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enal Starting vs Manchester City

'총체적 난국' 아스널, 탈출구가 없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카라바오 컵 결승전에서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든 국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0-3으로 대패했다. 이제 아스널에 남은 목표는 유로파 리그 우승 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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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전 아스널, 맨시티에 완패 당하다

아스널이 잉글랜드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카라바오 컵(리그 컵) 결승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이 경기 대패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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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비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스리백의 중앙이라는 중책을 수행한 슈코드란 무스타피의 수비는 악몽 그 자체였다. 

Arsenal Starting vs Manchester City

18분경 선제 실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스타피가 맨시티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골킥 낙하 지점을 포착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하면서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에 '스카이스포츠'에서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은 "끔찍한 수비였다. 학생들이나 하는 실수다. 정말 충격적이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39분경에도 무스타피는 무리해서 가로채기를 시도하려다 아구에로에게 돌파를 허용하면서 실점 위기에 직면했으나 아스널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의 손끝 선방에 이은 파트너 수비수 로랑 코시엘니의 걷어내기 덕에 간신히 추가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비단 무스타피만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더라도 아스널 수비에선 정돈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번째 실점(뱅상 콤파니 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온 것이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 무려 8명의 선수들이 있었고, 콤파니 주변에도 두 명의 아스널 선수가 있었으나 아무도 그의 슈팅을 저지하지 못했다. 

Vincent Kompany vs ArsenalGetty Images

3번째 실점 장면에선 이미 주중 외스테르순드와의 유로파 리그 32강 2차전에서 악몽과도 같은 수비를 펼친 칼럼 체임버스가 다비드 실바에게 무기력할 정도로 돌파를 허용하면서 골을 내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외 아스널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진 엑토르 벨레린은 경기 내내 맨시티 왼쪽 측면 공격수 르로이 사네에게 휘둘리는 인상이 역력했다. 

미드필드 라인도 문제가 많긴 매한가지였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이 기록한 슈팅은 총 5회인데 이 중 찬스 메이킹에 의한 슈팅은 단 2회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공격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많은 영국 현지 언론들은 SNS를 통해 "맨시티 골키퍼 브라보가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1회를 기록하는 동안 메수트 외질(아스널 플레이메이커)이 기록한 키패스도 1회가 전부다. 심지어 브라보는 어시스트도 기록했다"라며 비꼬았다.

그렇다고 해서 미드필드 라인에서 압박 및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라니트 자카와 잭 윌셔, 아론 램지로 구성된 미드필드 라인은 맨시티의 패스를 하이패스마냥 열어주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 전체 선수들이 소유권을 잃은 횟수는 3회에 불과했는데 이는 아스널 공격형 미드필더 잭 윌셔가 소유권을 잃은 횟수와 동일했다. 맨시티의 이번 시즌 EPL 시즌 경기당 평균 소유권 잃은 횟수는 10.9회이다. 이는 아스널의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맨시티 선수들이 아주 편하게 플레이를 펼쳤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게리 네빌은 "램지와 자카는 조깅하듯이 느리게 자기 진영으로 복귀했다. 이는 망신스러운 일이다. 웸블리에서 걸어다닌다는 건 이길 의지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아스널 미드필드 라인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도리어 아스널의 3번째 실점 장면에선 윌셔가 볼 터치 실수를 저지르면서 다닐루에게 가로채기를 당한 데 이어 돌파까지 허용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다닐루의 전진 패스를 실바가 골로 연결했다).

아스널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5600만 파운드(한화 약 851억)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역시 실망스러웠다. 동료 선수들의 지원 자체가 부족했다고는 하더라도 볼터치는 18회가 전부였고, 슈팅도 1회에 그치며 경기 내내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면 아래로 내려와서 동료들을 도울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오바메양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골문 앞에서 완벽한 득점 찬스를 맞이했으나 브라보의 발에 막혔다. 물론 이는 발을 쭉 뻗어 선방한 브라보의 능력부터 칭찬해야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의 공격수라면 그 정도의 기회는 골로 연결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른 시간에 오바메양의 골이 나왔다면 경기 흐름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 

Pierre-Emerick Aubameyang vs Claudio BravoGetty Images


# 총체적 난국 아스널, 반전이 필요하다 

결국 아스널은 카라바오 컵 결승전에서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4위팀인 토트넘이 주말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비록 고전하긴 했으나 1-0으로 승리하면서 아스널과의 승점 차를 10점으로 벌려나갔다는 데에 있다.

물론 아스널은 타 팀에 비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이기에 주중 경기(3월 1일)를 통해 다시 토트넘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줄일 수 있긴 하다. 문제는 그 상대가 맨시티와의 리턴 매치라는 데에 있다. 남은 10경기에서 승점 10점을 줄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스널이 전승을 거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데다가 토트넘이 남은 10경기에서 2무 3패를 당해줘야 가능하다.

즉 현실적으로 아스널에게 남은 건 유로파 리그 우승 밖에 없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처럼 유로파 리그 우승을 통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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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로파 리그 우승 역시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먼저 오바메양은 전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유로파 리그에 있기에 아스널에서 유로파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게다가 또 다른 공격수 알렉상다르 라카제트는 부상으로 빨라도 3월 말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라카제트 부상 복귀 이전까지 이번 시즌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대니 웰벡 외엔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 전무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스널은 왼쪽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맡는 팀 수비의 중심축인 나초 몬레알이 부상을 당해 26분경 교체 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당장 아스널은 유로파 리그 16강전에서 전통의 명가 AC 밀란과 격돌해야 한다. 밀란은 최근 공식 대회 5연승 포함 12경기 무패 행진(9승 3무)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있는 아스널이 밀란을 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Nacho MonrealGetty Images

게다가 설령 밀란을 넘더라도 현재 유로파 리그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들이 남아있다. 지난 시즌 유로파 리그 16강과 비교했을 때 한층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고 있다. 즉 유로파 리그 우승도 현 시점만 놓고 보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같은 경기력이라면 설령 지난 시즌과 동일한 유로파 리그 대진이라고 하더라도 우승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스널은 어떤 식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경기력부터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공식 대회 6경기에서 2승 4패의 부진에 시달리고 잇는 아스널이다. 현 강등권 팀 스완지 시티에겐 1-3으로 완패했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홈에서 치른 외스테르순드와의 유로파 리그 16강 2차전에선 비록 백업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고는 하더라도 졸전 끝에 1-2로 패했다.

아스널 같은 구단에게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2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지 못한다면 아스널에겐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아스널의 경기력으로는 답이 없다. 어쩌면 아스널에게 필요한 건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Arsene Wenger Arsenal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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