떠날 순 없었다. 그래서 다시 선화로 가기로 했다”는 게 최강희 감독 얘기였다.
선화로 옮긴 최강희 감독은 6개월 가량 중국에서 느끼고 배운 노하우를 빠르게 적용시켰다. 동기부여가 없으면 쉽게 가라앉는 중국 선수들의 진심을 샀다. 저우쥔 단장에게는 선화로 가는 조건으로 김신욱의 영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다롄에서는 구단 수뇌부가 외국인 선수 영입의 전권을 쥔 탓에 원하는 선수를 갖고 추구하는 전술 방향으로 갈 수 없었던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 영입으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당시 선화는 유럽 언론에도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가레스 베일 영입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베일 영입을 중지하고 김신욱을 데려왔다. 최강희 감독은 “중국 내에서는 한국 선수, 아시아 선수는 수비수는 되지만 공격수 안 된다는 정서가 있다. 공격수는 무조건 유럽 아니면 브라질이다”라고 말했다. 김신욱 영입은 그의 감독 인생을 건 엄청난 도박이었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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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도박은 성공했다. 김신욱은 데뷔전에서 득점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선화의 반등을 이끌었고, 결국 리그 4경기를 남기고 선화는 1차 목표였던 조기 잔류를 확정했다. 김신욱은 FA컵 결승 2차전에서도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만든 선제골을 만들며 올 시즌 자신의 소임을 200% 해 냈다.
벼랑 끝에서 자신을 믿어 준 인물과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라와 준 스태프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소신대로 밀고 나간 뚝심으로 선화를 리그 잔류와 FA컵 우승으로 이끈 최강희 감독은 2020시즌 더 큰 지지를 얻게 됐다.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해 K리그의 울산 현대와 맞붙는 최강희 감독은 “두 대회를 도전하기엔 선수 구성 등이 아직 어렵다. 중국 선수 보강이 중요하다.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 잘 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