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혼다, 울림 주는 팀토크 "우린 캄보디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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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football1933

▲지난 1년간 캄보디아 대표팀 이끈 혼다
▲바레인과의 월드컵 예선서 0-1 석패
▲"너희는 국민들의 꿈, 고개 들고 자부심 가져라"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일본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혼다 케이스케(33)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캄보디아 대표팀 선수들과 나눈 심금을 울리는 '팀 토크(team talk)' 내용이 공개돼 화제다.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약 중인 혼다는 작년 8월 캄보디아 대표팀 총감독을 맡았다. 캄보디아 축구협회는 현역 선수 외에 오스트리아 2부 리그 구단 SV 호언 구단주, 자신이 설립한 회사 '혼다 에스틸로'를 통해 일본, 미국 등에서 유스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혼다를 자국 대표팀을 이끌 단장겸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혼다는 호주 A-리그 구단 멜버른 빅토리에서 현역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자신이 공동감독으로 선임한 아르헨티나 출신 펠릭스 달마스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한 뒤, A매치나 국제대회 일정에 맞춰 캄보디아로 이동해 팀 훈련을 이끌고 실전에서 벤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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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은 170위다. 캄보디아는 월드컵은커녕 아시아 최종예선 무대도 밟아본 적이 없다. 캄보디아는 아시안컵 본선에도 1972년 단 한 차례 진출한 게 전부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이 단 1376달러(약 164만 원)에 불과한 개발도상국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축구 대표팀은 혼다가 총감독으로 오기 전 1년간 치른 6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러나 혼다가 총감독으로 부임한 캄보디아는 지난 1년간 차츰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혼다가 팀을 맡은 후 라오스, 파키스탄 등을 제압하며 지난 1년간 3승을 거뒀다. 캄보디아는 이달 초 자신들보다 랭킹이 훨씬 높은 홍콩(139위)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 원정 경기에서는 1-1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이후 캄보디아는 FIFA 랭킹 109위이자 아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2회, 아시안컵 본선 진출 6회를 경험한 바레인과의 10일 홈 경기에 나섰다. 이날 캄보디아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프놈펜 국립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4만5000명.

혼다는 운동장 입장을 앞둔 선수들과 드레싱 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영상을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경기 전 객관적인 전력에서 바레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캄보디아 선수들에게 "경기 도중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함께 훈련하며 확립한 스타일을 포기해선 안 돼. 우리는 매 경기 이 스타일을 유지한다. 이게 캄보디아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 스타일이 여러분의 미래다. 이대로만 계속하면 모두가 여러분을 지켜보는 날이 올 거다. 캄보디아는 변할 것이다. 이미 변하고 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잘해준 덕분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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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혼다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 캄보디아 선수들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그들은 여러분에 관해 물어보면서도, '더 강한 팀을 만나면 전원 수비 후 역습을 노릴 거지?'라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아니.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대답해줬다. 지금 나는 축구 실력, 수준에 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손가락으로 심장을 가리키며) 나는 이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는 "두려워해선 안 된다.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나는 단 한 번도 여러분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다.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는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우리의 스타일대로 축구를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는 여러분을 존중해줄 것이다. 이 스타일이 우리다. 이게 캄보디아 축구의 규율(That's our discipline)"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캄보디아는 바레인을 상대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78분까지 0-0 동점을 이뤘으나 끝내 상대 공격수 카밀 알 아스와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석패했다. 바레인은 포르투갈을 이끌고 2016년 17세 이하, 2018년 19세 이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엘리우 수자 감독이 팀을 맡고 있다. 그러나 바레인과 비교해 전력이 열세라는 평가를 받은 캄보디아는 혼다 감독의 지시대로 자신들이 훈련을 통해 연마한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한 채 점유율 43%를 기록하며 상대의 공세에 맞서 싸웠다. 잘 싸우고도 패한 캄보디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벤치로 돌아왔다.

혼다는 기가 죽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프놈펜 국립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중 대다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드레싱 룸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혼다는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경기가 끝나면 여러분이 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니다. 여러분은 행복해할 자격이 있다. 내가 약속한대로 나는 (스타일을 지키며 경기에 나선) 여러분을 존중한다. (팬들을 가리키며) 팬들도 여러분을 존중하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은 경기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가서 그들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라"고 독려했다.

아울러 혼다는 "여러분이 캄보디아의 꿈이다. (고개를 떨구며) 팬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며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자부심을 느껴라. 이게 우리 팀이다"라고 외친 뒤, 자신이 먼저 직접 관중석을 바라보며 큰 제스쳐로 박수를 보내며 캄보디아 축구 팬 4만5000명의 환호에 화답했다.

감독, 행정가, 사업가로 활동 중인 혼다는 7월 멜버른 빅토리와의 재계약을 거절한 후 유럽 무대 복귀를 시도 중이다. 작년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일본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는 아직 목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이는 바로 내년 여름 자국에서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에 일본 23세 이하 대표팀의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마지막 국제무대에 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혼다는 과거 자신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며 처음으로 몸담은 네덜란드 구단 VVV 펜로 구단을 방문해 팀 훈련을 소화하며 체력을 유지했다. 이달 캄보디아 감독 일정을 마친 그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새 팀을 물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