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축구회관] 서호정 기자 = 2019년 K리그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다. 4·3 보궐 선거를 앞두고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같은 당인 창원 성산 강기윤 후보의 지원유세를 해 논란이 일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원들은 경기장 내로 입장해 관중들에게 선거유세를 했다.
당시 홈팀인 경남FC는 이 사건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2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공직선거법상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에는 징계나 기소가 없었다. 공원·문화원·운동장·체육관·광장 등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는 연설 및 대담 금지 장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의 자체 규정에 근거한 징계는 경남FC에 적용됐다. 그로 인해 정치권이 프로스포츠 팬과 구단에 민폐를 끼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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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지난해 보궐선거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전국 총선거다. 본격적인 선거기간은 4월 2일 개시함으로써 그때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현재도 예비후보자들이 명함배부 등의 선거운동은 할 수 있다.
오는 2월 29일 2020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경기장 내에서 선거 유세, 정치적 구호, 특정 정파 지지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FIFA, AFC, 대한축구협회, K리그가 규정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 이에 대한 징계는 홈팀이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2월과 1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장 내 선거운동 및 게시물 관련 지침 공문을 발송했다. 18일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주간 브리핑에서 이 내용이 다시 강조됐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만 인지해서는 방지할 수 없다. 많은 팬들, 그리고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주간 브리핑을 통해 자료를 배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축구장 내에서는 정치적 행위 자체가 금지될까? 이것은 FIFA(국제축구연맹) 윤리강령이 근거가 된다. FIFA는 자신들의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윤리강령을 규정하고 있다. FIFA 징계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안에서의 표현과 말조차도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하고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 실제로 FIFA 산하 기관들은 이 부분을 늘 집중하고 유럽에서는 나치 문양이나 제스쳐를 취한 관중에 대한 징계가 각 구단이나 협회에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K리그 역시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대회요강 제40조에 의하면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사상적, 종교적 주의 또는 주장, 관념을 표시하거나 연상시키는’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권유, 연설, 집회, 포교 등의 행위도 금지된다고 했다. 광고물이나 게시물 관련 규정에서도 프로축구연맹 마케팅규정 제19조의 1에 따르면 특정 종교 또는 특정 정치세력을 홍보하는 광고물을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홈팀이 저지하려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들어와 선거운동을 했을 경우에도 징계는 홈팀이 받는다. FIFA 징계규정과 프로축구연맹 경기규정 모두 홈팀은 관중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있어 행위나 실수의 과실이나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홈팀의 통제가 가능하지 않은 경기장 난입일지라도 질서 유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있고, 징계에 대한 실효성이 발휘되는 대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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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이 각 구단에 배포한 선거운동 관련 지침에 따르면 우선 티켓 구매 후 경기장 입장은 허용하지만, 구매하지 않을 시 입장 자체가 불가하다. 경기장 내의 금지사항은 구체적이다. 티켓을 구매해서 경기장에 입장해도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과 피켓, 어깨띠, 현수막 등 착용 및 노출이 불가하다. 동일한 명함 및 광고지 배포도 금지다. 선거후보나 유세원이 악수와 같은 통상적인 스킨십을 넘어선 선거 유세 활동시 경호원 및 안전요원이 자제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경기장 외부에서의 활동은 구단의 통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경기장의 정의는 입장게이트를 통과한 이후부터 접근할 수 있는 경기장 내부 공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관중들에게 불편을 주는 선거 운동이나 연설 등에 대해서는 구단이 자제를 요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