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Kee-hee vs. LAFCSeattle Sounders

[GOAL LIVE] 벨라 틀어막은 김기희, 월드컵행 막차 탈까?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부상에서 복귀한 김기희(28)가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멕시코 대표팀 주전 공격수 카를로스 벨라(29)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기희의 소속팀 시애틀 사운더스는 30일(한국시각) 열린 2018년 북미 프로축구 MLS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LAFC에 0-1로 패했다. 최근 종아리 부상 탓에 약 한 달간 결장한 김기희는 LA 원정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3월 MLS 시즌이 개막한 후 팀에 합류한 그가 이적 후 선발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김기희는 69분간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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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은 올 시즌 북중미 챔피언스 리그와 MLS 일정을 병행하느라 대다수 팀이 벌써 8~9경기를 소화한 사이 단 6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김기희는 그동안 부상까지 겹치며 시애틀로 이적한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경기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약 6주 만에 복귀전을 치른 그는 현재 MLS 서부 지구 2위에 오른 LAFC를 상대로 합격점을 받을 만한 수비를 펼쳤다. LAFC의 최전방에는 멕시코 간판 골잡이 벨라 외에도 오는 러시아 월드컵 출전이 확실시되는 코스타리카 대표팀 주전 공격수 마르코스 우레냐(28), 우루과이 20세 이하 대표팀 핵심 공격수 디에고 로시(20)가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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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애틀은 올 시즌 치른 MLS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무실점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한 수비력을 노출해왔다. 그러나 시애틀은 김기희의 선발 데뷔전이었던 이날 MLS 서부 지구 팀 득점 2위(7경기 17득점) LAFC를 상대로 어느 때보다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시애틀은 김기희가 활약한 69분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LAFC는 이날 경기 종료 직전 수비수 로랑 시망(32)의 프리킥이 골대 정면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슈테판 프라이(32)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김기희 역시 경기 후 "마지막 실점 상황이 너무 아쉬웠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Seattle vs. LAFC

# 벨라와 맞붙은 김기희, 경쟁력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날 김기희의 활약이 주목을 받아야 할 이유는 상대 공격수가 벨라였기 때문이다. 벨라는 올여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전천후 공격수다. 멕시코는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F조 두 번째 상대팀이다. 지난 1월 레알 소시에다드를 떠나 LAFC로 이적한 벨라는 올 시즌 현재 MLS에서 6경기 5골 3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김기희가 중심을 잡은 시애틀 수비진은 그동안의 불안감을 씻어내고 벨라를 앞세운 LAFC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김기희는 경기가 끝난 후 벨라에 대해 "테크닉이 정말 좋은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둘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건 김기희였다. 벨라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슈팅 횟수 4.3회, 유효 슈팅 1.7회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그는 김기희가 투입되며 안정감을 찾은 시애틀을 상대로 슈팅 1회에 그쳤고, 유효 슈팅은 아예 기록하지 못했다. 벨라의 올 시즌 평균 드리블 성공 횟수 또한 4회에 달하지만, 유독 이날은 단 한 차례도 드리블 돌파를 성공하지 못했다.

시애틀 미드필더 크리스타인 롤단은 경기 후 "김(기희)는 오늘 엄청났다. 그는 매우 적극적으로 수비를 한다. 그에게서 많은 긍정적인 요인을 봤다. 올 시즌 우리가 성공하려면 그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희는 시애틀이 가동한 백포 수비진의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섰다. 역삼각형 공격진을 세운 LAFC는 벨라가 왼쪽, 우레냐가 오른쪽에 배치됐으며 로시가 뒤를 받쳤다. 즉, 김기희는 이날 줄곧 벨라와 부딪치며 힘겨루기를 벌였다. 그는 15분 아크 정면으로 파고든 벨라가 회심의 슛을 날리자 이를 일찌감치 예측하고 차단했다. 벨라가 이날 슈팅을 기록한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김기희의 센터백 파트너는 스웨덴 대표팀 수비수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날 김기희와 함께 시애틀의 센터백으로 활약한 선수가 구스타브 스벤손(31)이었다는 사실. 터키, 스웨덴 무대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스벤손은 작년부터 시애틀의 붙박이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중앙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스웨덴 대표팀 일원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내내 활약했고, 지난 3월 칠레와의 평가전에도 선발 출전했다.

스웨덴은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번째 상대. 지금까지 스웨덴의 준주전급 수비 자원으로 활약한 스벤손이 한국전에 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기희는 지난 3월부터 스벤손과 팀 훈련은 물론 실전을 소화한 만큼 한국 선수 중에는 누구보다 그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함께 호흡을 맞춘 스벤손에 대해 "충분히 월드컵에 가서 좋은 활약을 할 만한 선수다. 능력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시애틀은 스벤손이 상대 선수와 적극적으로 강력한 몸싸움을 하며 흐름을 무너뜨리면, 김기희가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공을 빼앗는 수비 패턴을 선보였다.

시애틀 골키퍼 프라이는 경기 후 "김기희는 오늘 훌륭했다. 우선 나는 그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의 움직임도 좋았다. 그는 축구 IQ가 높은 선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벤손은 이날 태클 2회, 가로채기 2회로 '공을 쫓는 수비'를 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김기희는 후방에서 공간으로 흐르는 공을 처리하는 '클리어런스'를 4회를 기록했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 클리어런스를 기록한 선수는 바로 김기희였다. 부상에서 갓 복귀한 그가 69분만 뛰고 교체됐는데도 누구보다 많은 클리어런스를 기록한 건 분명히 고무적인 기록이다.

Kim Kee-hee, Seattle SoundersSeattle Sounders

# 뒤늦게 복귀한 김기희, 신태용 감독 눈에 들 수 있을까?

김기희는 작년 말까지 대표팀 수비의 한 축을 책임진 선수였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4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지난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올해 들어 중국을 떠나 미국 무대로 진출했지만, 새 소속팀의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데다 최근에는 종아리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치며 다시 대표팀과 멀어졌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까지는 앞으로 약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해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기 시작한 김기희를 재신임해 최종 명단에 발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여의치 않다. 그러나 대표팀의 수비진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단계다. 김민재와 장현수는 러시아행이 확실시되지만, 이 둘을 제외하면 지난 3월 유럽 원정 명단에 포함된 중앙 수비수 홍정호, 윤영선은 아직 입지가 확고하지 않다. 이 외에 현재 신태용 감독의 수비수풀에 포함된 선수 중 러시아행 가능성이 살아 있는 선수는 김영권, 정승현 정도를 제외하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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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희는 LAFC전이 끝난 후 월드컵 출전 의지를 묻는 질문에 "시간이 촉박해서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지금은 여기서 경기에 나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남은 짧은 시간 안에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황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본격적으로 MLS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선발 데뷔전부터 신태용호의 월드컵 상대국 멕시코의 주전 공격수 벨라를 틀어막았고, 또 다른 상대국 스웨덴 수비수 스벤손과는 동료로 서로 호흡을 맞추며 월드컵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애틀은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할 이달 말 전까지 앞으로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애틀은 내달 6일 홈에서 콜럼버스 크루, 10일 토론토 원정에 나선다. 미국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김기희에게도 월드컵행 막차를 탈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사진: 시애틀 사운더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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