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에버턴이 감독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태클로 첼시를 꺾는 데 성공했다.
에버턴이 구디슨 파크 홈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16라운드에서 첼시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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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은 첼시전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주중 리버풀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졸전 끝에 2-5 대패를 당하면서 강등권인 18위로 추락한 것. 심지어 이 경기에서 리버풀은 백업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시키면서 에버턴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이에 다급해진 에버턴은 마르코 실바 감독을 경질하고 에버턴의 전설적인 공격수 던칸 퍼거슨을 임시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퍼거슨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에버턴에서 전성기를 구가했고, 뉴캐슬을 거쳐 다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에버턴에서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 덕에 에버턴 명예의 전당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팀의 지주이자 영원한 리더였던 퍼거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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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이전 감독들과는 달리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이를 통해 두줄 수비와 강도 높은 압박 및 정교한 롱볼로 첼시를 공략해 나간 에버턴이었다. 에버턴의 마지막 전성기이자 데이빗 모예스 시절의 선 굵은 축구를 되살린 퍼거슨이었다.
그 동안 에버턴은 모예스 감독이 팀을 떠난 2013년 이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와 로날드 쿠먼, 마르코 실바 등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축구 스타일을 가미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선수 시절 모예스의 지도를 받았던 애제자 퍼거슨을 데리고 에버턴이 과거에 원래 잘 하던 축구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주효했다. 이 경기에서 에버턴은 무려 62회의 태클을 시도해 37회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첼시보다 3배 가까운 태클 시도에 더해 2배 이상의 태클 성공에 해당한다(첼시 태클 시도 21회 & 성공 15회).
37회 태클 성공은 에버턴 구단 역사상 2014년 2월 토트넘과의 맞대결 이후 5년 10개월 만에 EPL 한 경기 최다 태클에 해당한다. 게다가 구디슨 파크 홈으로 국한지어 놓고 본다면 2007년 3월 아스널과의 경기 이후 12년 9개월 만에 EPL 홈 한 경기 최다 태클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건 비단 구단 기록을 넘어 이는 EPL 전체 팀들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2016/17 시즌 이래로 EPL 1경기 최다 태클 성공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로 에버턴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태클을 통해 첼시를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에버턴의 3골 중 2골이 터져나왔다. 후반전에 에버턴 공격수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기록한 멀티골이 모두 전방 압박으로 가로채기에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터져나온 골이었다.
경기 시작하고 4분 만에 간판 공격수 히샬리송의 헤딩골로 이른 시간에 기선을 제압한 에버턴은 후반 3분경 측면 수비수 지브릴 시디베의 가로채기에 이은 혼전 상황에서 첼시 두 명의 수비수(커트 주마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들이 집중력을 잃으면서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틈을 타 칼버트-르윈이 골을 추가했다.
이어서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이번엔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패스 실수를 에버턴 측면 미드필더 티오 월콧이 가로채면서 패스를 연결했고, 칼버트-르윈의 힐패스를 받은 에버턴 공격형 미드필더 톰 데이비스가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다 첼시 수비수 태클에 저지됐으나 칼버트-르윈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3-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참고로 칼버트-르윈이 멀티골을 넣은 건 그가 개인 통산 EPL 92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하부 리그 시절까지 통틀어 보더라도 임대로 노스팸튼 타운에서 뛰었던 2015년 10월, 리그 2(3부 리그) 경기에서 칼리슬 상대로 2골을 넣은 이후 처음이다.
비단 태클이 전부가 아니다. 이 경기에서 에버턴은 113.15km의 활동량을 기록하면서 첼시(107.83km)보다 6km 가까이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에버턴의 시즌 평균 활동량(109.2km)보다도 4km 더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전력 질주 횟수는 102회로 이 역시 첼시(94회)보다 8회 더 많은 수치이자 에버턴의 시즌 평균(89.2회)보다도 13회 더 많은 기록이었다. 즉 평소보다 많이 뛰면서도 빠르게 뛴 에버턴이다. 주중에 머지사이드 더비까지 치르고 기록한 활동량과 전력질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이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첼시가 평소보다 활동량과 전력질주가 부족한 이유는 주중 경기 여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골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퍼거슨 감독은 볼보이들을 껴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등 선수 시절 본인이 직접 골을 넣었을 때보다도 더 격렬한 세레모니를 펼치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듯 에버턴은 최근 볼 수 없었던 허슬플레이와 스피드를 극대화한 볼 전개 및 높은 집중력을 보이면서 대어 첼시를 잡는 데 성공했다. 선수 시절의 리더십을 백분 살린 퍼거슨이었다. 물론 이는 감독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수도 있으나 모예스 시절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