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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의 승부수, 부진 탈출의 열쇠 마련했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스쿼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난 8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5라운드가 끝난 뒤 FC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신중하게 호주 원정의 계획을 전했다. 제주와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서울은 웨스턴시드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위해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감독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주전까지 포함해 2승 2무 1패라는 리그 성적이 표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 개막 후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내용은 계속됐다. 전북, 제주를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하며 불안감도 생겼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의 3연패는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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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서울 코칭스태프는 호주 원정 계획까지 구상해야 했다. 황선홍 감독은 과감하게 주전 상당수를 한국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했다. 박주영, 김치우, 고요한, 주세종, 김동우, 윤일록은 아예 호주 원정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전력의 60% 정도로 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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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선택과 집중이었다. 챔피언스리그는 3연패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에서 연이어지는 리그와 FA컵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단순히 챔피언스리그를 포기했다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황선홍 감독은 과감한 스쿼드 변화로 새 활력소를 찾았다. 리그에서도 이미 황현수, 황기욱 등 23세 이하의 젊은 선수를 쓰던 차에 박민규, 김한길, 임민혁까지 대거 호주로 데려갔다. 

결국 서울은 웨스턴시드니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데얀이 2골, 이석현이 1골을 기록했다. 2실점은 아쉬운 점이었지만 그만큼 홈팀 웨스턴시드니의 강력한 저항을 넘었다는 얘기다. 리그에서의 2경기 연속 무승을 끊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첫 승리를 신고했다. 

여전히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가능성은 낮다. 남은 2경기에서 상하이 상강과 우라와 레즈를 모두 꺾어도 자력으로는 16강에 갈 수 없다. 상하이와 우라와가 승점 1점만 더 챙겨도 서울의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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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와 별도로 웨스턴시드니전 승리로 서울이 거둔 것은 크다. 황현수, 황기욱과 함께 선발로 나선 윙백 박민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측면에서의 부진이 여전히 고민이던 황선홍 감독에게 새 아이디어를 줬다. 이석현, 정인환, 이규로 등 이를 갈던 기존 선수들도 제 몫을 했다. 

외국인 선수 마우링요는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2골을 넣은 데얀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윤일록, 이상호가 침체된 상황에서 마우링요에게 눈길을 돌리던 황선홍 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마우링요는 “계속 좋은 활약으로 감독님과 팬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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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경기로 황선홍 감독은 스쿼드를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있게 됐다. 기존 주력 외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의 의욕과 준비도 괜찮다는 걸 확인했다. 자연스럽게 팀 내 경쟁으로 이어진다. 선의의 경쟁은 팀을 강하게 만든다. 황현수, 황기욱, 박민규의 등장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나이는 상관 없다”라는 말로 메시지를 전했다.

리그 2경기 연속 침묵했던 득점력도 깨어났다. 주포 데얀이 제 몫을 해 줬다. 뒷공간 침투에 의한 공격이 살아났다. 쓰리백 전환 후 3경기 째에 결과를 내며 새 포메이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물론 집중력을 잃고 2실점을 한 부분, 그리고 하대성과 곽태휘, 신광훈이 빠져 있는 부상자 관리는 서울이 풀어야 할 숙제다. 

도박에 가까웠던 황선홍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서울에겐 변화와 재도약이라는 열쇠를 줬다. 호주에서 돌아와 곧바로 울산 원정, 그리고 주중 열리는 안양과의 FA컵 32강전을 준비해야 하는 서울과 황선홍 감독이 이 열쇠를 제대로 돌리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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