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ne Andersson, Sweden 09032017ProShots

스웨덴은 한국의 플랜A를 4-4-2로 보고 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한국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번째 상대 스웨덴은 내달 출정식 상대 페루를 '가상 신태용호'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나온 후 스웨덴이 평가전 상대로 3월 칠레, 루마니아에 이어 6월 초 덴마크, 페루를 낙점하자 국내에서는 "그들에게 약체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스웨덴이 선정한 평가전 상대는 지리적으로 볼 때 남미의 칠레와 페루는 멕시코, 유럽의 루마니아와 덴마크는 독일에 대비한 그들의 F조 2, 3차전 리허설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실제로도 관대하게 보면 스웨덴이 F조 1차전 상대 한국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냉정히 말해 동시에 그들에게 우리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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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주전 미드필더 알빈 엑달(28, 함부르크 SV)은 지난 24일 자국 축구 전문매체 '포트볼스카날렌'을 통해 "월드컵에서 나설 첫 번째 경기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F조에서 한국이 가장 약하다(Sydkorea är väl det lag som är svagast). 우리가 출발만 잘 한다면 어떤 성과도 불가능하지 않다. 진땀 흘릴 상황에서 독일과 2차전을 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야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은 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나온 후 최근까지 약 6개월이 지나도록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말해왔다.

# 스웨덴은 꾸준히 한국전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차츰 한국이 안데르손 감독과 스웨덴 선수들의 안중에도 없다는 우리의 생각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스웨덴의 생각은 정반대다. 엑달은 물론 안데르손 감독도 갈수록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위 독일과의 2차전에 앞서 만날 한국전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대표팀을 소집한 안데르손 감독은 조추첨 후 사실상 최초로 한국의 전력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월드컵 개최지 러시아 입성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를 평가전 상대로 페루를 선택한 이유도 한국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F조 상대국이 우리 대표팀과 상대해본 아시아 팀과 평가전을 해야 그것이 '가상 한국전'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팀이 조별 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팀보다는 전술적으로 비슷한 축구를 구사하는 팀을 만나야 하는 게 사실이다. 같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라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그리고 일본은 제각각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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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손 감독은 23일 대표팀 훈련 일정을 소화한 후 나선 공식 기자회견에서 "페루는 우리가 직접 전력을 분석해 선정한 평가전 상대다. 분석 결과 페루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팀이다. 아마도 우리는 한국과의 월드컵 첫 경기에 나설 선발 명단과 매우 비슷한 팀으로 페루를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페루의 중앙 중심적 4-4-2가 스웨덴이 보는 한국의 플랜A

페루는 스웨덴이 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나온 후 1월 UAE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등 팀 재정비에 나선 시기에 일찌감치 6월 초 출정식 상대로 낙점한 팀이다. 당시 한국은 졸전 끝에 어렵게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후 새로운 4-4-2 포메이션을 앞세워 11월 국내에서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 2연전에서 1승 1무, 12월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상태였다. 스웨덴이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전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치를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선정한 시기도 바로 이때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플랫 백포와 미드필더 4인이 수비진영에서 촘촘한 진용을 구축해 압박 수비를 펼친 뒤,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이나 이근호가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4-4-2 포메이션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이는 팀당 18경기로 치러지는 남미 예선 내내 페루가 가동한 4-4-2 포메이션과 매우 흡사하다.

페루는 남미 예선에서 6~7명의 평균 포지션이 수비 진영에 머무른 채 조직적인 수비를 펼치는 데 주력했다. 현재 페루의 24인 예비명단 중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는 단 6명. 안드레 카리요(왓포드)만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며 유럽 5대 리그 무대를 누볐을 뿐 나머지 유럽파는 스페인 2부 리그(세르히오 페냐), 러시아(헤페르손 파르판), 덴마크(에디손 플로레스), 네덜란드(헤나투 타피아), 포르투갈(파올로 우르타도)에서 뛴다. 나머지 18명은 남미, 혹은 미국과 멕시코에서 활약 중이다.

투톱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선발 출전이 확실시되는 헤페르손 파르판(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이 득점을 노리고,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조직적으로 수비를 하는 게 페루의 기본 전술이다.

# 스웨덴도 한국전에서 후반 승부수를 노리고 있다

한국전에 대비한 스웨덴의 필승 전략은 앞서 언급한 엑달이 같은 인터뷰를 통해 일정 부분 공개했다. 그는 스웨덴이 무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만큼 첫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로 시작부터 공격적인 경기를 하지 않고, 전반에는 안정적인 경기를 하되 후반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엑달은 "한국전은 첫 번째 경기다. 전반전을 수월히 마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후반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나올지 한번 지켜봐라. 아직도 우리는 생각 중이다. 우리는 후반에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지난 유로 2016 첫 경기 아일랜드전에서 초반에 흔들렸다. 이번에는 훈련을 통해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웨덴 측면 미드필더 클라에손 "대표팀은 소속팀처럼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빅토르 클라에손(26, 크라스노다르)은 스웨덴의 4-4-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큰 자원이다. 3년째 이번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에서 활약한 그는 소속팀에서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스웨덴 대표팀에서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설 수 없다. 스웨덴의 왼쪽에는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에손은 오른발잡이다. 그는 소속팀에서는 왼쪽 측면에 배치돼 중앙으로 파고들며 오른발로 직접 슈팅을 기록하거나 침투 패스를 시도하며 득점 상황을 창출하는 반댓발 윙어다. 그러나 오른발잡이 클라에손이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옆줄을 따라 전형적인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올리는 클래식 윙어로 역할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클라에손은 유럽 예선에서 총 8경기에 출전해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클라에손은 최근 '포트볼스카날렌'을 통해 "스웨덴은 크라스노다르처럼 능력 있는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다. 크라스노다르는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주도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수비에 집중해야 해서 내가 상대 수비수와 경합할 기회가 많지 않다. 골을 많이 넣을 수도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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