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시즌 12라운드까지,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인 라리가. 라리가의 'EPL화' 그 현황과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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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성모 기자 =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럽 최정상 두 클럽을 보유한 라리가는 UEFA가 산정하는 유럽 축구 랭킹 1위인 리그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절대 2강'이 경쟁하는, 그래서 다소 지루한 리그라는 이미지로 팬들 사이에 각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절대 2강', 혹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까지를 포함해서 3강 체제로 이어져온 라리가가 확실한 체제개편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서서히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시즌 12라운드 현재 라리가의 순위표를 돌아보면 그것이 자명해진다.
1. 승점 5점 사이 13개 팀 몰린 라리가
12라운드 현재 라리가는 3개 팀이 승점 22점으로 골득실차이에 의해 1~3위를 차지하고 있고(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레알 소시에다드), 그 바로 뒤를 승점 1점차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가 뒤쫓고 있다.
더 넓게 살펴봐도, 현재 라리가는 13위에 위치한 발렌시아까지(17점) 불과 승점 5점 범위 안에 상위 13개 팀이 모여있다. 이는 즉 2, 3경기 사이에 언제든지 상위권의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라리가의 이런 상황은 리그 1위 리버풀이 5위 아스널보다 승점 14점이 앞서 있는 프리미어리그, PSG가 이미 승점 7점차이로 리그 1위를 질주 중인 리그앙, 유벤투스가 9승 2무로 리그 9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세리에A와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이번 시즌 상위권의 경쟁이 평소보다 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시즌 유럽 주요 리그 중 가장 순위 싸움이 치열한 리그가 라리가 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2. EPL과 똑같은 라리가 평준화의 비결
지난 10년 혹은 그 이상 유럽 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메시, 호날두를 포함해 축구계 최고의 스타들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로 모여드는 상황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장 시청자가 많은 단일 축구 리그는 EPL(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이었다.
이런 EPL 인기의 비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위 팀도 1위 팀을 잡을 수 있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 언제 어디서 질지 모르는 '리그 평준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리그 평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다름 아닌 EPL이 1992년 출범과 동시에 도입했던 '중계권 균등 배분'의 원칙이었다. EPL은 출범 당시부터 중계권 중 50%를 1~20위 팀에게 균등 분배하고, 나머지 50%는 TV 방송 횟수, 순위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해왔는데, 이런 정책 덕분에 20위 팀도 막대한 중계권료로 우수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고, 그것이 꾸준하게 리그 전체의 클래스를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EPL이 메시와 호날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뛰는 라리가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중계권' 분배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라리가 평준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EPL과 마찬가지다.
라리가는 2012년 현 회장인 하비에르 테바스(Javier Tevas)의 주도 아래 전보다 훨씬 더 균등한 중계권 분배 정책을 도입했고 그로 인해 하위권 팀들도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또, 라리가가 자체적으로 소속 클럽들이 무분별하게 지출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도 또 다른 노력이 됐다.
그 결과, 현재 레알 베티스에는 2018년 월드컵 우승 멤버인 나빌 페키르가 뛰고 있고, 발렌시아를 연고로 하는 레반테 역시 지난 시즌 10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등의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최근 레반테가 바르셀로나를 3-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뒤에는 단지 바르셀로나가 '못했다'는 측면 뿐 아니라, 이런 레반테의 발전과 그 뒤에 숨은 라리가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 5년 후의 EPL과 라리가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흐름을 보면, 라리가가 '절대 2강' 체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동시에, 거꾸로 EPL은 '빅2'(맨시티와 리버풀)의 경쟁체제가 한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 설명한 사실들을 감안하면, 이것이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오히려 '필연'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글이 '팩트'만을 전달하는 기사가 아닌, 필자의 '생각과 느낌'을 담는 칼럼이라는 점을 이용해 한 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필자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EPL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크게 느낀 한 가지는, EPL이 과거에 비해 리그 전체적인 흥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EPL이 '재미없다'는 뜻이 아님을 오해하지 말자)
현재의 EPL은 과거 2000년대 '빅4' 중 3팀이 챔스 4강에 올라가던 시절에 비교하면, 확실히 강팀들의 전체적인 전력이나, 과거와 같이 20위 팀이 1위 팀을 잡는 '빈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이런 데이터적인 측면을 떠나서, EPL 빅클럽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면서 빅클럽과 하위권 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리그 전체적인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라리가는 앞서 설명한 TV 중계권료 분배 정책의 도입과 함께 리그 전체의 평준화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인해 더이상 '호날두 VS 메시'의 엘클라시코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 외 전체적으로 확실히 라리가는 전에 비해 더 재미있는 리그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5년 후의 EPL과 라리가의 위치 혹은 차이가, 현재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5년 안에 라리가가 마케팅적으로, 또 리그 전체의 흥미도 차원에서 EPL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면 무리일 수 있겠으나, 그에 근접하거나 상응하는 수준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아직 스페인 특유의 '밤문화'(저녁식사를 8시 30분 이후에 시작하는, 그래서 밤 10시 킥오프 경기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시아권의 중계시간과 맞지 않는 등의 이슈가 존재하지만, 라리가는 TV 중계권 분배 정책 외에도, 세계 주요 각국에 현지에서 활동하며 라리가를 홍보할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한국에도 서상원 주재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에 라리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그런 리그 차원에서의 노력 하나하가 리그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축구의 헤게모니를 준 리그는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5년 후, 혹은 10년 후, 라리가가 랭킹 1위의 리그 뿐 아니라 최고 인기의 리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어쩌면 그것 또한, 이강인의 존재 외에도, 지금 우리가 라리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 본문 중 참고 자료 = 라리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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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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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절대 2강', 혹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까지를 포함해서 3강 체제로 이어져온 라리가가 확실한 체제개편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서서히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시즌 12라운드 현재 라리가의 순위표를 돌아보면 그것이 자명해진다.
1. 승점 5점 사이 13개 팀 몰린 라리가
12라운드 현재 라리가는 3개 팀이 승점 22점으로 골득실차이에 의해 1~3위를 차지하고 있고(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레알 소시에다드), 그 바로 뒤를 승점 1점차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가 뒤쫓고 있다.
더 넓게 살펴봐도, 현재 라리가는 13위에 위치한 발렌시아까지(17점) 불과 승점 5점 범위 안에 상위 13개 팀이 모여있다. 이는 즉 2, 3경기 사이에 언제든지 상위권의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라리가의 이런 상황은 리그 1위 리버풀이 5위 아스널보다 승점 14점이 앞서 있는 프리미어리그, PSG가 이미 승점 7점차이로 리그 1위를 질주 중인 리그앙, 유벤투스가 9승 2무로 리그 9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세리에A와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이번 시즌 상위권의 경쟁이 평소보다 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시즌 유럽 주요 리그 중 가장 순위 싸움이 치열한 리그가 라리가 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2. EPL과 똑같은 라리가 평준화의 비결
지난 10년 혹은 그 이상 유럽 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메시, 호날두를 포함해 축구계 최고의 스타들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로 모여드는 상황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장 시청자가 많은 단일 축구 리그는 EPL(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이었다.
이런 EPL 인기의 비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위 팀도 1위 팀을 잡을 수 있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 언제 어디서 질지 모르는 '리그 평준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리그 평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다름 아닌 EPL이 1992년 출범과 동시에 도입했던 '중계권 균등 배분'의 원칙이었다. EPL은 출범 당시부터 중계권 중 50%를 1~20위 팀에게 균등 분배하고, 나머지 50%는 TV 방송 횟수, 순위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해왔는데, 이런 정책 덕분에 20위 팀도 막대한 중계권료로 우수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고, 그것이 꾸준하게 리그 전체의 클래스를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EPL이 메시와 호날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뛰는 라리가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중계권' 분배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라리가 평준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EPL과 마찬가지다.
라리가는 2012년 현 회장인 하비에르 테바스(Javier Tevas)의 주도 아래 전보다 훨씬 더 균등한 중계권 분배 정책을 도입했고 그로 인해 하위권 팀들도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또, 라리가가 자체적으로 소속 클럽들이 무분별하게 지출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도 또 다른 노력이 됐다.
그 결과, 현재 레알 베티스에는 2018년 월드컵 우승 멤버인 나빌 페키르가 뛰고 있고, 발렌시아를 연고로 하는 레반테 역시 지난 시즌 10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등의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최근 레반테가 바르셀로나를 3-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뒤에는 단지 바르셀로나가 '못했다'는 측면 뿐 아니라, 이런 레반테의 발전과 그 뒤에 숨은 라리가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 5년 후의 EPL과 라리가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흐름을 보면, 라리가가 '절대 2강' 체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동시에, 거꾸로 EPL은 '빅2'(맨시티와 리버풀)의 경쟁체제가 한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 설명한 사실들을 감안하면, 이것이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오히려 '필연'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글이 '팩트'만을 전달하는 기사가 아닌, 필자의 '생각과 느낌'을 담는 칼럼이라는 점을 이용해 한 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필자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EPL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크게 느낀 한 가지는, EPL이 과거에 비해 리그 전체적인 흥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EPL이 '재미없다'는 뜻이 아님을 오해하지 말자)
현재의 EPL은 과거 2000년대 '빅4' 중 3팀이 챔스 4강에 올라가던 시절에 비교하면, 확실히 강팀들의 전체적인 전력이나, 과거와 같이 20위 팀이 1위 팀을 잡는 '빈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이런 데이터적인 측면을 떠나서, EPL 빅클럽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면서 빅클럽과 하위권 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리그 전체적인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라리가는 앞서 설명한 TV 중계권료 분배 정책의 도입과 함께 리그 전체의 평준화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인해 더이상 '호날두 VS 메시'의 엘클라시코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 외 전체적으로 확실히 라리가는 전에 비해 더 재미있는 리그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5년 후의 EPL과 라리가의 위치 혹은 차이가, 현재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5년 안에 라리가가 마케팅적으로, 또 리그 전체의 흥미도 차원에서 EPL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면 무리일 수 있겠으나, 그에 근접하거나 상응하는 수준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아직 스페인 특유의 '밤문화'(저녁식사를 8시 30분 이후에 시작하는, 그래서 밤 10시 킥오프 경기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시아권의 중계시간과 맞지 않는 등의 이슈가 존재하지만, 라리가는 TV 중계권 분배 정책 외에도, 세계 주요 각국에 현지에서 활동하며 라리가를 홍보할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한국에도 서상원 주재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에 라리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그런 리그 차원에서의 노력 하나하가 리그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축구의 헤게모니를 준 리그는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간격으로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5년 후, 혹은 10년 후, 라리가가 랭킹 1위의 리그 뿐 아니라 최고 인기의 리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어쩌면 그것 또한, 이강인의 존재 외에도, 지금 우리가 라리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 본문 중 참고 자료 = 라리가 제공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