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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4부 리그의 한국인 피지컬 코치, 김송미 [세계 속 한국 축구인] (12)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축구 선수들만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꿈을 꾸는 모든 축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자 꿈의 장소이다.

박지성과 손흥민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선수로서 나라의 위상을 높인 곳이 잉글랜드라면, 이곳에서는 과거로부터 많은 젊은 축구인들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 과거 연령별 대표팀에서 의무팀 트레이너로 일했고, 최근에는 잉글랜드 4부 리그 클럽 크루 알렉산드라에서 10개월간 피지컬 코치로 일한 김송미 역시 그런 한국의 축구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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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 '월드컵 키드',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가 되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개최된 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이라는 축구장 위에서의 '신화'만이 아닌, 그 이면에서도 축구계의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남겼다. 10대 시절, 혹은 그보다도 어린 시절, 그 월드컵을 직접 보고 겪으면서 '나도 커서 축구인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진 수많은 '월드컵 키드'들이 탄생했고 이제 그들이 축구산업 곳곳에서 실무를 하며 그들의 꿈처럼 한국 축구에 이바지해나가고 있다.

김송미 역시 그런 '월드컵 키드' 중의 한 명이었다. 그녀의 말이다.

"저는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축구에 빠져서, 축구팀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고 그래서 대학교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했습니다. 3년 동안 축구 전문 재활센터에서 재활 트레이너로 일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닿아서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수 트레이너로도 일을 했었고요."

"재활센터에서는 축구선수들이 부상 직후나 수술 후 초기부터 팀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능적, 운동적으로 잘 회복해서 다시 필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의사, 물리치료사 그리고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트레이닝을 지도했어요.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연령별 대표팀 및 성인 대표팀이 훈련이 있거나 대회가 있을 때, 소집에 합류해서 선수들이 훈련에 좋은 컨디션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선수를 위해 개별훈련 및 보강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주업무였습니다."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로 일하는 동안 김송미는 U16 대표팀, 상비군, U19 대표팀 등 어린 연령 대표팀의 국내 소집훈련에 참가했고, 그 후 U19 대표팀 AFC 챔피언십 예선,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인대표팀 동아시안컵 예선, 알가르베컵 등의 국제대회에도 동행했다.

의무 트레이너로 일하는 동안, 김송미는 좀 더 구체적이고 강한 꿈을 갖게 됐다. 그녀의 말이다.

"의무 트레이너로 일을 하면서 운동을 가르치고 회복되는 선수들을 보는 보람도 컸지만,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기 전에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현장에서 일하시는 피지컬 코치들을 보면서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저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지컬 트레이닝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2. 피지컬 코치의 꿈을 안고 리버풀로

그렇게 피지컬 코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유학을 결심한 김송미는 행선지로 잉글랜드 리버풀을 선택했다. '천운'이 따른 것인지, 그녀가 리버풀에 온 해, 리버풀 FC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녀의 말이다.

"스포츠 의학은 독일이 유명하고, 'Athletic Trainer' 분야는 미국에서 훨씬 보편화 되어있지만, 축구팀 피지컬 코치가 될 거라면 축구의 본고장에서 공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난 꼭 프리미어리그에서 일할 거야!’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영국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축구와 스포츠 과학으로 유명한 학교들 중에서도 이론에 치중하지 않고 실무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는 학교를 골라 지원했고, 그 결과 리버풀에 오게 됐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그녀는 실무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잉글랜드 4부 리그 팀의 인턴십 공고가 들어왔다.

"영국은 대학원이 1년 간 3학기로 진행되고 보통은 3학기가 논문 학기인데, 저희 학교는 3학기가 인턴십과 논문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이었어요. 종목이나 포지션에 따라 인턴십 공고가 뜨는 시점이 달랐는데, 10월에 뜬 공고 중에 '크루 알렉산드라’ 라는 축구팀이 있어서 지원을 했고, 학교 교수님들과 면접, 마지막으로 팀의 피지컬 코치와 면접을 본 후에 크루에 인턴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3. 英 4부 리그 클럽 크루에서 직접 경험한 잉글랜드의 피지컬 코치

맨체스터 인근 지역인 크루를 연고로 하는 크루 알렉산드라는 현재 4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지만 1877년에 창단되어 142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클럽이다. 현재는 4부 리그 2위에 올라있어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은 3부 리그에서 맞이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클럽에서 일하면서 김송미는 많은 실무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게 됐다. 그녀의 말이다.

"처음 두달 남짓은 아카데미와 1군을 오가면서 일을 하다가, 12월 말부터는 1군팀 소속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학교 일정 때문에 자주 가지 못했는데, 프리 시즌부터는 매일 출근을 했어요. 1군팀 피지컬 코치를 도와서 웨이트 및 필드 훈련을 진행하고, 프리시즌부터는 GPS를 도맡아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하는 게 주 역할이었습니다."

"팀 스케줄은 오전 필드 훈련과 오후 웨이트로 진행됐어요. 저희 팀은 필드 훈련 전에 약 15분 간 ‘Pre-activation’ 시간이 있었는데, 과학적으로 부상방지에 도움이 되고, 선수들에게 필요하다고 증명이 된 몇가지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후에 필드 훈련을 진행하는데, 경기 출전 여부나 컨디션에 따라서 팀 훈련 후에 피지컬 코치와 개별훈련을 하기도 하고요. 필드 훈련이 끝나면 점심 식사를 하고 웨이트를 합니다. 웨이트는 요일별로 스케줄이 다른데, 하체 근력, 파워 혹은 상체 이렇게 3가지로 나뉘고, 여기서도 또 경기 스케줄과 경기 출전 여부에 따라 선수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을 합니다."

"프리 시즌부터는 제가 GPS를 전담으로 맡아서 관리했는데, 선수별로 어느 정도 뛰었고, 빠르게 뛴 거리는 어느 정도이고, 오늘 훈련이 선수 개인의 최대심박수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 등 많은 정보가 나와요. 저는 이중에 필요한 정보를 추려서 보고서 형식으로 코칭 스태프들과 선수들에게 매일 보여줬어요."

"축구가 포지션별로도, 또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서도 훈련 강도(Training load)의 차이가 크니까 누가 누구보다 덜 뛰었으니까 이 선수가 열심히 안했네 그런 것이 아니라, 해당 선수의 퍼포먼스가 다른 날에 비해 어떻게 변했는지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즌 시작 후에는 매훈련마다, 그리고 매경기마다 리포트를 만들고, 우리팀 훈련이 우리가 원하는 주기화 사이클에 맞게 가고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강도와 목적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분석했고요."

잉글랜드 중부 지역의 클럽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물론 많았을 터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나서 경기 결과, 피지컬 데이터 그리고 득점과 실점에 관해서 리포트를 만들었어요. 제가 팀에 꾸준히 나가면서 코치나 피지컬 코치, 분석관, 선수들이랑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감독이랑 이야기할 기회는 거의 없었거든요. 그 리포트를 본 이후로 감독이 먼저 데이터에 대해 묻기도 하고, 그런 대화를 하면서 감독이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좀 더 알 수 있게 됐고, 데이터를 어떻게 현장에 접목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4. 英 4부 리그에서 느낀 점, 그리고 미래의 꿈

10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김송미는 잉글랜드에서 생생하고 풍성하고 또 귀중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돌아보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잉글랜드에 오면 우리나라와는 다를 것 같고, 엄청날 것 같다고 기대를 하고 왔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보다 발전된 부분들도 많고, 한편으로는 비슷한 부분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우리나라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물론 제가 경험한 리그가 하부 리그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 가면 또 다르겠지만요."

"여기 현지에서도 과학적 이론과 현장의 괴리가 없지 않고, 연구가 많이 진행되는 만큼 그 갭을 메꿀 수 있는 피지컬 코치(여기에서는 코치나 팀의 철학에 따라 Sports Scientist, Strength and Conditioning Coach, Physical Performance Coach, Fitness Coach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이는 것 같습니다)의 역할이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현장에서 활동하시면서 공부하시는 피지컬 코치 분들이 많이 계신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제가 아는 지식과 정보 중에 어떤 부분이 정말 현장에서 필요하고, 또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중에 어떤 부분이 코치와 감독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고요."

끝으로, 그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리고 그녀의 꿈에 대해 물었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일하면서 보낸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비자 문제라든지, 현실적인 부분들 때문에 종종 좌절하긴 했지만,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갈길이 멀지만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어느 곳에서 일하게 되든 우리팀에 도움이 되는, 팀이 필요로 하는 피지컬 코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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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크루 알렉산드라

글=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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