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gen Klinsmann Hertha Berlin 2019Getty

'겨울 역대 최고 이적료' 헤르타, 독일 수도에 축구붐 일으킬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헤르타 베를린이 겨울 이적 시장 기준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이적료를 지출하면서 독일 축구판의 큰 손으로 새롭게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 헤르타, 겨울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의 주인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토트넘 핫스퍼도, 바이에른 뮌헨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아니다. 바로 헤르타이다. 헤르타가 겨울 이적시장 기간에만 무려 7800만 유로(한화 약 1027억)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이는 유럽 5대 리그 팀들 중 이번 겨울 이적시장 최고액이자 분데스리가 역대 겨울 이적료 최고액에 해당한다. 참고로 헤르타 이전 분데스리가 겨울 역대 최고 이적료 1위는 볼프스부르크가 2015년 1월에 기록한 3500만 유로로 헤르타 이번 이적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먼저 헤르타는 1100만 유로에 슈투트가르트 수비형 미드필더 산티아고 아스카시바르를 영입했다. 그는 만 22세의 젊은 선수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도 3경기 출전했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기당 태클 횟수 공동 3위(2.9회)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 특화된 선수이다.

이어서 헤르타는 아스널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 영입에 근접해 있었다. 실제 자카 에이전트가 "이미 선수와 구단 간의 협상은 다 끝났다"라며 자카의 헤르타 이적을 기정사실화했을 정도였다. 자카가 후방에서 패스 공급에 주력하면 아스카시바르가 수비에서 보조하면서 중원에서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시키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아스널 신임 감독 미켈 아르테타가 자카 지키기에 나섰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헤르타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2500만 유로를 들여 올랭피크 리옹 핵심 미드필더 뤼카 투사르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리옹도 당장 투사르가 필요했고, 헤르타 역시 리버풀에서 임대로 영입한 마르코 그루이치가 있어서 미드필더 라인에 여유가 있었기에 6개월 리옹으로 재임대를 보냈다.

아스카시바르와 투사르 영입을 통해 중원 강화에 성공한 헤르타는 구단의 최대 약점인 공격 강화에 나섰다. 헤르타는 오랜 기간 주장 베다드 이비세비치와 살로몬 칼루가 공격진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이비세비치 만 35세, 칼루 만 34세)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다비 젤케와 도디 루케바키오가 모두 기대치에 미달하는 모습을 보인 것. 이에 공격진 물갈이가 불가피했던 헤르타이다(결국 젤케는 이적시장 데드라인에 베르더 브레멘으로 임대를 떠났다).

이에 헤르타는 투사르가 기록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다시 한 번 깨면서까지 2700만 유로로 크시슈토프 피옹텍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첼시와 토트넘 핫스퍼 같은 명문 구단들이 모두 피옹텍 영입에 흥미를 표했으나 다른 구단들은 선임대 후이적 형태로 제안을 했던 데 반해 헤르타는 현금으로 그의 소속팀 AC 밀란을 유혹한 게 주효했다.

이어서 이적시장 데드라인에 RB 라이프치히 신예 공격수 마테우스 쿠냐를 1500만 유로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만 20세의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로 최전방과 이선 공격 라인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 헤르타,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헤르타는 유럽에서도 가장 GDP가 높은 선진국 독일의 수도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에서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먼저 성적부터 살펴보겠다. 헤르타의 분데스리가 통산 승점은 1656점으로 전체 12위에 불과하고 통산 승리 역시 448승으로 12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2부 리가에 있는 카이저슬라우턴(575승, 승점 2094점)보다도 떨어지는 수치이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고사하고 57년 리그 역사(분데스리가는 1963년에 설립됐다) 중 37시즌을 분데스리가에서 보냈고, 나머지 20시즌을 하부 리그에서 보냈을 정도로 성적도 들쭉날쭉했다.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건 1999/2000 시즌이 마지막이고, 우승을 차지한 건 무려 193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영국 수도 런던, 이탈리아 수도 로마, 프랑스 수도 파리가 명문팀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괴리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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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가 2018년 여름, 발렌티노 라자로 영입 당시 기록했던 1050만 유로가 전부였다(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이번 시즌에 이루어진 영입이다). 심지어 헤르타는 명문 구단도 아니고 연고지 베를린이 통독 시대 이전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팬층도 두텁지 않은 편에 속했다. 이는 구장 문제로 이어졌다.

헤르타는 베를린 시로부터 과거 올림픽 구장이었던 올림피아슈타디온을 임대로 쓰고 있다. 올림피아슈타디온은 독일의 축구 성지로 잉글랜드의 웸블리 구장처럼 DFB 포칼(독일 FA컵) 결승전이 고정적으로 열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과 1974년 서독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1년 여자 월드컵, 201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과 같은 굵직굵직한 대회들을 치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장이다.

문제는 올림피아슈타디온의 임대료가 헤르타 같은 중위권 구단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높았을 뿐 아니라 수용인원도 74,475명으로 헤르타 평균 관중을 상회한다는 데에 있다. 실제 헤르타의 평균 관중 숫자는 50,124명으로 구장 수용 인원 대비 좌석 점유율이 68.4%에 그치고 있다. 분데스리가 전체 구단 평균 좌석 점유율이 91.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헤르타의 기록을 제외하면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무려 94.5%까지 상승한다(특히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구단들은 99.9%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구단 재정에서 임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날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팀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아예 새 구장을 짓기로 마음 먹은 것. 이에 헤르타는 구단 설립 125주년이었던 지난 2017년, 55,000석 규모의 신구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헤르타는 외부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테너 투자 신탁 대표 라스 빈트호르스트가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 여름, 독일 축구 역대 최고액에 해당하는 1억 2500만 유로로 헤르타 구단 지분 37.5%를 일차적으로 사들였다(종전 기록은 알리안츠 보험회사가 2014년 바이에른 지분 8.33%를 매입할 때 지불했었던 1억 1000만 유로). 이어서 그는 11월 초에 1억 유로를 들여 헤르타 지분 12.4%를 추가 매입했다. 이와 함께 헤르타 지분 49.9%를 보유하는 데 성공한 빈트호르스트이다.

독일 프로 축구는 기본적으로 50+1 정책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50+1은 비영리 단체가 51% 이상의 구단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골자를 가지고 있는 규정으로,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이 구단을 소유할 수 없게끔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분데스리가는 바이엘 레버쿠젠(바이엘 제약사 소유)과 볼프스부르크(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 소유), 호펜하임(소프트웨어 기업 SAP 초대 창립주 디트마르 호프 소유)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시민구단(e.V.: eingetragener Verein 약자)의 형태를 띠고 있고, 서포터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분데스리가 팀들은 타 리그에 비해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크다. 구장 티켓 가격 방어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프로 구단을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이 소유하기 위해선 20년 이상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이마저도 원래 30년 이상이었던 게 최근 20년으로 줄어든 것이다). 즉 빈트호르스트는 보유 가능한 한계까지 주식을 매입한 셈이다.

참고로 빈트호르스트는 독일의 빌 게이츠로 불리던 1세대 벤처인으로 1993년 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학교를 중퇴하고 컴퓨터 회사를 차리면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1995년엔 만 18세의 나이에 헬무트 콜 당시 독일 총리와 함께 베트남 국빈 방문 행사에 동행해 화제가 됐던 바 있다. 이후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도산한 적도 있고,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금난에 허덕이기도 했으나 1세대 벤처인이라는 이름값과 인맥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 그의 자산은 3억 8천만 유로(한화 약 4938억)에 달하고 있고, 테너 홀딩의 자산 규모 역시 30억 유로(한화 약 3조 9212억)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빈트호르스트는 구단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에 더해 독일 축구계의 전설인 위르겐 클린스만을 이사회 멤버로 내세웠다. 게다가 안테 초비치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자 클린스만을 임시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헤르타의 최우선 감독 대상은 베를린 태생으로 헤르타 유스 출신이자 프로 데뷔해서 선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헤르타에서 뛰었던 바이에른 뮌헨 前 감독 니코 코바치이다. 하지만 코바치가 바이에른에서 경질된 이후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이번 시즌을 클린스만으로 수습한 이후 다음 시즌부터 코바치 중심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Lars Windhorst & Jurgen Klinsmann
사진캡처: Sport Bild


# 헤르타, 슈퍼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헤르타 단장 미하엘 프리츠는 빈트호르스트의 구단 지분 매입 및 투자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지 몰라도 중기적으로는 우리가 유럽 대항전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헤르타 회장 베르너 게겐바우어 역시 "헤르타에게 좋은 날이다"라며 기쁨을 표했고, 헤르타 CEO 토르스텐-외른 클라인은 "헤르타 미래의 중요한 이정표이다"라고 전망했다.

빈트호르스는 헤르타에 대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낮게 매달려있는 열매지만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로 유럽의 큰 조각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현 시점 구단 가치는 떨어지지만 충분히 크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소리다.

다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헤르타가 영입한 선수들 중 투사르를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의 선수들은 재능과는 별개로 이번 시즌 다소 부진했던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옹텍은 지난 시즌 무려 30골(세리에A 22골)을 넣으며 스타덤에 올랐으나 이번 시즌엔 공식 대회 20경기에 출전해 5득점(세리에A 4득점)에 그치면서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아스카시바는 2017/18 시즌 인상적인 수비 능력을 자랑하면서 슈투트가르트의 승격팀 돌풍을 견인했고, 아르헨티나에서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뒤를 이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고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난 시즌 지나치게 거친 플레이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내려야 했다(지난 시즌 옐로 카드를 10장과 레드 카드 1장을 받으면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카드를 수집했다). 쿠냐 역시 지난 시즌 공식 대회 39경기에 출전해 9골을 넣으며 성공적인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을 보냈으나 이번 시즌엔 무득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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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이 이번 시즌 주춤하기에 구단 명성이 떨어지는 헤르타가 영입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었다면 더 큰 구단들이 그들을 노렸을 수도 있고, 밀란과 라이프치히가 피옹텍과 쿠냐를 이적시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도 나쁘지 않은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투사르는 결국 영입과 동시에 원소속팀 리옹으로 임대를 보내야 했다. 당장에는 리옹도 투사르가 필요했기에 다음 시즌 떠나는 걸 조건으로 이적을 허용한 것이다.

즉 나름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 4명 중 3명이 실패한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게 되는 셈이 된다. 헤르타 입장에선 이번 시즌 잔류, 다음 시즌 유로파 리그 진출권 등 단계적인 발전을 통해 빅네임들을 유혹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빈트호르스트는 투자신탁 대표이다. 투자 가치가 사라지면 손을 떼고 떠날 위험성이 충분히 있다. 투자가 이루어질 때 그만큼의 이윤을 뽑아내야 한다. 축구 구단이 이윤을 뽑기 위해선 성적이 필수이다.

그래도 일단 아스카시바가 빠른 속도로 팀에 녹아들고 있고, 피옹텍도 주중 포칼 16강전에서 샬케 상대로 데뷔골을 넣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쿠냐는 현재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어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미 지역 예선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남미 예선 4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고 있는 쿠냐이다).

클린스만 현 감독 겸 이사회 임원은 베를린에 대해 "슈퍼 클럽을 가질 자격이 있는 도시다"라며 헤르타를 슈퍼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과연 헤르타의 야심찬 행보가 라이프치히에 이어 기존 분데스리가 무대에 새로운 지각 변동을 일으킬 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헤르타가 구단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모토로 아직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걸 남기도록 하겠다. 이 모토가 현재 헤르타의 바람 및 야망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는 베를린의 것이다(DIE ZUKUNFT GEHÖRT BERLIN)"

Hertha Berlin Motto


# 분데스리가 역대 겨울 이적시장 이적료 지출 TOP 5

1위 헤르타(2020년): 7800만 유로
2위 볼프스부르크(2015년): 3500만 유로
3위 볼프스부르크(2017년): 3300만 유로
4위 볼프스부르크(2012년): 2820만 유로
5위 도르트문트(2018년): 2600만 유로


# 2019/20 유럽 5대 리그 겨울 이적시장 이적료 지출 TOP 5

1위 헤르타: 7800만 유로
2위 나폴리: 6500만 유로
3위 모나코: 6200만 유로
4위 맨유: 5500만 유로
5위 에스파뇰: 4100만 유로

Hertha Berlin Transfer Record
헤르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Top 10(그래프 출처: Transfermar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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