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UGHT TO YOU BY
Gareth Bale, Real MadridGetty

'고립무원' 베일, 이제는 레알을 떠나가야 할 시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가레스 베일이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각종 논란들에 휘말리면서 '고립무원(孤立無援: 고립되어 도움을 받을 데가 없다는 걸 의미하는 사자성어)'의 상태에 처해있다.

베일은 외롭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여 있다. 주변에 그와 관련한 조롱거리가 넘쳐흐르고 있다. 심지어 구단 외부 인사들조차도 그에 대해 아쉬운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들 역시 연일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레알 팬들조차 그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물론 베일이 토트넘에서 뛰었을 당시 동료였던 불가리아의 전설적인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현재 레알에서 그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다 비난을 받고 있는 데 이는 불공정한 일이다"라며 옹호하고 나섰으나 이는 레알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의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Gareth BaleGOAL

분명 그는 6시즌 동안 레알에서 뛰면서 결승전과 같은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으며 팀에 많은 우승 트로피들을 선사했다. 실제 그는 결승전 11경기(챔피언스 리그 4경기, FIFA 클럽 월드컵 3경기, UEFA 슈퍼 컵 3경기, 코파 델 레이 1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더 놀라운 점은 바로 순도에 있다. 먼저 베일은 2013/14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선사했다. 이어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베일은 1-1 동점 상황에서 연장 후반 종료 10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넣으며 4-1 대승의 물꼬를 텄다.

이어진 2014/15 시즌에도 베일의 활약상은 이어졌다. 세비야와의 UEFA 슈퍼 컵에서 베일은 30분경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어진 산 로렌조와의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베일은 후반 6분에 추가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다시 2015/16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베일은 15분경 선제골을 넣으며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결국 레알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틀레티코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베일의 결승전 활약상은 눈부셨다. 먼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UEFA 슈퍼 컵에서 후반 7분경 이스코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2-1 승리에 기여했다. 비록 그레미우와의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선 교체 출전으로 11분을 소화한 게 전부였으나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61분경 교체 출전해 동점골과 추가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역사상 교체 선수가 멀티골을 넣은 건 베일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필 닐(1976/77 시즌과 1983/84 시즌) 이후 처음으로 2번의 각기 다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영국 선수로 등극했다(공교롭게도 닐은 리버풀의 전설적인 측면 수비수였다).  

이번 시즌 역시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UEFA 슈퍼 컵에서 0-1로 지고 있었던 27분경, 카림 벤제마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비록 팀은 연장 접전 끝에 2-4로 패했으나 베일의 활약상 자체는 준수한 편에 속했다. 이어진 FIFA 클럽 월드컵에선 결승전에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준결승전에서 홀로 3골을 넣는 괴력(3-1 승)을 과시하면서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베일이 있는 동안 레알은 챔피언스 리그 3연패 포함 4회 우승(2013/14, 2015/16, 2016/17, 2017/18)을 비롯해 FIFA 클럽 월드컵 4회(2014, 2016, 2017, 2018), UEFA 슈퍼 컵 3회(2014, 2016, 2017),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1회(2016/17), 코파 델 레이 1회(2013/14) 우승을 차지했다. 총 13회의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베일은 총 11번의 결승전에 출전해 7번의 결승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그가 없었다면 레알의 챔피언스 리그 3연패 포함 4회 우승이라는 위업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결승전 무대마다 뚜렷한 성과를 올렸음에도 그가 레알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그의 고질적인 부상이 문제다. 그는 레알 입단 이래로 총 22번의 부상을 당했다. 이 중에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은 물론 어깨부상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부상 기간에 골프를 치는 장면들을 연출해 빈축을 샀다. 이에 티보 쿠르투아 레알 골키퍼는 팀 동료들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를 골프 선수라고 부른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Gareth BaleGetty Images

둘째는 그의 언어 습득 부재를 넘어선 노력 부족과 동료들과의 친화력 부재에 있다. 그는 아직까지도 스페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채 영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팀 동료 마르셀루는 이에 대해 "베일은 오직 영어로만 말한다. 스페인어를 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Hi와 Hello, Goodbye' 정도를 제외하면 제스처로 대화한다"라고 토로했고, 과거 웨일스 대표팀에서 베일을 지도했던 존 토샥(그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감독 직도 두 차례 수행한 바 있다) 역시 "마드리드에 6년 가까이 있으면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베일은 팀 동료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연출할 수 밖에 없다. 동료들과 교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쿠르투아는 "난 레알에 입단한 이후 마드리드 사람처럼 지내려고 한다. 식사 시간도 늦추고, 잠도 늦게 자는 게 스페인 식 생활 방식이다. 내가 입단한 이후 저녁에 선수단 만찬을 가졌는데 베일과 토니 크로스는 빠졌다. 두 사람은 만찬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대에 열리기에 잠을 자야 한다면서 빠졌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좋은 의미에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쁜 의미에선 동료들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결국 이 문제는 지난 주말, 레반테와의 라 리가 25라운드 경기에서 표면상으로 불거져 나왔다. 78분경, 페널티 킥으로 결승골(2-1 승)을 넣은 그는 특별한 골 세레모니를 펼치지 않은 채 팀 동료 루카스 바스케스가 함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어깨에 손을 올리자 이를 뿌리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베일이 동료들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불화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

안 그래도 그는 레반테와의 경기 이전에 골을 넣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3라운드 경기에서도 '주먹감자(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및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스처로 음란하고 강렬한 모욕적 표현인 가운뎃 손가락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세레모니를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두 차례 연속으로 골을 넣고 불미스러운 세레모니를 펼친 것에 대해 베일이 팀을 떠날 마음을 확실하게 결정한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Gareth Bale & Lucas VazquezGetty Images

페레스 회장의 편애도 그가 레알 내에서 고립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카를로 안첼로티 전임 감독의 자서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첼로티는 이에 대해 "날 미치게 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이기심이다. 선수가 패스해야 할 때 패스하지 않는 걸 참을 수 없다. 이것 때문에 나 스스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레알에서 난 발렌시아와의 경기 당시 베일을 교체시켰다. 베일은 그 때 벤제마에게 패스를 해야 했으나 슛을 시도했고, 결국 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결국 난 베일을 뺏고, 이 교체가 나와 페레스 간의 논쟁을 촉발시킨 이유였다"라고 밝혔다.

페레스의 입장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베일을 영입하기 위해 영입 당시 축구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유로(한화 약 1223억)를 지불했다. 이대로 베일을 떠나보낸다면 이는 페레스 본인이 추진한 대형 영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다. 즉 페레스 입장에선 최대한 베일이 성공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페레스의 고집으로 인해 레알은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당장 2017년 여름에 레알은 프랑스 차세대 에이스이자 대형 공격수로 급성장하고 있는 킬리앙 음바페를 영입할 수 있었다. 당시 레알은 모나코와 이적료 협상에 합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음바페 본인이 마지막 순간 레알 이적을 거부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벤제마, 그리고 베일에 의해 출전 시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였다. 결국 음바페는 파리 생제르맹을 선택했다. 만약 당시 페레스가 베일을 타 팀으로 이적시켰다면 음바페는 현재 레알 선수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포스트 호날두 시대에 대비한 리빌딩도 한결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Gareth Bale & Florentino PerezGetty Images

지금은 페레스 회장조차도 예전만큼 무작정 베일 편을 들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현 레알 감독 산티아고 솔라리가 베일을 주전이 아닌 교체 선수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간섭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그는 부상 복귀 후 최근 공식 대회 8경기 중 단 2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을 뿐이다.

즉 그는 레알에서 친구도 없고 편을 들어주는 동료도 없으며, 감독조차 주전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팬들과 언론들은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이젠 페레스 회장마저 그를 무작정 편 들어주지 않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제 베일의 마드리드 생활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Gareth Bale Real Madrid loner GFXGoal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