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BarcelonaGetty Images

'감독 데뷔전' 세티엔, 바르사 전통의 점유율 축구 되찾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키케 세티엔 감독 데뷔전에서 기존 팀 축구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티키타카를 완벽하게 재연해내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다.

바르사가 세티엔 감독 데뷔전으로 치러진 캄프 누 홈에서 열린 그라나다와의 2019/20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20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게 바르사는 13승 4무 3패 승점 43점으로 2위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바르사 +27, 레알 +25)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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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자체는 신승이었으나 내용 면에선 전임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때보다 달라진 면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확실하게 바르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펩 과르디올라 시절의 티키타카에 기반한 점유율 축구가 부활한 모습이었다. 참고로 티키타카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스페인 대표팀 경기를 중계하던 축구 해설자 안드레스 몬테스가 '티키타카(줄 양쪽 끝에 플라스틱 공 두 개를 달고선 줄 중앙을 잡고 공을 서로 부딪히게 해서 가지고 노는 미국의 유명 장난감 클래커즈의 스페인 상표명)를 보는 느낌이다'라고 표현해 생긴 용어이다.

이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르사는 점유율에서 82.6%로 그라나다를 압도했다. 이는 축구 통계 전문 업체 'OPTA'에서 해당 데이터를 집계한 2005/06 시즌 이래로 라 리가 역대 점유율 3위에 해당한다. 라 리가 역대 최다 점유율 1, 2위는 바로 펩 시절 바르사가 달성한 84%(2011/12 시즌 8라운드 라싱 산탄데르전)와 83.9%(2010/11 시즌 36라운드 레반테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르사가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돌리면서 무의미한 점유율을 올렸던 것도 아니었다. 바르사는 이 경기에서 수비 진영에서의 점유율은 17%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시즌 바르사의 수비 진영 평균 점유율(25%)보다 많이 떨어지는 수치이다). 도리어 상대 진영에서 35%의 점유율(중원 지역에서의 점유율은 48%)을 가져가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바르사는 18회의 슈팅을 가져갔고, 이 중 유효 슈팅을 6회 기록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1득점에 그친 것이었다.

바르사는 패스 횟수 역시 무려 1005회를 기록했다. 전반전에만 508회의 패스를 기록한 바르사였다. 특히 베테랑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홀로 142회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그라나다 전체 패스 성공 횟수(130회)보다 더 많은 수치를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심지어 71분경에 교체 출전해 20분 남짓을 소화한 바르사 유스 출신 미드필더 리키 푸츠가 35회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그라나다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킨 선수보다 앞서는 기현상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라나다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킨 선수가 다름 아닌 후이 실바(31회)였다는 데에 있다. 즉 그라나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바르사의 점유율 축구에 밀려 슈팅은 커녕 패스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는 소리다.

반면 바르사가 지속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그라나다는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만들기 힘들 지경이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그라나다의 슈팅 횟수는 바르사의 1/3도 채 되지 않는 5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은 단 1회(이는 안수 파티에게 차단됐다)가 전부였고, 유효 슈팅은 경기 종료 직전 그라나다 측면 미드필더 다르윈 마치스의 다소 먼 거리에서 무모하게 때린 중거리 슈팅이 유일했다.

그나마 그라나다는 65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얀 에테키가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는 아쉽게도 골대를 맞고 나갔다. 이 장면 외에는 공격다운 공격조차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라나다였다.

이는 세티엔 감독이 항상 강조했던 본인의 축구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는 여러 차례 바르사 축구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축구 영웅이자 유럽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로 추앙받는 전설로 바르사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하면서 바르사 축구 전술의 근간을 마련했다)의 추종자임을 자청하고 다녔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선수 시절 크루이프의 바르사를 상대할 때 경기 내내 볼만 쫓아다녀야 했다. 그 때 속으로 이게 내가 원하는 축구고, 이런 팀을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본인이 원했던 축구를 바르사 감독 데뷔전에서 확실하게 구현해낸 세티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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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사의 골 장면 역시 티키타카의 정수였다. 76분경 푸츠가 측면에서 패스를 뒤로 내준 걸 부스케츠가 횡패스로 연결했고, 에이스 리오넬 메시의 원터치 패스와 이반 라키티치의 원터치 패스를 거쳐 아르투로 비달이 뒷발 패스로 내준 걸 메시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짧은 원터치 패스의 향연 속에서 이루어진 티키타카 골이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측면 공격에 있어선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조르디 알바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다. 이로 인해 공격 폭이 다소 좁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바르사의 중앙 공격 비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이는 바르사의 이번 시즌 평균 수치(중앙 공격 비율 30%)보다도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마무리에서의 아쉬움으로 이어진 계기였다.

이렇듯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바르사는 세티엔 감독 하에서 플레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 시절의 티키타카를 재연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 동안 바르사는 루이스 엔리케와 발베르데 같은 실리주의 감독들이 부임하면서 전통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구단 특유의 전술 색채가 옅어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였다. 이에 바르사는 세티엔 하에서 기존의 전술 스타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일 지 여부는 남은 시즌 성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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