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이천수는 이승우의 팬이다. 4년 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고 있다는 한국인 유망주가 16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처음 그 기량을 선보인 뒤부터 이천수는 이승우의 실력과 끼를 칭찬해 왔다. 그는 “난 20대가 돼 스페인에 갔다. 그때 배운 것을 다 내 걸로 만들기는 늦은 나이였다. 승우는 다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4년이 지나 만 20세의 이승우는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었다. 16년 전 만 21세의 이천수가 그랬던 것처럼 대표팀의 막내이자 공격진의 한 옵션이 됐다. 2002년의 이천수는 당돌했다. 선배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을 했다. 과감한 돌파를 좋아했고,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기싸움에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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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가 이승우를 좋아하는 이유를 현역 시절의 그런 자신을 투영하기 때문일 지 모른다.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들이 모인 지난 31일 이천수가 이승우의 최종 명단 진입을 예상하고, 본선에서의 첫 골 득점자로 예상한 것도 그런 애정의 증거다.
이천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을 넣을 선수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이승우를 꼽았다. 다른 2002년 멤버들은 손흥민, 황희찬, 그리고 세트피스에 가담하는 수비수를 말하는 이성적인 선택을 했지만, 이천수는 철저히 자신의 애정과 직감을 따랐다.
그는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선수는 상대 1-2명은 제칠 수 있는 선수다. 이승우가 그런 걸 할 수 있다. 톡톡 튀는 성격은 큰 무대에서 더 일을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나와 닮은 점이 많다. 파격적인 염색도 좋아하고…”라며 웃은 이천수는 “끼와 자신감은 누가 가르쳐 준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팀이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분출하게 해 줘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이승우가 마음껏 뛸 판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라며 후배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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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는 자신의 첫 월드컵에서 후반에 분위기를 바꾸는 교체 멤버로 꾸준히 나섰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골키퍼 올리버 칸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월드컵 첫 골은 4년 뒤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나왔다.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리킥 동점골로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
“자신감으로 다 되는 건 아니지만, 큰 무대에서 그게 없으면 가진 실력을 반도 못 보여준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되새긴 이천수는 “승우를 믿고 있다. 기량이 있는 선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타입이다.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승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